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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부모 찬스’와 ‘증여’가 가져온 20대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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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부모 찬스’와 ‘증여’가 가져온 20대 양극화
  • 성해영 소비자기자
  • 승인 2021.11.17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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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일자리’가 계층 사다리 복원에 가장 중요해 31.3%

코로나 이후 저소득층의 경제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고소득층의 경제 상황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 특히 20대에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위 20% 소득만 증가 
코로나19는 세계 경제 대공황에 비길 정도로 각 국가 경제에 쓰나미와 같은 충격을 안겨줬지만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다가오진 않는다.  

통계청은 지난 8월 ‘2021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했다. 소득분위별 가계수지는 상위 20%의 소득을 제외한 전 분위에서 소득이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상위 5분위(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4% 증가해 924만 1000원이었으나 소득 하위 20%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은 96만 6000원으로 6.3% 줄었다. 

20대 상·하위 자산차 39배
양극화 원인은 부의 대물림

자산 상위 20%의 평균을 하위 20%의 평균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을 보면 격차는 더 분명하다. 5분위 배율은 수치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화됐음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20대의 경우 재작년 33.42배에서 작년 38.92배로 증가했다. 30대의 5분위 배율인 23.82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20대에서 5분위 배율 수치가 크지만 소득 격차는 30대보다 작다. 20대와 30대의 경상소득*을 비교하면 상위 20%의 가구의 경상소득은 5262만원, 하위 20%의 경상소득은 2145만원이다. 이를 5분위 배율로 환산하면 20대 소득 5분위 배율은 2.45배로, 30대의 소득 5분위 배율 3.05배보다 낮았다.

*.경상소득이란 가계 구성원이 근로제공의 대가로 받은 근로소득, 자영사업으로부터의 사업소득, 자산으로부터 이자ㆍ배당금 등의 재산소득, 정부나 다른 가구, 비영리단체 등으로부터 이전되는 이전소득 등 정기적으로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을 말한다.

 

소득 격차는 작은데 5배율 수치가 크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자산소득에서 차이가 발생했다는 말이다. 위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상 소득보다 자산 소득의 격차가 더 크다. 자산 격차가 크다는 것은 양극화의 원인이 부모의 증여 등에 의한 부의 대물림에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아파트 증여 건수를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아파트 증여 건수는 2006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많은 5만 8928건이었다. 

김회재 의원실이 ‘연령대별 주택 구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대 이하의 주택 거래금액은 재작년부터 올해 8월까지 35조 537억원에 이른다. 10대 이하의 주택 거래금액도 최근 3년간 3541억원에 달한다. 만 10세 미만의 경우 주택 구입의 59.8%가 증여다. 이러한 ‘부모 찬스’에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해결책은 결국 ‘질 좋은 일자리’ 
악화된 20대 양극화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15일부터 이틀간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계층 사다리’ 복원 방법에 대해 물었다. 

전체 응답자의 31.3%는 ‘질 좋은 일자리’가 계층사다리 복원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는 소득 재분배 정책(19.5%), 이어 고용 안정성 강화(15.4%), 사회 안전망 확대(13.3%), 교육 양극화 해소(5.9%) 순이었다. 기타는 10.0%,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4.5%였다.

성별로 나눠보면 질 좋은 일자리를 꼽은 사람은 남성이 33.7%로 여성(28.9%)보다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60대와 20대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계층 사다리 복원을 위해 50대와 40대는 소득 재분배 정책, 20대는 고용 안전성 강화, 30대는 사회 안정망 확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청년층의 실업률은 9.0%로 전체 평균 실업률의 2.3배였고, 청년 체감실업률은 25.1%였다. 청년 4명 중 1명은 백수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21년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재학생 및 졸업생 65.3%가 구직을 단념했다. 젊은 층 10명 중 7명이 취업을 아예 포기했다는 말이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다고 답한 비율은 고작 9.6%에 불과했다.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부의 대물림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돼 가고, 그 사이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자칫 대한민국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시점이다. 누구에게나 질 좋은 일자리는 삶의 기본이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절실히 요구된다. 

성해영 소비자기자 ldw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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