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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제조업 국가의 부동산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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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제조업 국가의 부동산투기 
  • 이강희
  • 승인 2021.10.25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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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지난 4월 7일 재보권선거를 한 달여 앞둔 3월 2일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의 파장은 컸다. 오랜 세월 동안 뿌리가 깊었던 LH직원들의 ‘신도시 사전투기의혹’이 재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둔 당시 상황과 연관되어 공직자들의 부정비리의 초점이 맞춰졌다. 선거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쟁점 사안이었다. 언론의 연이은 후속 보도에 국민의 비판은 끊이질 않았다. 

이에 여당은 3월 3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의원 174명에 대한 부동산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한다. 6월 7일 나온 결과(12명, 6.9%)로 잡음도 있었다. 탈당과 출당도 이어졌다. 

이에 뒤질세라 제1야당도 나선다. 여당과 같은 수의 투기의혹자가 나왔다. 전체 102명 중에 12명(11.7%)으로 두 당을 합쳐서 276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24명(8.7%)이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거론된 인사 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있을 수도 있고 운 좋게 그물을 빠져나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간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잡음으로 소란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앞장서서 진행한다는 점에서는 물개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가 이렇게도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탈감이다. 철밥통 공직자와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 공무원들은 일반 국민이 다가갈 수 없는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고 정책을 추진하며 그에 대한 근거가 되는 법까지 만들기도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정책으로 파생되는 이익을 선점해서 얼마든지 자산을 불릴 수도 있다. 일반 국민은 자산에서 얻는 이득보다 일해서 버는 수입이 많다. 일해서 버는 수입보다 자산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공직자의 모습이 일반 국민 시선에서 볼 때는 출발선이 다르기에 상대적인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제조업 국가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2018년 지표를 기준으로 2020년에 발표한 통계에서 대한민국의 제조업경쟁력지수는 세계 3위다. 절대강자 독일과 덩치 큰 중국만이 우리보다 제조업경쟁력이 크다. 

1990년 세계 17위였던 순위가 2002년에 11위, 2006년에 5위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4년에 일본 위로 올라섰고 2018년 미국을 따돌렸다. 이에 따른 상장사 수도 증가했다. 대한민국에 상장된 회사는 2014년에 1,834개(코스피773, 코스닥1,061)였던 것이 2021년 7월 기준(한국거래소) 2,315개(코스피810, 코스닥1,505)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도 2014년 1335조원(코스피1192조, 코스닥143)에서 2021년 2,684조원(코스피2,253, 코스닥431)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대한민국의 국토는 남한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 세계에서 110위에 해당한다. 반면, 인구는 세계 28위(51,611,400, 2021년 행안부 기준)에 해당한다. 인구밀도가 높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도 산림이 70%에 해당하다 보니 실제 살아갈 수 있는 땅은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2020년에 이미 5,000조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6월 기준 서울부동산의 시가총액(이하 시총)은 3,446조원이다. 제조업 국가 대한민국의 시총보다도 높다. 주력산업보다 높은 부동산 가치는 근로 의욕을 떨어드리는 주된 요소 중 하나다.   

코로나 19의 위기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여러 조건 중에 제일 큰 것은 제조업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1/4이 넘을 정도로 많은 수의 국민이 제조업에서 일하며 돈을 번다. 

기업의 투자로 근로자의 생산활동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분배가 적절히 이루어져 근로에 대한 의욕이 고취되면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한다. 제대로 된 분배가 안 된다면 소득에 대한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지금과 같이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보다 자산으로 버는 돈이 커지는 늘어나게 된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위화감을 조성하고 계층 간의 거리감은 벌어져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고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적절한 분배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노력한 자보다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져왔다. 이런 적절하지 못한 분배로 인해 열심히 일만 해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일한다면 누구든 잘살 수 있는 나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재분배가 필요하다. 

이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독수리가 오그라든 발톱을 뽑아내고 새로운 발톱이 자라도록 하듯이 그동안 곪은 곳을 드러내야 한다. 돈만 추구하는 투기를 일삼는 나라는 지금처럼 관료의 부정과 비리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국가 존립의 이유가 변질된 지금의 상태에서는 이에 따른 국가경쟁력 저하밖에 기대할 게 없다. 일정 기간 GDP의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공직자를 전수조사하는 과감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부동산 개혁과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자산시장이 안정화될 때 성장동력은 다시 집중화될 수 있고 제조업의 경쟁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덤으로 인구감소에 따른 국가소멸이라는 늪에서도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다.

지금이라도 각 정당 대선후보들이 모여 부동산 대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근본적인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이번 정부가 안된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세대가 좌절을 느끼게 된다면 국가의 미래 안녕은 보장될 수 없다. 우리의 국가가 더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적절한 개혁과 분배는 필수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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