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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퇴직금 50억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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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퇴직금 50억이 남긴 교훈
  • 이강희
  • 승인 2021.10.18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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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20년 9월. 때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아들인 서재휘씨의 병역 문제로 떠들썩하던 때였다.

조수진의원은 ‘국민의 힘’ 소속 동료 국회의원의 군복 입은 사진을 SNS에 게재한 일이 있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곽상도 의원과 그의 아들 곽병채씨였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해병대 전투모인 팔각모와 가슴에 붉은 바탕의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파도치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두 부자가 각각 양손을 허리에 얹고 나란히 마주보는 사진은 누가 봐도 멋진 사나이들의 품새였다. 

1년이 지난 2021년 9월, 두 부자는 1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핫이슈로 떠오른 성남시 ‘화천대유’ 사건 때문이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사건은 성남시가 해당 사업을 공영개발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과도한 수익을 취했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여기에 개입해 막대한 이득을 보았다는 추측에서 시작됐다. 덕분에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된 윤석열 전 총장 이슈가 사라져 이슈를 이슈로 덮는 마술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천대유’의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이하 이변호사)는 과거 국정농단 재판에서 최서원(최순실)씨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주장하던 변호사다. 그는 YT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 가장 기본 틀이 대장동 개발 계획을 민간업자하고 짜 가지고 이재명지사가 민간업자에 거대한 이익을 주게 했다. 그 이익을 상당부분 이재명이 가져간 거다. 이거 아닙니까? 이익이 창출된 거에 대해서 예를 들면 뭐 구체적으로 비리가 드러나고 하면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그냥 어? 그렇게 하는 건 정치공세지. 명백하게”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선후보와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게 있을 턱이 없지. 왜냐면 전부 디지털로 세금계산서 끊어가지고 탁탁탁 진행되는데 거기에 끼어들 여지가 어디 있냐?”고 대답했다.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사가 화천대유 법률고문으로 있으면서 직접 언급한 인터뷰이기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개입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일반적이다. 

대신 시간이 갈수록 문제를 제기한 ‘국민의 힘’에 소속되어있는 국회의원이나 ‘국민의 힘’과 관련 있는 상당수 보수 인사들이 화천대유 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곽상도 의원의 아들인 곽병채 씨가 6~7년을 일하고 대리로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이 50억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1990년생인 곽병채 씨는 올해 32살이다. 시기적으로 대부분의 20대가 취업을 어려워하던 시기에 손쉽게 입사해 도시개발과 관련된 부서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인 곽상도 의원은 2008년까지 25년간 검찰에서 근무 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 인물이다. 잠시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내고 2016년에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 21대 현직 국회의원이다. 누가 봐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추론할 수 있는 위치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취업을 도왔던 것일까? 아니면 이재명 시장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민간회사에 실권을 쥐고 있던 박근혜 정부의 인사들이 실력행사를 한 것일까? 어느 쪽이 맞는지는 밝혀져야 하겠지만 이미 자명하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 아무런 사과도 없이 몰랐다고 하는 것은 파렴치(破廉恥)다.  

재산신고 1~2억원을 누락하거나 5~60대 연령 국회의원이 부동산에서 거둔 10~20억원 투자수익에 대해서도 국민적 지탄이 나오는 현실에서 30대 초반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에 대해 곽상도 의원은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이미 아들과 손절한 것인가? 오늘날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6~7년 근무한 30대 초반 젊은이가 퇴직금 50억 원을 받는다는 것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선 맞지 않다. 이 모든 게 곽병채의 능력만으로 가능했을까?

화천대유에 있는 관계자나 초기단계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부정하고 있지만 현재 제1야당에서는 대장동 사업이 처음부터 많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이에 따라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은 성남시민에 대한 배임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렇다면 대장동사업에 연루돼 이름을 올린 제1야당의 집안 식구들의 입장은 무엇일까? 지금 드러나는 사실들을 볼 때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이 속한 새정치민주연합을 배제한 채 다른 당 인사들의 이익을 위해 해당(害黨)행위를 했다는 결론이다. 이 사안은 정치적으로 몰고 가기에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대장동 문제로 드러난 것과 같이 민간개발로 인한 이익은 소수 참여자에게만 돌아간다. 공영개발과 더불어 해당 지자체의 시민들이 소액으로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만들어서 개발이익은 적더라도 많은 이가 함께 나누고 위험은 분산시켜야 한다.

작게는 지자체가 얻은 이득에 대해선 주민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고, 크게는 국가가 얻는 이득은 국민의 살림살이에 쓰여야 한다. 나아가 명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국민도 공부해야 한다. 경제와 금융에 조금만 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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