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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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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은 최악!
  •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 승인 2020.12.1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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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 정부·여당 취지
‘작은 이익’을 위해 ‘큰 손해’에 눈을 감아버린 결정은 아닌지

[소비의 창/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최근 정부·여당이 당정 협의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4%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대부업계는 물론 제2금융권 전체가 바짝 긴장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도 또한 대체적으로 우려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이번 금리 인하의 취지는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데 수긍이 간다.

금융권에서는 벌써 연 20%를 초과하는 대출을 신규 취급하지 않고 기존 대출을 회수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저신용자가 불법 사채로 내몰릴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낮아진 때가 2018년이었다. 인하 후인 2019년 대부업체 신용대출 규모는 3조 원, 대출자 수는 45만 명이나 줄었다. 반면 2016년 34.9%에서 27.9%로 낮아진 뒤인 2017년 신용대출 규모는 큰 변동이 없었고(오히려 4천억 원 늘었다) 대출자 수에 있어서도 3만 명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런 현상으로 미루어 볼 때 현재 대부업체가 감내할 수 있는 이자율 하한은 24% 정도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언론 분석에 따르면 20%로 인하될 경우 60만 명이 대부업체에서조차 퇴출되고 그 규모도 3조 원 이상이라고 한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최고이자율을 4%포인트 인하할 경우 대부업 이용자가 받는 이자이익은 년간 약 1,560억 원인 반면 대부업에서조차 퇴출되는 수가 약 7만 6천 명에 이르며 이들이 불법 사채로 갈 경우 최소 년 7,620억 원의 이자부담에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통상의 금융 환경에서도 이런 분석이 나오는데,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대입하면 더 심각해진다. 현재 과잉공급된 유동성에다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시행되고 있어 실제로는 연체됐어야 할 대출이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면서 ‘착시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 3월 유예기간이 끝나면 숨겨졌던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이 부분은 대부업체조차 흡수할 여유가 크게 줄어들어 추가로 불법 사채 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취지지만 ‘작은 이익’을 위해 ‘큰 손해’에 눈을 감아버린 결정이 아닌가 싶다.

일본이 10년 전 최고이자율을 29.2%에서 20%로 인하한 후 현재 대금업체 수가 73%나 줄었고 대출 규모도 30조 원이나 감소했으며, 불법 사채 이용자 수는 7배나 증가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고이자율 인하 속도에도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2002년 최고이자율 연 66%에 이르는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 2007년 49%로 인하했고 2018년 24%로 인하하기까지 16년 동안 6번의 추가가 있었다. 평균 2년 8개월에 한 번씩 인하한 꼴이다. 반면 일본은 1983년 73%로 시작해 2010년 20%로 낮추기까지 27년 동안 4번의 인하가 있었다. 6년 9개월에 한 번씩 인하하면서도 다음 인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조건에 하겠다는 내용을 법률의 부칙에 상세히 나타내었다. 그래도 지금 일본 대금업은 거의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최고이자율 인하 시점의 ‘공통점’에 관한 것이다. 2007년 인하 때는 대선과 총선이, 2010년(44%)엔 지방선거가, 2011년(39%)엔 대선과 총선이, 2014년(34.9%)에는 지방선거가 있었고, 2016년(27.9%)엔 대선과 총선이, 2018년(24%)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내년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가 있다. 20% 최고이자율 시행은 내년 하반기라 하지만 내년 4월 보궐선거에는 분명 여당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이 27년 동안 금리를 4번 인하하면서 시장이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것과 비교할 때 분명 16년 동안 6번, 그것도 미리 어떤 과정이나 조건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전격적으로’ 인하한 우리의 경우는 그 사정을 ‘정치적 의도’에 문의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서민의 금융 이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와 반대의 결과가 예견되는 최고금리인하 결정을 재고해 볼 것을 촉구한다.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는다면 그것만큼 최악인 경우는 없을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소비라이프Q 제158호 소비의 창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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