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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비어가는 지갑 늘어나는 빚, 가계경제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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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비어가는 지갑 늘어나는 빚, 가계경제 적신호
  • 김용운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9.14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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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동향 등 경제지표 전반적으로 악화일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앞에서 시민들의 생활이 우선시되어야

[소비라이프/소비자기자 김용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점포 수가 줄어들고 가계대출이 늘어났다. 자연재해의 여파로 신선식품의 물가도 상승하면서 가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출처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출처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폐업하는 점포 수가 늘어나고 있다.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분기별 서울 상가(상권) 정보를 비교하면 2분기는 1분기와 비교했을 때 점포 수가 21,179 개 감소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음식’이 10,040개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고, ‘소매’는 3,951개 ‘생활서비스’는 3,473개 줄어들며 그 뒤를 이었다. 감소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관광/여가/오락’이 약 11%로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고, ‘음식’이 약 7%로 그 뒤를 이었다. 자료를 살펴보면 업종을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점포 수가 크게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자료는 서울 지역만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등 다른 지역까지 합하면 폐점 규모가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9월 초 구로점을 포함한 서울의 일부 지점을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천안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정리가 주로 이뤄졌지만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수도권까지 폐점 범위를 넓히고 있다. 홈플러스도 최근 안산점을 정리하는 등 매장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만큼 위와 같은 대형마트의 과격한 조치가 이어짐에 따라 노사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점포 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누군가의 소중한 직장이다. 점포 수가 줄어들면 가게에 일하던 사장과 종업원은 물론이고, 가게와 협력하던 이해관계자들까지 모두 피해를 입는 만큼 경제적인 충격은 명목적인 숫자를 상회할 것이다.

출처 : 금융위원회
출처 : 금융위원회

폐업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소득이 줄면서 전체적인 대출 규모도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8월 12일에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7월 말 가계대출은 직전 월말 대비 9.0조 원 증가했으며, 전년동월과 비교했을 때 5.7% 증가했다. 특히 생활자금과 주식청약을 위한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모가 3.7조 원에 달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대출 외에 재정적자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제1차 재난지원금에 이어 제2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기정사실화된 만큼 큰 규모의 세출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계와 정부가 빚더미에 오르면서 가계경제와 국가재정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출처 : 통계청
출처 : 통계청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자연재해까지 시민들의 등을 휘게 만들었다. 9월 2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동향 정책 브리핑에 따르면 장마와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농산물의 출하량이 크게 줄어 전년 동월과 비교할 때 물가지수가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국민들의 식탁과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의 경우 전체적으로 15.8% 상승했고, 그중에서도 '신선채소'가 28.6%의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생선과 해산물을 포함한 '신선어개'와 '신선과실'도 각각 7.3%, 7.2%의 상승세를 보였다. 소득이 줄어들고 대출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소비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먹거리 가격 안정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경제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 지출이 소득으로 이어지고, 저축이 대출과 투자로 이어지면서 경제는 순환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상반기 결과를 담은 경제지표와 보고서들은 이 순환구조에 문제가 생겼음을 지적하고 있다. 가게가 줄어들고, 대출은 늘어나고 있으며, 자연재해로 인해 먹거리 가격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게다가 8월 중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도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수도권 음식점은 9시 이후에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아예 문을 닫는 가게도 많아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다양한 지원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목소리의 크기에 비해 시민들의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 앞에서 시민들의 생활이 우선순위에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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