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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가짜 돈과 정보를 언급하는 펜은 꺾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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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가짜 돈과 정보를 언급하는 펜은 꺾어야 한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13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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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지난 8월 25일 자 조선일보에는 ‘연금 68만원 받아 사는데, 건보료 28만원 내라니…’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언뜻 보면 수입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과도하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 문제를 제기한 기사 같다. 내용은 누구나 예상하듯 수입이 적은데 건강보험료는 많이 낸다는 흐름이다. 기사에 인용된 사례도 기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줄 사례를 모아 맞춤설정으로 구성됐다. 
 
기사의 내용인즉 이렇다. 매달 국민연금으로 수입이 90만원 사람이 매달 공무원연금으로 수입이 190만원인 사람보다 건강보험료를 더 낸다는 내용인다. 헌데 뭔가 말이 맞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이 많이 버는 사람보다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겠는가. 

알고 보니 매달 국민연금으로 90만원을 받는 사람은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했다. 반면 공무원연금 190만원을 받는 사람의 주택 가격은 7억원이다. 

이 기사에서는 수입이 적은 사람이 건강보험료를 더 낸다는 푸념 외에 한 가지를 더 드러내고있다. 바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차별이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별도로 운용되며 국민연금가입자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은연 중 독자 의식에 심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공무원연금이 별도로 운용된 이유는 무엇인지, 과연 그들만의 특권인지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선 임기를 시작한 1969년 11월 6일 당시 국무총리였던 정일권은 나라의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공무원을 선두로 범국민 운동을 벌이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또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연금 사업을 통해 퇴직공무원의 사회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민간에 비해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의 이탈을 막고자 내놓은 정책이었다. 더 참고 일하며 기다리면 나라가 노후를 책임져주겠다는 말을 믿은 공무원들은 적은 급여에서도 오랜 기간 연금을 냈다. 
 
당시 공무원이 급여의 5.5%를 내고 정부가 5.5%에 해당하는 같은 금액을 내 공무원 사회가 정부에 대해 신뢰하는 데 일조했다. 가난한 정부에서 일해야 하는 공무원을 위해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공무원 급여가 매년 오르면서 인상분 일부를 직접 지급하기보다 연금에 넣도록 해 시중에 돈이 풀려 물가가 상승하는(인플레이션) 것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역할을 했다. 

공무원연금은 중화학공업을 위한 ‘국민투자기금’에도 참여해 산업을 일구는 데도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이 개인과 회사가 각 4.5%씩 납부하는 반면 공무원연금은 연금납부금이 꾸준히 상승해 2021년 현재 개인과 정부가 각 9%씩 납부한다. 

2016년 1월 1일 개정 이전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최소납부 기간이 20년이었다. 이렇듯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국민연금수령자와 공무원연금수령자 차이를 무시하고 언론은 아직도 단순비교한 자료를 ‘국민의 알 권리’라는 핑계로 언론사 입맛에 맞게 각색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엄연히 다른 운용체계를 가진다. 언론은 기사를 통해 고액자산가와 국민연금 가입자 일부의 불만을 공무원연금 수급자에게 집중시키고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기 위한 여론몰이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정 언론의 이런 노력과 영향력 덕분(?)이었을까. 공무원연금을 만든 아버지의 뜻과는 다르게 공무원연금의 근본 취지를 무력화한 무능한 딸이 나오기도 했다. 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한 필수재인데도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 싸움에 휩싸여 언쟁과 정쟁의 대상이 되는 갈등요소로 쓰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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