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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낙인효과 그리고 “공중제비 도는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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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낙인효과 그리고 “공중제비 도는 새끼들”
  • 이강희
  • 승인 2021.10.1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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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누군가는 보편을 이야기하고 누구는 선별을 말한다. 각자 논리는 정연하여 틀리다 할 수 없고, 그에 따른 긍정과 부정도 명확하여 부정할 수 없다.

서로의 논리적인 시각차가 있음에도 우리는 합리적인 것을 택해야 한다. 다만 ‘선별’을 선택하는 순간 ‘구분’을 지어야 하고 구분은 자칫 갈등과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2017년 발표된 무상급식과 낙인효과를 연구한 논문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를 보내는 서울시 중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 대상자가 많은 학교와 적은 학교를 비교해 무상급식으로 인한 낙인효과가 학습성취도에 영향을 주는지 관찰한 내용이다.

무상급식 대상자가 적은 학교의 대상자보다 무상급식자가 많은 학교에서 무상급식 대상자의 자아존중감, 교우관계를 비롯한 학업 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1학년 때 발생한 격차는 3년 내내 이어졌다.

두 집단 모두 소외감이나 낙인을 느끼지만 소수일 때보다 다수일 때 덜 느낀다는 말이다. 소수일수록 차별로 인한 소외감을 심하게 느끼고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결과다.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이 많을수록 소외감은 덜하다. 결국 처음부터 구분과 선별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소외감이나 이질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비슷할 듯하다. 

공자는 유교 경전 ‘논어’ 계씨(季氏)편에서 ‘不患寡而患不均(불환과이환불균) 不患貧而患不安(불환빈이환불안)’이라 했다. 위정자를 향해 ‘백성이 적은 것보다 불평등한 것을 걱정하고, 백성이 가난한 것보다 불안해하는 것을 걱정하라’고 말했다. 그만큼 사람은 불균형과 불안을 싫어한다. 불안은 공포로 인한 심리적 동요를 불러오고, 불평등은 긴장과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불평등을 싫어한다. 

얼마전 지급된 제5차 재난지원금에서 알 수 있듯이 기재부 정책은 불필요한 갈등을 낳았다. 88%에 포함되지 않은 12%의 국민 중에는 자신이 왜 12%에 해당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잖았다. 

일부 국민이 제기한 이의에 민주당과 기재부는 2%에 대한 추가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국민은 불만이 없을까? 제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했을 때 신청하지 않은 1%와 신청했으나 사용하지 않은 4%를 포함한 5%를 제외한 전체 국민의 90%에게 5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면 남은 5% 국민의 불만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전히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가 11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 1~2조 원을 덜 쓰려고 ‘88%’라는 잔머리를 굴리다가 돈은 돈대로 쓰면서 칭찬보다 불평을 듣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재난지원금은 민생을 위한 씀씀이로 시장에 풀리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때 발생하는 세금으로 일부가 돌아오기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 국민의 삶에 숨구멍을 뚫는데 이렇게 인색해서야 되겠는가?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여론의 뭇매는 배려와 세심함으로 국민 마음을 살피지 못한 예견된 결과다.

처음부터 보편 지급했다면 없었을 갈등이다. 차별은 갈등을 내포한다. 우리나라 군사정부의 지역 차별은 지역감정이라는 갈등을 가져왔고 잉글랜드의 식민지 차별은 아메리카 독립전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장기화하며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졌고 이로 인한 계층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재난지원금 받으면 좋아서 공중제비 도는 새끼들이 인터넷에선 존나 쎈척하네”와 같은 계층 비하성 발언까지 등장했다. 고소득층과 지도층이 일반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앞으로도 선별로 인한 차별이 갈등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이를 부인할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없다. 따라서 책임 있는 당국자는 국민을 갈등 관계로 몰아넣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기보단 단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비 부담능력을 따지기에 앞서 환자의 목숨은 우선 살려놓고 봐야 하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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