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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무너지는 장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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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무너지는 장벽 2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30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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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커피전쟁에서 최종 승리한 업체가 있었으니 커피시장을 정복해버린 스타벅스 얘기다. 토종업체가 아니어서 팔리는 만큼 로열티가 나가기는 하지만 커피업계의 날선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이제는 덤빌 자가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치세를 누리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이 5:5 지분을 갖고 1997년 9월 10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설립됐다. IMF의 환란이 모든 것을 바꾸어가던 시기인 1999년, 스타벅스는 오랜 준비 끝에 1호점인 이대점을 오픈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전국  1500개(2020년 기준) 매장을 보유하고, 2000년 이후 적자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브랜드가 됐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스타벅스는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바퀴베네라고 불릴 정도로 급격히 매장수를 늘렸던 카페베네를 이겼고, 커피빈의 싹을 잘랐다. ‘도장 깨기’로 도전장을 냈던 파스쿠찌, 할리스, 앤젤인어스는 희미하게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가 그나마 견줄 수 있는 규모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커피프랜차이즈가 있지만 진출한 지 20여 년 만에 커피하면 떠오르는 1등 업체는 단연 스타벅스다. 국내 스타벅스 매출은 전 세계 스타벅스 중 5위 규모로 연 매출이 2조원에 다다른다. 

이런 스타벅스가 지난 7월 27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신세계에, 32.5%를 GIC( The 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 싱가포르 국부펀드)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은 2019년 약 400억원, 2020년에는 약 6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지만 이는 자본금에 대한 배당이었다. 매출액의 약 5%를 받는 로열로(재료비, 기술비, 상표권 등)만 2019년 934억원, 2020년에는 716억원을 받았다. 모두 배당금을 넘는 액수다. 

이로 인해 굳이 자본금을 유지하면서 배당을 받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매각되는 50%의 지분(1조3 450억원) 중에서 신세계가 부담하는 인수금액은 4742억원이다. 2000년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투자했던 스타벅스는 20여 년 만에 134배의 시세차익을 보게 됐다. GIC는 앞으로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상장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상장이라는 전략을 위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이익을 성장시키는 전술을 펼친 것이다. 굿즈나 단가를 높이는 단순한 판매실적의 문제가 아니라 신사업에 대한 진출 가능성이 높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예전부터 꾸준히 금융사로부터 지속적인 견제를 받고 있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사이렌오더’ 서비스 때문이다. 사이렌오더는 소비자가 선불카드에 돈을 충전하고 음료를 주문할 때 사용한다. 돈을 예치하고 결제하는 금융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에는 선불충전금 규모가 500억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2018년 941억원, 2019년 1292억을 기록하더니 2020년에는 약 1800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먼저 충전했을 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돈이라서 엄연하게 현금성 자산인 M1에 해당한다. 

시장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카카오나 네이버, 토스같은 회사들이 금융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가장 앞서 있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고 있다. 2018년 3월부터는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전체매장의 60%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환경에 따라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선물충전금의 누적규모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쌓이는 선불충전금은 스타벅스코리아의 밸류에이션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향후 금융업 진출이 가시화된다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업 진출은 복잡한 규제로 인해 포기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현재 상태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다각화하는 데에는 충분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시장 관련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상태에서 분위기만 무르익는다면 상장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의 인기 속에 ‘제페토’에서 스타벅스의 매장을 운영하려는 계획도 알려졌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활용하거나 앱을 통해 전 세계에서 현지 통화로 결제되도록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는 해외결제시스템마저 시도하는 것이라서 금융회사들의 수수료 수익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식음료 사업과 금융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2010년 2416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에는 1조 9284억원으로 상승했다. 브랜드와 자본력으로 음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벅스. 매출 2조원 시대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구조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스타벅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펼쳐 보일지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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