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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환율, 자산, 그리고 내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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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환율, 자산, 그리고 내 지갑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11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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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8월 15일 미국의 대통령 리처드닉슨이 발표했던 몇 문장의 담화로 세계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달러를 가져와도 앞으로는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선언이었다. 이로써 금1트로이온스(troy ounce, 31.1034768g)의 가치를 US 35달러로 정했던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의 금본위제는 사실상 역사의 뒷길로 사라지게 된다. 

오랜 시간 이어져오던 금본위제가 사라지고 화폐자체가 스스로 본위화폐로서의 역할을 차지하면서 달러는 1941년부터 발표되기 시작했던 신용평가와 금리에 더욱 중요한 존재로 자리잡는다.

발권력이 유지되면서 달러의 영향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유럽을 상징하는 유로와 일본의 엔, 자리를 굳힌 G2의 위안까지 US달러를 대체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지만 어느 하나 뚜렷한 대안이 되지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였다면 감당할 수 없을 규모의 재정적자를 안고 있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달러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같은 길을 걸었던 금과 US달러는 분리되면서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세계적인 위기상황이 오면서 경기가 위축되면 이로 인한 자금 순환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게 되고 늘어난 통화로 인해 흔해진 달러는 가치를 잃고 상대적으로 수량이 제한적인 재화와 금, 원유 같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다. 달러의 힘이 약해지는 것이다. 

원화(₩)는 그대로이면서 달러($)만 더 풀렸다고 가정하면 늘어난 달러보다 상대적으로 양이 적은 원화의 가치는 상승한다. 예를 들어 1$를 사기위해 1000원을 줘야했다면 원화의 가치상승으로 1$를 1000원보다 더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때 물가가 안정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 물가가 오른다.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시장에 흔해진 화폐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승 각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약(弱)달러를 강(强)달러로 전환을 시켜야한다. 시장에 풀려있는 달러를 회수하여 줄이는 것을 ‘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Fed(미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인상하고 시장에서 달러가 줄어들어 가치가 상승한다. 이로 인해 물가의 상승폭은 감소하고 금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상승세도 꺾인다. 

시장에 달러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화의 값어치가 떨어져 1$를 구입하는데 1000원 이상의 돈을 사용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달러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금리인상과 인하와 상관없이 원달러 환율만으로도 우리의 자산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달러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상승은 해외로 나가는 돈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에 시장에 회전하는 돈이 줄면서 경기는 위축되고 자산시장으로 진입하는 돈도 줄어들게 된다. 주식시장 투자도 줄어들 것이고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줄면서 단기적인 가격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자산시장의 약화는 경기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늘어났던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Fed는 테이퍼링을 계속하고 있다. 당분간 달러는 갈수록 강해져서 다른 나라의 통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산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물론 테이퍼링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직도 코로나19는 진행 중이고 치사율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변이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환경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변화를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동안 우리가 금리 변화에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면 보다 더 세밀한 관찰을 위해서는 변화의 폭이 좀 더 큰 환율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지갑속의 자산을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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