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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나쁜 기업은 벌 받는 ‘소비자 보호 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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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나쁜 기업은 벌 받는 ‘소비자 보호 3법’
  •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 승인 2021.11.1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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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치기.

대항해도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경우에 이런 표현을 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굳이 따지자면 바위가 거대한 기업이고, 소비자인 우리는 계란이다. 우리는 바위를 깰 수 있을까? 

3년째 바위를 치고 있는 계란들이 있다. 2019년부터 터지기 시작한 사모펀드 사태의 피해자들이다. 언론과, 정치계, 기업이 모두 떠들썩하게 한 마디씩 했던 사모펀드 사태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피해자들이 여전히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피해자들에게 “자기가 이득 보려고 투자할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서 피해자인 척을 해?”라고 심한 말도 나온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이득 보려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안 되는 것인가. 

우리가 저축예금, 주식,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다. 대기업인 금융회사도 이윤 추구의 차원에서 금융상품을 파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기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보다 피해자들에게 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했어야지, 각오했어야지”가 아니라 “사기 친 놈은 벌 받아야지”가 먼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안전한 상품입니다. 무조건 원금 상환됩니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친절한 목소리로 고객들을 유혹했다. 사모펀드 사태의 피해자 상당수는 고령이었고 가입 목적이 예금에 가까웠으며 금융회사만 믿고 평생을 일해 번 돈을 맡겼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 하나, 신한 등 시중은행이 고객들에게 사기를 저지를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말은 100% 거짓이었고, 피해자들은 금융회사에 대부분의 자산을 잃어버렸다. 판매를 담당했던 직원들과 은행들은 사기 상품인지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온갖 달콤한 말로 믿음을 강조하던 모습과는 너무 대비되는 모습이다. 무분별한 사모펀드 판매로 사기행위를 저지른 금융회사들은 하나같이 “우리만 책임질 수 없다. 배상할 수 없다”라며 버텼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피해를 본 경우, 우리는 금융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로서 어느 정도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보통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신청하고 답변을 기다리지만, 그마저도 굉장히 무력하고 실질적으로 도출되는 답변은 많지 않다. 개인이 금융회사 등 대기업의 사기행위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며, 피해를 인정받는 것조차 힘들다. 피해자들은 이야기할 수 있는 곳도 없고, 실질적으로 피해를 해결해 줄 기관도 없다. 허술한 법 테두리 내에서 소송으로 이길 확률도 희박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나쁜 기업은 벌 받는 소비자 보호 3법’이 필요하다. 소비자 보호 3법은 ‘집단소송법,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말한다. 

올해 금융소비자법이 제정되었지만,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에 대한 내용이 누락됐다. 기업의 잘못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면 피해금액 보다 많은 금액을 징벌적으로 부과해야 법의 효력이 발생하고, 기업들도 상품을 판매할 때 더욱 소비자 보호에 힘을 들일 것이다. 

또한 개개인이 거대 기업과 소송을 하게 된다면 힘의 차이, 정보의 차이로 인한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현재 핵심 증거들은 기업에 치중되어 있고, 피해자들은 기업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송 과정의 불평등한 절차가 개선되어야 하고,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이 같은 피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되도록 하여 기업과 소비자의 힘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나쁜 짓 하는 기업은 망하는 게 맞다. 하지만 거대 기업들은 법을 강화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침체를 불러올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아주 그럴싸한 이유로 다가온다. 

하지만 기업들의 논리에는 ‘소비자 보호’가 완전히 빠져있다. 이는 기업들이 그동안 소비자 보호는 뒷전인 채 이윤만 추구했다는 의미이며 그동안 사모펀드 사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가습기 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두 번째는 법을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기업이 소비자에게 피해 입히는 나쁜 행위를 하지 않으면 된다. 기업들의 주장을 거꾸로 이야기하면 “법을 강화하면 조금도 눈속임을 할 수가 없잖아”라고 들린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2015년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사모펀드의 진입, 설립, 운용, 판매 등의 규제가 완화되었고 사모펀드 가입금액은 2014년 173조에서 2019년 416조로 5년간 243조원이 증가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과도한 규제완화로 결국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 것이다. 

결국 소비자 피해 문제에 있어 국회는 절대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이제 소비자 보호 3법으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여 국회가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이미 수없이 발생한 대규모 소비자 피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나쁜 기업은 벌 받는 ‘소비자 보호 3법’,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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