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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는 무조건 사행성? 새로운 가이드라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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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는 무조건 사행성? 새로운 가이드라인 필요
  • 배찬우 소비자기자
  • 승인 2022.01.0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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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활용 소유권 증명, 환전 가능
게임이 투자로 변질될 가능성 있어
국내선 불법... “기술 발달 저해돼” 지적

[소비라이프/배찬우 소비자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활용한 P2E(Play to Earn,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P2E는 게임을 하며 얻게 되는 보상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면 MM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 상에서 채집을 통해 모은 재료나 레벨이 오르면 받는 아이템 등을 실제로 거래할 수 있다.  

여기에 활용되는 기술이 바로 NFT다. NFT는 토큰 하나마다 고유 가치를 지닌다. 대체할 수 없다는 특성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이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게임상의 캐릭터나 아이템을 현실에 구현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NFT로 변환하고, 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P2E방식에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 / 사진= 테크월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P2E방식에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테크월드

국내 대형 게임사인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등이 P2E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P2E 활용책을 선보이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CX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고, 엔씨소프트는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퍼플을 활용한 P2E 게임을 다수 선보이기로 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는 “NFT와 P2E의 성공 요인은 ‘경제 시스템’ 안에서 참여자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재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적인 준비는 이미 다 끝났고, 우리가 만든 경제 시스템 내에서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대형 게임사인 유비소프트, 스퀘어에닉스 등도 게임에 NFT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P2E 게임에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게임 내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투자를 고려한 이용자가 증가하면  ‘코인을 획득해 판다’는 목적이 커지면서 게임 내 경제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2021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 따르면 NFT 재화를 목표로 한 이용자가 급증하면 통화량 증가로 재화의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한다.

P2E에서 중요한 부분은 생성된 NFT가 게임 내에서 순환하며 경제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모두 현금화에 몰두하게 되면 코인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환전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재화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생겨나기 때문이다”라며 “환전 수익이 줄면 이를 목적으로 게임에 들어온 이용자는 게임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P2E가 ‘돈 버는 게임’이 아닌 ‘돈을 써서 버는 게임’이라는 의미로 변질될 우려도 나온다. 게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와 놀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노동으로 바뀌면서 게임 자체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게임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수익이 나는 현재의 P2E 구조를 가리켜 폰지사기라고 지적했다. 어느 한 이용자가 돈을 벌었다면, 반드시 어느 이용자는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최대 게임 플랫폼인 XD네트워트의 황이멍 최고경영자는 “성인을 위한 NFT 기반 P2E는 폰지사기에 불과하다”라며 “P2E 게임을 할 때는 자신이 벌고자 하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가장 유명한 P2E로 꼽히는 엑시인피니티의 경우 게임을 시작할 때 엑시라고 불리는 펫 3마리가 있어야 하는데, 1마리당 0.1ETH(12월 말 기준 약 45만원)다. 펫 3마리를 사려면 이용자는 150만원(0.3ETH)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이미 게임 내에서 활동 중인 이용자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결국 게임을 새로 하려는 사람이 꾸준하게 유입되지 않으면 P2E 게임 내 경제는 폭삭 주저앉게 된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엑시인피티니 역시 코인 가치가 최근 5개월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다수 이용자가 게임 내 코인을 현금화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P2E를 막고 있다. 위메이드 역시 ‘미르4’의 한국 서비스에서 P2E 요소를 제외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법을 바꿔 달라고 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NFT 거래에 한해 P2E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P2E의 핵심으로 불리는 메타버스·블록체인·NFT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무작정 “게임이 환금성을 띠면 사행성 게임으로 판단한다”는 전제만 있어 기술 발달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P2E 게임 흐름은 누구도, 어느 회사도 막을 수 없고 그 흐름을 어떻게 양질의 성장으로 만드는지가 과제다”라며 “사행성 규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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