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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중·저소득층 살리는 규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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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중·저소득층 살리는 규제돼야 
  • 이강희
  • 승인 2021.11.08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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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계 수장들이 교체됐다. 아마도 이들의 쓰임새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을 발표한 금융위원회는 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시작했다. 

가계 대출 증가는 상징성이 크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GDP에 굉장한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가계부채를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누가 규제 대상인가 하는 차원이다. 펜데믹 상태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끝을 모르고 올랐다. 특히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 그로인해 집 없는 서민의 박탈감은 계층 간 위화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고 모든 국가가 경기회복을 위해 시장에 풀어놓은 돈으로 발생한 결과지만 그 바탕에는 가계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한 가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테이터 베이스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가계대출의 잔액은 1666조원이다. 문제는 이 대출의 63.2%는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이다. 신용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들은 저소득층보다 더 저렴한 금리로 더 많은 대출을 받았다. 

이 돈은 어디에 쓰였을까?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추측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대출 규모가 적은 중소득층(25.8%)과 저소득층(11.0%)보다는 고소득층(63.2%)을 대상으로 규제를 해야 함에도 금융위원회는 ‘헛다리’를 짚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 경제의 3대 주체인 정부와 기업, 가계에서 가장 가난한 집단이 가계라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기업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도록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뒷받침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기업이 거둔 이익을 가계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것이 헌법에 명기되어있는 ‘경제민주화’다. 

기업이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는 이유도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라는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그런 이유로 국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납세의 의무를 지키고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이익이 가계 소득으로 이전되는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를 깨지 않는 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살림살이를 줄여도 생활을 위해 가계는 부족한 자금을 대출을 통한 빚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다. 중·저소득층 가계는 파산하거나, 건물 옥상으로 향하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의 자본이익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선 적절한 과세를 하지 못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상위 30%를 제외한 대다수의 가계는 이제 썩어갈 양분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펜데믹은 국가의 책임도 아니고 기업, 국민의 책임도 아니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겨나가느냐는 모두의 책임이 있다. 지금은 가진 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자본주의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기 위한 자본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풀린 재난자금 때문에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 그로 인한 금리인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금리 인상은 가계에 이자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때 대출 규모와 소득에 따른 이자증가분의 제한이 필요하다. 이런 구분을 두지 않는다면 고소득층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중·저소득층만 괴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이야말로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외쳐왔던 선별적이고도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중·저소득층에게 고통을 주는 정책 대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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