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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미술품, 또 다른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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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미술품, 또 다른 버블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0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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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미술품을 향유하는 인구가 늘면서 유명 작가의 작품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사망과 관련해 이슈가 된 상속세는 그 액수와 함께 미술품을 물납하는 방안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은 작품의 수준부터 수량까지 박물관을 만들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관심 속에 금융시장의 혼란과 함께 잠시 침체됐던 미술품 거래시장도 활성화 조짐을 띄고 있다. 무엇이든 적당한 성장과 활성화는 참여자들에게 유익한 과실을 주지만 왜곡된 과열과 버블은 시장에 손상을 주게 돼있다.

작금의 미술시장이 그렇다. 최근 지인과 함께 유명작가(이하 A 작가)의 작업실에 방문했었다. 넓은 작업실에 걸린 작품들을 감상하는 사이 A 작가는 걸려온 통화를 위해 문을 나섰다. 작업실에 걸린 작품을 보던 필자는 우연히 가운데 자리한 책상을 지나다 거래가격이 인쇄된 표를 보았는데, 종이에 적힌 숫자의 자릿수를 보고 조금 놀랬다. 

작품 가격에도 놀랬지만 가격이 변동하는 기간이 너무도 가팔라서였다. 21년 5월까지 800만원에 거래되던 가장 작은 사이즈의 작품이 6월부터는 1000만원에 거래되더니 9월부터는 140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A 작가에게 걸려왔던 전화도 한 중소기업 대표의 배우자가 얼마 전 A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는데 가장 작은 사이즈 작품을 35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는 것이다. A 작가는 갤러리에 10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작품을 팔았는데, 갤러리에서 취하는 폭리가 너무 커서 자신이 작품을 비싸게 파는 것으로 오해를 받았다는 푸념이었다. 
 
그러면서 시작된 미술작품 시장의 거품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들의 관점 위주로 진행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은 건전하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과도한 관심으로, 시장이 과열돼 제대로 활동하는 작가는 오히려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방송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맞지만, 유명세로 작품성도 보장되지 않은 작품이 인정받고 거래되면서 오랜 시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들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품 가격은 올라가기 시작했고 해외의 여러 유명한 갤러리들마저 우리나라 상황을 주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미술품시장의 중심이라고 여겨진 곳은 홍콩이었다. 정치적인 혼란을 겪는 홍콩을 대신해 안정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유럽의 여러 유명 갤러리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우리나라로 진출하고 있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시중 자금은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을 더 올려놓았다.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자금은 코인과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근거가 미약한 코인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과도한 편차의 등락이 발생했고 돈을 번 사람보다는 잃은 사람이 많았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의해 동학개미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개인투자자들은 빚만 남아 그들의 정서마저 갉아먹고 있다. 그 흐름이 미술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작품이라는 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 작품(?)들이 방송인의 유명세를 타고 시장에 유통되면서 가치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늘어난 통화로 돈의 가치가 상실되어가는 이때 새로운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소비자의 취향이 중요해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시중에 풀린 풍부한 자금은 미술품의 가격이 상승하는데 마중물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의 값어치에 눈을 뜨고 있는 소비자들의 접근은 오히려 신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언론과 갤러리의 못된 장난에 피해를 입은 줄도 모르는 선량한 피해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국제적인 아트페어까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면서 과열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수많은 경제 상황을 겪어보았듯이 거품은 거품일 뿐이다. 거품은 꺼질 때 일반 소비자에게 따로 연락하는 등 배려 따위는 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는 전문적인 지식 없이 막무가내로 쓸어 담는 허세를 부리다가 ‘호갱’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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