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금융의 질풍노도] 디지털화폐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상태바
[금융의 질풍노도] 디지털화폐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 이강희
  • 승인 2021.12.24 1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한국은행은 미지의 세계를 준비하고 있다. 세상엔 디지털을 넘어 가상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대지만 화폐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같은 용어가 세상에 튀어나왔다. 무형의 자산(신용)마저도 없던 가상화폐의 실용성을 넘어 ‘가치’에 대한 논의가 치열했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가상화폐의 지위는 굳건해졌다. 

세상은 변화를 받아들였다. 적응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류에 맞추려는 움직임에 각국의 중앙은행도 나섰고 한국은행도 그 대열에 있다.

‘중앙은행(CB, Central Bank)’의 ‘디지털화폐(DC, Digital Currency)’와 관련된 연구는 2019년부터 공식적으로는 언급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가올 2022년에는 연구의 결과물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실제로 도입됐을 때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를 발행해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고 유통시킬 것이다. 또 이를 환수하는 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 할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화폐를 자본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자본에 대해 수요와 공급의 역할을 담당하며 활동하는 가계와 기업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줄 수 있느냐다. 물론 정부에서는 금융회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CBDC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정책을 내놓으며 CBDC의 활성화와 정착을 유도할 것이다. 사용자들의 참여가 적다면 확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보자. 물물교환에서 유발된 가치측정의 수단이 필요해지면서 등장한 화폐는 사회 통념적으로 내재가치가 인정되는 금이나 은을 담보로 모든 체계가 만들어졌다. 내재가치를 직접 부여한 금화나 은화가 유통되다가 대량으로 운반하기 힘들어지면 증서의 역할을 하던 지폐가 사용되었다.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채권과 이를 맡아줄 은행이라는 기관이 생기면서 세상은 크게 변했다. ‘신용’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가치를 담보해 줄 내재가치에 신용이 포함된 것이다. 아직 유형의 가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조금씩 파고들었던 무형의 가치는 또 다른 전쟁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게 된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통해 미국이라는 괴물을 만난다. 

사실상 지배영역을 통일하고 영향력이 유지되면서 유형의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빈자리를 무형의 가치가 채워갔다. 더 이상의 ‘금태환’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버린 이후 시장은 혼란에 빠졌지만 모두가 원하는 안정을 위해 ‘신용’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화폐의 중심에 서버렸다.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힘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신용’이 ‘가치’로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고삐 풀린 망나니’가 된 미국은 초강대국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달러의 월권을 계속 유지했다. 내재가치가 유형보다 무형으로 바뀌어가면서 화폐의 가치에 대해 의심이 시작했다. 신용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자본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면서 발권에 대한 독점은 의심받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저항의 증거가 바로 가상화폐다. ‘무형의 가치’가 증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된 가상화폐는 지금 자산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기술을 가진 기업과 국가가 동참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외부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 기존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자 여기에도 참여를 하되 게임의 룰은 자신들이 가져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소외받는 빈자(貧者)를 위해 시작된 공정무역이 더 많이 가지려는 부자(富者)를 더욱 부자로 만들고 있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디지털화폐가 시작되면 부(富)는 더욱 집중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기득권의 발권력 독점에 대한 반발이 불러온 불럭체인과 가상화폐는 ‘디지털화폐’의 출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기존 자본시장(A)을 흡수하거나 양립하지 못하고 한 축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는 국가단위의 집중화를 넘어 전 지구적인 집중화가 진행될 것이다. 

과정이 단순화될수록 자본의 쏠림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과정은 단순화될 것이다.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해보자면 대다수 사람들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