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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무너지는 장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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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무너지는 장벽-1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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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트스] 지난 8월 삼성카드가 그동안 보유하던 삼성르노 지분을 매각한다는 기사가 났다. 삼성과 자동차의 결별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부터 자동차와 전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그런데 최근 테슬라와 애플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초 애플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애플의 주가는 하늘로 쏘아올린 ‘누리 호’ 같았다.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던 애플이 자동차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발표만으로 주가를 구름 위에서 놀게 한 원인은 바로 하드웨어를 이어줄 소프트웨어에 있다. 

애플이 만든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TV는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작업을 장소가 바뀌더라도 여러 매체를 옮겨 다니며 구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은 애플의 ‘ios(Internetwork Operating System)’로 가능했다.

이는 단순하게 애플이 가진 기능과 기술만으로 소비자를 현혹한 것이 소비자의 삶 속에 파고든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애플의 하드웨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클라우드와 음악, 영화는 하나의 예일 뿐 소비자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용을 더 채울 수 있다. 사용자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애플 시스템과 활용도는 시장에서 소비자 검증을 통과했다. 이는 애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시장이 반응하는 이유는 애플에 유난히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콘텐츠다. 지금까지 자동차로 장거리를 이동할 때 핸들을 잡아야했던 운전자가 할 수 있었던 행동은 전방을 주시하며 통화를 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음악을 듣는 정도가 다였지만 곧 이어질 자율주행 4단계가 실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운전자는 이동을 위해 핸들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손이 자유로워지고 시야를 전방에 두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운전자는 이동하는 시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새로운 잉여가 된다. 이 잉여를 어떻게 보내야할까? 누군가는 잠을 잘 것이다.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책을 읽거나 평상시 못 봤던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다. 이때 소비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온라인의 바다를 헤맬 것이다. 메타버스를 이용해서 박물관이나 공연장 같은 다른 공간에서 움직일 수도 있다. 이동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거나 즐길 거리를 찾게 된다. 아이리쉬 커피를 선택할 때 바텐더가 만든 것과 바리스타가 만든 것을 두고 결정해야 하듯이 앞으로 소비자는 자율주행차량이나 전기차를 선택할 때 삼성전자가 만든 것과 현대차가 만든 것을 두고 결정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예로 든 두 종류 기업 외에도 모든 기업이 집중해야하는 것은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앞으로 찾아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상황이 닥쳤을 때 기회를 잡는 것은 준비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단의식보다 개인의식이 강해지는 사회로 방향을 잡으면서 다양해지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에게 주어진 숙제다. 

SK, CJ 등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다는 계획을 세운 점도 이런 맥락이다. 콘텐츠는 특정 산업분야에서 탈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메타버스와 관련된 분야가 주목을 받으면서 콘텐츠로 더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결국 돈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B2C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모든 기업은 사활을 걸고 뛰어든 상태이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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