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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10명 중 7명 "생리대 대리구매 경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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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10명 중 7명 "생리대 대리구매 경험 있다"
  • 김혜민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2.0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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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대상 생리대 대리구매 경험 실태조사
상당수 "아무렇지 않았다"... 생필품으로 인식
출처 : 오드리선
출처 : 오드리선

[소비라이프/김혜민 소비자기자]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품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남성들은 생리에 대해 가정 혹인 보건 수업 시간에 이론적으로만 배우다 보니, 생리 주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생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여성의 생리 주기는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심리적 스트레스나 컨디션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며칠 앞당겨지거나 미뤄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여성들은 보통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생리에 대비해 비상용 생리대를 한두 개 정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예상 날짜가 아닌데 밖이나 공공장소에서 갑작스럽게 생리가 터져서 곤란했던 경험은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던 생리대 때문에 사춘기 남녀 사이가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다. 짓궂은 남학생이 여학생의 가방을 뒤지다 우연히 생리대를 발견하고 본의 아니게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거나, 변태로 낙인찍혀 놀림감이 되는 스토리는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중에서도 마트나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인이 된 후에도 차마 '생리대'라고 말하지 못하고 '여성용품'이나 '그거'라고 지칭하거나, 생리대에 대한 부끄러운 인식 때문에 여성 직원이 있는 경우에만 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가게에서는 생리대를 구매할 경우 다른 물건들과 달리 별도의 봉투에 담아서 주기도 한다. 이처럼 생리대를 간접 지칭하는 문화는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친환경 여성용품 브랜드 오드리선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일간 남성 250명을 대상으로 '남성 생리대 대리구매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의 남성이 생리대를 대신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대리 구매 행동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77.2%가 생리대 대리구매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으며, '경험이 없다'라고 답한 비율은 22.8%에 그쳤다. 생리대 대리구매 시 느낀 감정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았다'라고 답한 대상자가 79.8%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으며, '부끄러웠다'라고 답한 비율이 20.3%, '기타'가 0.4%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남성 10명 중 7명이 여성의 생리대를 대신 구매한 적이 있으며, 대다수가 이러한 행동이 아무렇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생리대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고 '감춰야 할 것으로 취급'하곤 했다. 2016년 이른바 '깔창 생리대' 논란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생리대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 한 남성 의원이 "생리대라는 용어는 거북하니 위생대라 쓰자"고 제안했던 것은 생리대에 대한 남성들의 부정적 인식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따라서 이번 설문 조사는 다소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 셈이다.

조사 대상자의 대리구매 대상에 대한 질문에는 56.9%가 '가족', 41.1%가 '애인'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그밖에 '친구'가 1.5%, '기타'가 0.5%로 조사됐다. 대리구매 시 제품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지정한 제품'이 96.5%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는데, 이는 생리대를 직접 사용하는 실사용자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성들이 생리대를 구입할 때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확고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리구매 시 느낀 불편함에 대한 질문의 응답으로는 '불편함이 없었다'가 34.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편의점, 드럭스토어, 자판기 등 생리대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많아져 생리대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반면 대리구매 시 불편을 느낀 응답자의 28.1%가 '종류가 너무 많음', 18.4%가 '주변의 시선', 17.1%가 '제품 정보 부족'이라는 이유를 꼽았다.

오드리선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생리가 '그날'이나 '매직' 등으로 우회적으로 불릴 정도로 숨어있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생리에 대한 인식과 함께 생리대도 당당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품이다. 과거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린다"라는 매직스 생리대 광고가 히트를 친 이후, '마법'이라는 말이 여성의 생리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어 그동안 부끄러워하고 숨겨야 했던 생리를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여성들은 오히려 생리를 '생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생리를 감춰야 할 것으로 취급하고, 생리대를 모호하게 지칭하는 것은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번 남성 대상 생리대 대리구매 실태 조사 결과는 남성들이 여성의 생리를 더욱 잘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생리대는 여성들의 생필품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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