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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언제까지 눈치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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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언제까지 눈치만 볼 것인가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21.11.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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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인력이 모여 성과를 냈던 개성공단은 남북이 서로의 장점을 모은다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전 세계 앞에 보여준 새로운 역사였다.    

2003년 6월 100만평(330만㎡) 대지에 1단계 공사를 착공했다. 당시 토지공사는 기반시설공사 후 입주기업에게 분양을 하는데 이때 공장부지는 평당 14만 9천원, 상업용지는 40만원에 분양한다.

토지를 제공했던 북한당국이 받은 돈은 1㎡당 1$였다. 1단계 100만평(330만㎡)을 제공한 북한이 받은 돈은 330만 달러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30억 정도다. 이마저도 받지 않으려던 북한에게 형식적으로나마 계약금으로 지급한 돈이었다. 

2005년 9월 1차 24개 기업, 2차 183개 기업이 개성에 입성했다. 기업이 공장을 세우고 기계가 들여오면서 기계를 다룰 근로자가 있어야했다.

북한 당국은 북한근로자의 임금협상에서 우리 기업 측이 예상했던 기본임금 $100~$200 보다도 훨씬 낮은 $50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연장·야근·특근을 포함해 월 $57로 합의를 본다. 

북한 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생산된 제품들은 남쪽으로 넘어와 판매됐다. 이를 통한 이익은 중소기업들의 몫이었다. 국내에서 유통되던 교복의 약 30%, 속옷의 약 85~90%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2013년 1월 개성공단 총생산액은 20억 달러를 넘어 선다. 

당시 상황은 국내의 높아진 인건비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해외로 이전할 필요가 없었다. 관세도 거의 없었고, 말이 통하다 보니 통역도 불필요했다. 손기술이 뛰어난 근로자들은 이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 숙련도는 갈수록 좋아졌다. 개성공단에서 돈을 못 벌면 지구상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개성공단은 경제적인 효과 이외에도 안보적인 차원에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익이 낳았다. 전체 면적 2천만 평에 주둔하며 경기 북부와 서울을 겨냥하고 있던 북한 6사단과 64기갑사단, 62포병여단을 포함한 6만여 명 병력과 그들이 사용하던 전투 장비들이 모두 송악산 후방으로 이동하면서 위협이 감소됐다. 개성공단이 일종의 안보 완충지대가 된 것이다. 안보에 있어서만큼은 액수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그러나 2016년 2월 10일 설 연휴의 마지막 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한 정부의 발표로 인해 더 이상의 이익은 없었다. 북한은 북한대로 남측기업에 대한 추방을 명령했다. 잔류 중이던 직원들은 물류수송용 차량이 아닌 개인 이동용 차량에 꾸역꾸역 생산품을 집어넣었다. 더 이상 넣을 공간이 없자 차 지붕에 끈을 연결해 제품을 하나라도 더 가져오려고 노력했다. 값싸고 품질 좋았던 제품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당시 입주해있던 123개 기업 중 70여 개 회사가 의류와 연계된 봉제회사였는데 개성공단에 입주한 회사들과 연계된 남한의 기업들까지 영향을 받았다. 늘어났던 일감으로 채용했던 직원을 줄여야했다. 심한 경우는 활로를 찾지 못해 부도와 파산이 이어졌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은 여러 형태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고, 당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근로자중 80%정도가 권고사직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대책 없이 진행한 정부의 정책결정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었다.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가져오지 못한 한 기업의 재고원가는 60억원에 이르렀다. 오랜 신뢰관계를 쌓아왔던 기업들은 제품을 받지 못해서 또는 원자재 값을 받지 못해서 상호간의 내용증명과 소송을 주고받았다. 자금압박으로 인해 자살기도까지 이어졌다.    

1을 투자해 30을 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관심을 받았던 개성공단이었다.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었지만, 기업이 본 손해에 대해 정부는 책임지지 않았다. 새로운 정부에 들어와 두 번에 걸쳐 진행된 남북정상회담과 실무진급의 접촉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행동마저도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며 그 지시에 따라야하는 지금의 정부는 과연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의심이 든다. 눈치를 보며 정책을 진행하는 정치 권력보다는 1단계 공사를 시작하던 2003년처럼 외부 반대도 뿌리치며 과감하게 정책을 진행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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