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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건강하게, 키치하게, 참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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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예헌 객원기자
  • 승인 2021.12.0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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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패션 트렌드 전망

 

백신을 맞으면 금방 사그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는 2021년을 통째로 앗아가 버렸다. 마스크 때문에 메이크업에 신경을 덜 쓰게 되면서 패션에 치중하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은 요즘, 다가오는 2022년에는 어떤 패션 트렌드가 사랑받을지 살펴보자.


◇ 환경도, 맵시도 놓칠 수 없다: 비건 룩

△ 폐타이어를 재가공하여 부츠로 만들어낸 야세의 첼시 부츠/야세 제공

지구가 아프다. 사실 아픈 지는 오래됐지만, 유독 올해부터 우리가 평생 발붙이고 살아야 할 지구를 위해 다양한 비건 아이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유행이 빨라 수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패션계에도 비건 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가죽, 모피, 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의류브랜드가 늘고 있다. 동물의 털 대신 인공 충전재를 넣고, 인공적으로 배양한 세포조직으로 가죽을 만들어내거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을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멋 좀 챙기겠다고 지구의 수명을 당겨써야만 하는 게 트렌드를 따르는 힙스터들의 숙명이었다면 이제는 기업들의 친환경적인 행보로 소비자들의 죄책감은 줄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옷을 소비하는 일이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럭키슈에뜨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 기업에서도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하여 아우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챙겼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는 한, 비건 아이템은 2022년에도 핵심 트렌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은 돌아오는 거야: Y2K 패션

패션은 10년 주기로 반복된다던데, 두 번 다시는 유행하지 않을 것 같던 20년 전 패션이 다시 돌아왔다. 영화 <클루리스> 속 하이틴 패션이 유행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국내외 패셔니스타들이 <퀸카로 살아남는 법> 속의 2000년대 패션을 힙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어떤 옷이든 버리지 말고 옷장 속에 고이 모셔둬야 하나 싶은 환장할 유행의 주기다.

조금은 유치한 듯 오묘하게 예뻐 보이는 게 바로 Y2K(Year 2000의 줄임말) 패션의 매력이다. 개그우먼 이은지가 2005년의 패션을 재현하며 입었던 깔맞춤 벨벳 트레이닝복이 다시 힙한 여성들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과한 그래픽 무늬의 상의, 버스 손잡이를 연상케 하는 링 귀걸이, 유치할수록 귀여운 꽃반지, 허리 라인이 돋보이는 로라이즈 청바지에 현란한 메탈벨트와 벨리체인 등 옷 좀 입는다 하는 언니들에게 Y2K 아이템이 점차 스며드는 중이다.

△ 세기말 감성을 담은 네스티팬시클럽의 벨벳 트레이닝복/네스티팬시클럽 제공
△ 세기말 감성을 담은 네스티팬시클럽의 벨벳 트레이닝복/네스티팬시클럽 제공
△ 키치한 매력이 돋보이는 브이브이브이의 벨리체인/브이브이브이 제공

Y2K 패션은 한창 사회에 진출하면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 중인 Z세대에게 특히 각광받는 패션이다. 촌스러우면서도 패셔너블해 보이니 좋고, 그때 그 시절도 추억할 수 있어서 또 좋다. 내년에는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Y2K 패션에 동참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2000년대 후반에 수많은 대한민국 여성들이 벙벙한 핏의 카고바지와 알록달록 반팔 카라티를 입게 만들었던 ‘반윤희 패션’이 다시금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 도전만으로도 가치 있다: 젠더리스/젠더 뉴트럴  

패션엔 성별도 없다. 남자도 화장할 수 있고, 여자도 트렁크 팬티를 입을 수 있다. 젠더 뉴트럴은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문 ‘유니섹스’ 보다 더 확장된 개념이다. 아예 젠더 자체가 없는 성, 중립(neutral)을 지향하는 패션이다. 2022년의 패션 트렌드를 전하는 세계 각국의 유명 패션쇼에서도 젠더리스를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소개했다.

이미 가요계에서는 엑소의 카이를 비롯한 다수의 남자아이돌이 크롭 티, 오프 숄더, 이브닝드레스처럼 등이 훤히 드러나는 크롭 재킷, 치마 패션 등을 다채롭게 시도하고 있다. 젠더리스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한 패션쇼에서는 남성용 미니스커트가 공개되기도 했다. 물론 수트를 입고 박력 있는 콘셉트의 곡을 선보이는 여자아이돌도 늘고 있으며, 몸매를 부각시키기보다 편하고 단정한 멋을 추구하는 여성복도 환영받고 있다.

△ 남성복 원단과 봉제로 제작된 퓨즈서울의 젠더리스 슈트/퓨즈서울 제공 

올 초에 배우 봉태규는 <펜트하우스2> 제작발표회 현장에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그는 “아들이 파란색 옷만 입는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치마 패션을 선보인 배경을 밝혔다. 이게 바로 젠더리스 패션을 시도해봐야 하는 가장 명쾌한 설명이 아닐까 싶다. 

유교걸과 유교보이들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파격적인 젠더리스 패션을 소화하기는 아직 무리인 듯싶다. 하지만 2022년 날이 풀린다면 도전할 만한 수위의 젠더리스 룩을 찾아 입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해방감을 맛본다면 진정한 의미의 힙스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예헌 객원기자 specialik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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