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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두고 한은-금융위 전면전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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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두고 한은-금융위 전면전 펼쳐
  • 황보도경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1.30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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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통해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 도입 위한 절차 밟아
한은, “중앙은행에 대한 불필요한 관여”라며 반박

[소비라이프/황보도경 소비자기자] 앞으로 빅테크 업체 등이 온라인상에서 만든 금융 플랫폼을 통해서도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을 두고 한국은행(이하 한은)과 금융위원회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출처 : 금융위원회
출처 : 금융위원회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종합지급사업 등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도입하고 빅테크·핀테크의 성장에 발맞춘 소비자 보호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입법 절차가 본격화됐다.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금법 전면 개정은 2006년 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과거 금융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금융환경 변화를 반영해 발표했던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가 이용자 충전금 등을 내부 자금화하는 것을 막아 자금 세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한 핀테크·빅테크 육성, 디지털 금융서비스 확대, 이용자 보호 강화와 인프라 확충 등을 중점으로 개정됐다.

윤관석 측은 “이번 개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핵심은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이라 말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같은 전자 금융업자도 결제계좌를 발급하고 예금·대출을 제외한 모든 은행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마이페이먼트는 이용자에게서 결제·송금을 받아 금융회사 등이 이체를 하도록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최소 자본금 규모는 1억5,000만 원 이상이며 금융위에 등록해야만 한다. 마이페이먼트는 마이데이터와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마이 데이터란 개인이 본인 신용정보를 관리·통제하는 것으로, 내년 2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앱 하나로 개인의 모든 금융자산을 조회할 수 있으며, 개인에게 적합한 포트폴리오 추천을 받고 이에 따른 자산 배분·이체(마이페이먼트)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마이페이먼트가 도입되면 전자 금융업자는 수신 기능 없이도 모든 계좌에 이체 지시를 전달할 수 있으며, 이체 절차가 단순해져 수수료가 낮아질 것이다. 또한 계좌를 발급할 수 있게 돼 급여 이체, 카드 대금, 보험료 납부 등 계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전자 금융업자의 소액 후불 결제도 가능해져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도 후불 결제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할부·리볼빙 등은 할 수 없으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없다. 1인당 한도는 30만 원 정도며 사업자당 후불 결제 규모는 직전 분기 총 결제 규모의 50% 이내가 될 예정이다.

종합 지금 결제 사업자는 금융회사 수준의 신원 확인 의무가 부과된다. 상법상 주식회사여야 하며 최소 자본금 규모는 200억 원 이상이며, 정부 허가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 지급거래 청산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채권·채무를 차감해 금액을 확정한 뒤 결제를 지시하는 업무를 말한다. 전자 지급거래 청산 기관에 대한 허가·감독 권한은 금융위원회가 갖는다.

한편 전자 금융업자는 이용자 예탁금의 최대 100%를 외부에 신탁·예치해야 하고 전자금융사고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금융사가 금융 플랫폼과 제휴하는 경우 그 계약 내용을 금융위에 보고해야 하고, 금융위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

다만 금융 플랫폼을 통해 개설된 계정을 마치 은행에서 개설된 계좌로 오인하는 행위는 금했다. 이는 과거 ‘네이버 통장’과 관련된 논란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한은의 반대 입장을 반영해 개정안에 ‘한은과 연계된 업무는 금융위 감독·검사에서 제외한다’는 문구가 부칙으로 들어갔지만, 한은의 불만은 여전하다.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권한이 금융위에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며 불필요한 관여"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빅테크의 내부 거래를 금융결제원 지급결제시스템이 관리하는 '디지털 청산제도'다.

요약하자면, 금융결제원의 본래 목적인 ‘금융 기관 간 자금이체 정산’에서 벗어나 빅테크의 내부 거래까지 손을 대는 것은 과잉규제이자, 한은의 고유 업무인 ‘지급, 청산, 결제’ 중 청산 업무를 빼앗아 가는 것이란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수 차례 협의를 거쳤지만 결국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했으며, 한국은행은 청산 업무 제도화보다는 금융결제원 중앙관리기록기관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권한만 고집하고 책임은 안 지는 행태’라 지적하며 "빅테크 업체에 은행처럼 일 단위로 시재를 보고하라고 하면 아예 인가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수 차례 직접 한은을 방문해 금융위 의견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서조차 각각 한은과 금융위의 권한을 강조하고 있는 법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금융업계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우려하고 있다. 감독기구가 늘어날수록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갈등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날까 염려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 같은 충돌의 이면에는 금융결제원장 자리를 어느 기관이 가져가느냐에 대한 ‘밥그릇 싸움’ 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커뮤니티에선 "시대에 맞춰 법도 발전하네", "네이버 카카오 엄청 크겠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들 밥그릇 챙기려 안달났다", "시작부터 저래서 제대로 관리는 가능?" 등의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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