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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부(富)는 바람처럼 떠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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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부(富)는 바람처럼 떠돌아다닌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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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내의 대륙과 국가를 옮겨 다니던 부... 약소국을 탄압하고 착취하면서 성장한 유럽 선진국
특정 지역으로 쏠리며 열강들의 아시아 지역 식민지 쟁탈로 이어져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먼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들이 많다. ‘스타트렉(Star Trek)’은 2200년이란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1966년에 TV시리즈물로 제작된 이래 영화와 게임을 비롯해 새로운 내용으로 여러 시리즈가 제작돼 트레키(Trekkie)라는 열성팬을 만들 정도로 나이와 성별, 동서양을 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93~1999년까지 7개의 시즌으로 구성된 ‘딥스페이스 나인(Deep Space Nine, DS9)’은 침략자 일본 역할의 ‘카데시안’과 침량 당하는 조선 역할의 ‘베이조 행성’으로 인해 더욱 마음이 갔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갈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스타트렉처럼 전 우주를 상대하는 ‘은하 행성 총 연방(United Federation Of Planets)’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인류는 분명 지구 안에서만 경제활동을 할 것이다. 우주의 부를 지구로 가져오거나 지구의 부를 우주로 옮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지구 안에서 모든 자본과 재화가 움직일 것이다.

큰 틀에서 지구의 ‘부(富)’는 지구 안에 있지만 세밀하게 보면 대륙과 국가를 옮겨 다니고 있다. 이런 부는 동서양의 각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창출되고 유지됐다. 15세기부터 유럽에서 시작된 대항해시대와 17세기부터 시작된 주식회사가 결합하면서 시작된 식민지 확보는 각 지역에 고루 분산돼 있던 부가 유럽이란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현상을 낳게 됐다.

베네치아는 비잔틴(동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공백이 발생한 동지중해의 무역을 독점했다. 1300년경 100톤 이상 화물을 실을 수 있었던 범선은 조선술의 발달로 1550년경에는 280톤 이상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아나톨리아반도 아래 분단된 섬 키프로스가 있었다. 서아시아지역과 교역하기 유리한 위치여서 동지중해무역의 중심지였지만 범선을 만들어 운용할 능력이 없었다. 서유럽에서 규모가 컸던 상업지역인 벨기에 플란데런(Vlaanderen, 영어 플랜더스)도 마찬가지였다.

1318년 이후에 시작된 키프로스 항로와 1320년 이후에 시작된 플란데런 항로를 중계무역하면서 베네치아는 많은 부를 쌓았다. 15세기 중반부터 키프로스는 설탕도 생산하기 시작해 이를 독점한 베네치아는 더 큰 이득을 봤다. 설탕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감미료로 미국과 런던에는 설탕에 투자하는 선물(先物, futures contract) 거래상품이 있을 정도다.

포르투갈은 베네치아의 설탕무역을 부러워했는데 리스본에서 조금 떨어진 모로코 옆 마데이라 제도를 발견하자 설탕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나갔고 1450년경에는 연간 100톤 정도의 설탕을 생산하면서 베네치아의 독점체제를 깼다. 1500년경에는 연간 2,500톤까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포르투갈은 독점에 가까운 설탕무역을 실시했다. 브라질로 진출한 이후 1580년까지 연간 2,300톤을 생산하면서 오히려 서유럽 설탕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당시 유럽에서 금보다 비싸게 팔리던 향신료를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세력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초반에는 세력균형이 이루어져 있었으나 17세기 중반에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네덜란드 상선의 엄청난 성장으로 거대한 선단을 꾸리게 된 네덜란드는 포르투갈을 대체하는 주요 상단이 됐다. 네덜란드는 동인도에서 포르투갈이 가지고 있던 무역지대를 하나씩 인수하면서 향신료무역에 대한 우선권을 얻었고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1623년에 암보니아에 있던 잉글랜드 사무소를 습격한 네덜란드가 사무원들을 살해한 '암보이나 사건'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잉글랜드가 철수하면서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게 된 네덜란드는 아시아와 유럽의 부까지 유입했다.

부의 쏠림 현상은 이후에도 동남아시아지역에 대한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로 이어지면서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선진국이 많이 포진해 있는 유럽지역이 풍요로울 수 있는 것은 식민지를 탄압하고 착취하면서 유입한 부가 그 안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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