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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독도는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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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독도는 상품이 아니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03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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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독도(獨島)는 어떤 섬인가? 그저 돌섬이다. 사람이 살기엔 척박한 환경이다. 그런 무인도가 지리적 위치로 인해 러일전쟁 당시 일제에 강점 당한다. 조선정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강제점령이었고 향후에 조선을 강점하겠다는 야욕의 신호탄이었다. 그렇게 독도는 일제에 강탈당한 첫 영토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오늘날 독도는 우리 영토의 최동단에 위치해있다. 엄연히 우리 땅이지만 지금도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고 있다. 독도나 울릉도를 염두에 두고 상륙훈련을 하는가 하면 ‘다케시마’라는 명칭으로 부르며 다케시마를 회복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로인해 독도를 두고 대한민국과 일본은 첨예한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독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사랑과 관심은 절대적이다. 국제경기에서 남북한이 동시 입장하거나 응원할 때 사용하는 한반도기에 마라도를 빠뜨리면 크게 지적 받지 않지만, 독도를 빠트리면 전량 회수돼 독도를 표기된 다음에야 배포될 정도다. 그만큼 독도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자 상징이다. 

그런 ‘독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기업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상징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자칫 돈벌이에 치우쳐 잘못된 역사인식과 미숙한 행동을 취할 경우에는 국가와 국민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도에 부여된 우편번호와 독도라는 명칭을 붙여 소주를 만든 회사가 있다. 독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소주는 단식증류로 만든 알코올을 넣은 증류식소주(이하 농축소주)인데 문제는 이 농축소주를 만드는 방법에 있다.  

농축소주는 연료비가 적게 드는 데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업에 유리해 소주를 만들 때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농축소주를 만드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상압방식과 1970년대 일본에서 만든 감압방식이 있다.

우리나라에 소주가 전래된 것은 고려시기로, 몽골로부터 상압증류방식이 전해졌다. 이후 850여 년 간 이 땅에서는 상압방식의 증류가 이어져왔다. 그리고 최근에야 일본에서 시작한 감압방식의 증류법이 우리에게도 유입돼 화요, 박재서 안동소주, 문배술 등 여러 기업에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이에 감압방식 증류로 생산하는 농축소주가 만들어져 주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문제는 방금 언급한 곳들이 모두 ‘전통소주’라는 타이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중 한 곳은 무형문화재로 분류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넘어온 감압방식의 소주가 어느새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덧칠됐다. 

이런 왜곡이 지적을 받지 않고 유지됨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독도라는 단어가 새겨진 병에 일본에서 개발된 증류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주가 담기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버젓이 연예인들 홍보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감압방식으로 만드는 술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각자 기호에 맞게 사케(일본식 청주)도 마시는 현실에 술의 호불호를 따지는 게 아니다. 일본에서 개발된 방식으로 만든 소주에 독도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문제다. 애국심을 이용한 돈벌이가 문제다. 

한 편의점 업계도 독도 상품화에 나섰다. 2021년 광복절 즈음 내놓은 막걸리에 ‘독도’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거기에 덤으로 도시락까지 내놨다. 이런 제품이 독도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되면서 이익의 일부가 ‘독도사랑운동본부’로 기부가 됐다. 

그런데 이 독도사랑운동본부는 2021년 10월 MBC보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암초’로 표기를 해 문제가 됐던 곳이다. 지도에 대한 정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곳에, 소비자의 애국심에 기대 얻어낸 수익이 들어간 것이다.  

독도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더욱이 특정 단체가 독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수익을 점유할 수도 없다. 독도사랑운동본부는 정치인들이 깊숙이 개입되어있는 단체로 해당 정치인의 국가관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얼마의 물건을 팔았는지 얼마나 기업에 이익이 되었는지 얼마의 돈이 독도사랑운동본부에 기부되었는지 알 수 없다.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부터 시작해 역사인식 없이 돈만 벌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역사와 애국심마저 돈벌이로 취급하는 몰상식한 기업, 이를 꾸짖지 못하는 언론, 제대로 된 지적을 하지 않는 학자, 무턱대고 구입하는 소비자의 우둔함이 만든 코미디다. 언제까지 이런 코미디가 이어져야하는가. 이제라도 코미디가 멈췄으면 하는 마음에 2022년 새해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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