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 집콕시대... '층간소음'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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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19 집콕시대... '층간소음' 주의보
  • 김혜민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1.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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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재택근무·수업·홈파티 증가하면서 소음도 함께 ↑
이웃 간 신뢰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회 문제... 경각심 갖고 근본적인 해결책 찾아야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입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관리사무소에서 안내 말씀드립니다. 최근 층간소음으로 괴로워하는 주민들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뛰거나 새벽에 걷는 소리..."

최근 관리사무소의 층간소음 주의 안내 방송이 잦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과 사람 간 거리는 멀어졌지만, 집과 집 사이의 거리는 예전보다 매우 가까워진 탓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홍 모 씨는 요즘 층간소음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지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밤낮으로 윗집의 쿵쿵거리는 소리에 관리사무소에 신고도 하고 직접 아랫집에 쪽지를 써보기도 했지만 달라지는 점은 없다며 이사를 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층간소음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하루종일 집 안에서 뛰어논다. 아랫집에서 항의도 들어오고 이웃 얼굴 보기 창피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주의를 줘보지만 일시적일 뿐이라 스트레스다.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명 '집콕시대'가 대두되면서 이처럼 층간소음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시민이 대폭 늘었다. 사상 초유의 거리두기 강화로 학교 수업 비대면 전환, 식당·카페·헬스장·학원·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으로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특히 헬스장 대신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의 경우 격렬한 몸동작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밤 9시 이후 갈 음식점이 없기 때문에 집에 여럿이 모여 술 파티를 벌이며 소음을 유발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한국환경공단에 의하면, 지난해 1월 1,920건에 불과했던 층간소음 민원 접수현황은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3월 3,000건을 넘어서더니,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된 9월에는 무려 4,000여 건에 달했다. 심지어 12월엔 6,145건으로 연초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접수 건수는 3만 6,105건으로, 2019년 2만 6,257건, 2019년 2만 8,231건, 2017년 2만 2,849건, 2016년 1만 9,495건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웃 간에 감정싸움이 심해지면서 사적 보복으로 번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최근 방송인과 개그맨 가족이 층간소음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일명 '층투(층간소음 미투)'가 쏟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층간소음 보복 스피커를 아이디어 상품으로 판매하기까지 하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민낯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랫집에서 층간소음 복수를 위해 스피커 등으로 의도적인 보복소음을 낼 경우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처지가 역전될 수도 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악기, 라디오, TV 등의 소리를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해 이웃을 시끄럽게 하면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등'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층간소음의 대부분이 아이들이 쿵쿵 뛰거나 걷는 발소리이고, 그다음이 망치질, 청소기, 가구 끄는 소리 등이다. 다시 말해 층간소음이 악기, TV, 노랫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법적 처벌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보복성 소음으로 되갚아 준다든지, 오히려 피해자가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등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 122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또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출처 : 소비라이프

먼저, "코로나19 이후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75.4%가 있다고 대답해 10명 중 7명은 층간소음에 대한 경험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 소비라이프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은 적이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였는지 수치로 물어봤다. 1부터 10까지의 스트레스 지수 중에서 스트레스 지수 7이 36.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전반적으로 수치가 높은 쪽으로 응답이 치우쳐 있어 응답자들이 강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소비라이프

이어서 "층간소음에 어떻게 대처했느냐"는 질문에는 60.7%가 '관리사무소에 연락'한다고 답했으며, 이어서 20.4%가 '이웃집에 쪽지를 남긴다', 15.2%가 '참고 견딘다', 2.9%가 '경찰에 신고', 0.8%가 '층간소음 관련 분쟁 절차를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층간소음을 경험한 대부분의 시민이 참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해결을 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출처 : 소비라이프

다음으로 "층간소음에 대처한 결과 층간소음이 줄었냐"는 질문에는 '조금 그렇다'가 54.9%로 가장 많았고, '전혀 그렇지 않다'가 22.9%, '보통이다'가 18% 순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으로 층간소음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으나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 심지어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 번째 질문에 '참고 견딘다'라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그 이유에 대해 자유롭게 서술해 달라는 항목에는 '건의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참고 산다', '이웃의 보복이 두려워서', '매일 보는 이웃이라 껄끄러워지는 것이 불편해서'라는 의견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본인만의 의견을 자유롭게 서술해 달라는 항목에는 '경찰에 신고해도 왔다 가면 그만이다. 단순 주의 외 더 강력한 제재 수단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아닌데도 아랫집에서 나에게 층간소음을 유발했다며 신고해 불쾌했던 적이 있었다. 신고를 하기 전에 원만하게 대화를 했으면 내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층간소음이란 공동주택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으로서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이다.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한 '직접충격 소음', 그리고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인한 '공기전달 소음'을 말하며 욕실,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 또는 배수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된다. 직접충격 소음의 기준은 주간인 오전 6시~오후 10시의 경우 1분간 등가소음도 43dB 이상, 최고소음도 57dB 이상이다. 야간인 오후 10시~오전 6시의 경우에는 1분간 등가소음도 38dB 이상, 최고소음도 52dB 이상의 기준이 적용된다. 공기전달 소음은 주간의 경우 등가소음도 45dB 이상, 야간에는 5분간 등가소음도 40dB 이상의 경우를 말한다. 등가소음도란 측정 시간 중 변화하는 소음의 평균치를 말하고, 최고소음도는 측정 시간 중 가장 시끄러운 값을 말한다. 냉장고 구동 소음이 평균 50dB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까다로운 기준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또한 측정 소음기를 구비하고 있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층간소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소음 및 해결방법은 다음과 같다. 에어컨 실외기나 보일러, 세탁기, 건조기, 운동기구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층간소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인테리어 소음과 동물 짖는 소리 또한 공동주택별 관리규약을 참고하므로 관리사무소에 별도의 문의가 필요하다. 대화소리 및 고성방가, 우퍼소리 등은 층간소음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경범죄 처벌법의 '인근소란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할 경찰서로 문의하면 된다. 하지만 처벌이 10만 원 이하에 그치며, 고의성이 없다면 처벌조차 어렵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층간소음은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보다 벽과 바닥이 울려 진동으로 전달되는 소음이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또한, 진동소음은 60%가량이 아랫집으로 전달되고, 나머지 40%는 윗집을 비롯해 2~3층 아래와 대각선 방향으로 퍼진다. 그렇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의 윗집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단언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층간소음을 전혀 유발하지 않았거나, 민원이 들어온 시간대에 집을 비워놨음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 민원을 받은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층간소음의 원인으로 건설 시공상의 문제도 크다. 지난 2019년 수도권 등 조사 대상 아파트의 80~90%에서 완충재 품질 성적서 조작, 측정 값 조작 등 19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적발돼 감사원이 국토교통부와 LH(토지주택공사) 등에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개선이 진행되지 않았고, 현재도 '콘크리트 바닥 두께 210mm 이상' 등의 시공 조건만 충족하면 층간소음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본다. 다만 최근 층간소음 논란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2022년부터 아파트 준공 후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실측하고 확인하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 밝혔다. 이에 관련 건설업계에서도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층간소음 저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먼저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층간소음 발생 사실을 알리고 차음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소음을 줄여달라는 여러 번의 요청에도 층간소음이 지속되는 경우, 입주자는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센터의 상담 이후에도 갈등이 지속될 경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또는 관할 시·도에 설치된 지방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또는 관할 시·군·구의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피해를 끼친 입주자는 층간소음 방지 매트나 층간소음 실내화 착용 등 층간소음을 줄이는 데 협조할 것이 요구된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겨울철을 맞이해 민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사실상 마땅한 해결책이 있다기보다는 아래층과 위층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 재상담 접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 보상을 받게 되더라도 윗집에 사는 사람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층간 소음에 대한 분쟁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사실 없는 수준"이라며 "휴식을 취하는 주거지인 만큼 고통을 참지 말고, 번거롭지만 소음측정기를 통한 동영상 촬영 등 증거물을 선제적으로 수집해놓는 것이 좋다. 증거물을 구비한 뒤 피해 보상 청구를 했을 때 500만 원가량 배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당부했다.

다행히도 증가하는 층간소음 민원에 환경부는 21일 건강 영향 중심의 소음 관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4차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공동주택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을 사후 확인하는 아파트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도입한다. 또한 입주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로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층간소음 예방 교육을 위한 전문 인력도 지속해서 양성할 계획이다.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라는 속담이 말해주듯 먼 과거부터 이웃은 그만큼 귀한 존재였으며, 우리나라는 이웃 간의 배려를 큰 미덕으로 여겨왔다.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소중한 이웃을 '발망치'로 칭하거나 심한 경우 살인까지 저지르는 현실은 과거와는 많이 대조되는 모습이다. 방음이 취약한 공동주택의 경우 3cm 이상 두꺼운 슬리퍼 착용하기, 어린아이들이 있는 세대에서는 층간소음 매트 깔기, 새벽에 시끄럽게 떠들거나 운동하지 않기 등 서로를 배려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하지만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바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이 바닥은 이웃의 천장이라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면서 살아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더욱더 이웃을 배려하고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가족, 친척보다 가까이에 살고 있는 이웃과의 갈등을 보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시민의식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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