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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품 없으니 이 제품 사세요... 판매자 일방적 취소에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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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품 없으니 이 제품 사세요... 판매자 일방적 취소에도 속수무책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2.01.13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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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상품으로 유인 후 재고 없다며 취소
동일한 상품, 다른 가격대 제품으로 유도
“가격 잘못 올린 건 중대과실 아냐” 판례
정신적, 시간적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 몫  

[소비라이프/박지연 기자] 네이버,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 해당 제품이 없다며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그 사이 업체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해도 업체와 채널 측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전자상거래법’ 상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최근 박 모(61세,남)씨는 창고용 중고 컨테이너를 알아보던 중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개당 177만원짜리 상품을 발견하고 2개를 결제했다. 하지만 판매자로부터 결제한 가격은 몇 년 전 가격이며 현재 가격은 345만원이니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구매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는 박 씨가 결제한 금액의 정확히 2배가 되는 가격이다.

황당한 박 씨는 몇 년전 가격의 상품을 왜 아직까지 오픈마켓에 올려놓고 있냐고 항의했으나, 판매업체는 상품품절을 사유로 일방적인 판매취소 후 원금을 환불 처리했다. 업체와 연락이 두절된 박 씨는 판매채널인 11번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어떠한 피해보상조치도 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 박 씨는 네이버 쇼핑채널에서 개당 140만원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찿아 결제했지만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2배 이상 가격이 높은 다른 제품을 안내 받고 판매자로부터 구매 취소를 당했다. 

박 씨는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지난 2017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평소 눈여겨 보던 패딩을 12만원에 구입한 소비자가 업체로부터 120만원 패딩을 12만원으로 잘못 올렸으니 주문을 취소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다. 

이 일로 정신적, 시간적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업체의 일방적인 요구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업체 측 착오에 의한 취소권을 인정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수가 많고 업체 담당자가 하나의 상품에 가격을 잘못 입력한 후 이를 즉시 수정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중대한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문제는 이런 선례 때문인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를 유인 후 해당 제품이 없다며 다른 제품을 권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내 동종 사업자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단 저렴한 가격으로 유인해 구매의사가 확실한 소비자를 확보하고 현재 시세와 맞지 않는다며 가격을 다시 제시해 판매하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 21조(금지행위)’에서는 명확하게 판매수량에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표시하지 않고 시중가의 50%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주문만 하면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한 경우를 금지하고 있다. 

법률로는 금지하지만 판매자가 착오나 실수라고 하면 사실상 처벌할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법적인 허점을 파고들어 판매 업체는 이런 행위를 계속하고 있고, 판매자를 관리해야 하는 오픈마켓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온라인 시장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거짓가격을 통한 소비자유인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공정위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관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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