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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증기기관과 철이 만난 이뤄진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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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증기기관과 철이 만난 이뤄진 산업혁명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16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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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목재로 열을 내 철을 재련했던 시절, 목재의 가격이 비쌌던 잉글랜드에서는 철을 제련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었다. 반면 울창한 산림으로 목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러시아와 스웨덴에서는 이를 활용해 철을 생산했고 가격도 잉글랜드보다 저렴했다.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잉글랜드에서는 철을 생산하기보다 주로 수입에 의존했다. 

하지만 코크스를 활용해 고열을 얻게 되자 잉글랜드는 러시아와 스웨덴의 철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았고 오히려 프랑스와 같은 대륙 국가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철은 돈을 끌어왔다. 철의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철을 이용한 여러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시에 런던이 점점 커지면서 부족해진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비싼 목재보다 석탄의 수요가 증가했다. 석탄을 채굴해 광산 갱도가 깊어지면 물이 고인다. 작업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물을 퍼내야했다. 이때부터 사용된 것이 증기기관이다. 비슷한 시기에 세이버리와 뉴커먼은 광산의 물을 퍼내는 최초의 증기기관을 만들어낸다. 이를 보완해 훨씬 강력한 동력을 끌어내는 증기기관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제임스 와트’다. 

증기기관은 물이라는 액체가 100℃ 이상 되면 수증기로 변하면서 부피가 약 1700배로 증가할 때 발생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증기기관은 열을 올리고 식히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이때 발생하는 동력을 활용한다. 하지만 식은 열을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많은 연료사용과 큰 덩치가 단점이었다. 이를 별도의 ‘챔버’로 보완하고 ‘크랭크’를 통해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연결하면서 연료 효율은 좋아졌고 크기는 소형화 됐으며 운동형태 변화을 통해 다른 분야로 접목이 가능해졌다. 

증기기관은 탄광에 고인 물을 퍼내는 단순한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제조업에 도입돼 양모나 면화를 옷감으로 만드는 방적기술의 혁명을 가져왔다.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증기기관은 옷감을 대량으로 생산했고 자연히 가격은 하락했다. 식민지 시대 수입 품목이었던 면직물은 어느새 잉글랜드의 수출품이 됐다. 바람이나 물을 이용한 풍차와 수차로 밀을 빻았던 제분업의 효율도 증기기관을 통해 생산효율을 높였다. 

1845년 잉글랜드 바다에서는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 최초의 철제 증기선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증기선으로 대서양을 중심으로 잉글랜드의 브리스톨과 아메리카의 뉴욕을 오가며 여행객과 화물을 실어 날랐다. 

육지에서는 1804년 석탄을 실어 나를 증기기관차가 발명되지만 레일이 목재다보니 너무 쉽게 닳았다. 속도를 내기 어려워 제대로 쓰이지 못했지만 코크스 기술 발달로 단단한 철을 만들어낸다. 1830년에 리버풀과 맨체스터를 사이를 오가는 여객용 철도가 최초로 놓인다. 사람들의 이용이 늘면서 철도의 길이는 꾸준히 증가해 1859년에는 1만km가 넘었고 1890년대에 들어 3만km가 넘는 철도가 놓인다. 걷거나 말로 가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던 거리가 수일 내 왕복이 가능한 거리로 변했다. 말과 마차로 이용했던 화물은 더 많은 양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운송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한 가격하락은 곧 경쟁력이었다. 

자연에서 얻는 바람과 물이 아닌 물리적으로 발생시킨 동력과 여러 장치를 통해 만들어 낸 재화의 효과는 엄청났다. 풍부한 양을 자랑하던 잉글랜드 석탄은 증기기관과 철을 만나 산업혁명을 낳았고 유럽의 공장으로 자리를 잡는다. 대량으로 생산된 품목들은 유럽대륙을 넘어 팔 수 있는 수요처가 필요했다. 

결국 잉글랜드는 수요와 공급을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식민지 건설에 뛰어든다. 이러한 제국주의 정책은 빈부 격차가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자리하는데 역할을 한다. 식민지의 성장이 대영제국 부(富)의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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