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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세계경제와 금융의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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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세계경제와 금융의 패권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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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유로는 2차 대전 이후 달러에 넘겼던 세계경제와 금융의 패권을 유럽이 회복할 수 있는 발판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유럽은 2008년 9월에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적인 풍파를 견디고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2010년에 발생한 그리스의 재정위기 때 지원된 1,100억 유로 중에서 EU가 지원한 800억 유로의 중심에는 독일이 있었다. 이후에 더욱 번진 PIGS(포르투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사태 때에도 문제해결에 앞장섰던 독일로 인해 유럽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유럽의 여러 경제 위기 때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리더십을 보여준 독일은 EU의 핵심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독일이 유럽에서 과감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경제 때문이다. 1963년에 만들어진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는 5명의 경제전문가로 구성이 됐다.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거시경제를 전망하여 현재의 정책을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독립적인 자문기구다.
 
2015년 7월 유로존을 강화하기 위해 독일이 발표한 특별보고서에는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채무국이 유로존을 탈퇴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유로의 부실을 야기할 수 있는 채무국에 대한 경고였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로 당시와 상황은 크게 변화된 것이 없지만 입장면에서는 조금은 달라진 부분이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에는 벨기에와 프랑스까지 위험국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남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유로존의 국가들과 은행들은 은행채나 국공채를 서로 사주면서 상호 간의 연계성이나 유대는 좋아졌지만 동시에 위험 노출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지금 상황은 어느 한 국가에서 위험이 커져 무너질 경우 채권을 매입한 다른 국가나 다른 은행들에 영향을 주어 부실로 인한 손실이 연결될 수 있다. 이로 인한 파급이 현실화되면 유로존의 유지 자체가 문제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18일 (현지시간)에 첫 대면회의를 시작해 이틀간의 일정으로 끝날 예정이었다. 사안의 심각성은 모두가 인식했지만, 회의는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각국 정상들이 보조금 및 대출금 비율과 각 국가에 할당될 비율을 비롯한 안건들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닷새에 걸친 정상회의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로 발생된 침체를 극복하고자 시작된 ‘경제회복기금 계획’에 합의하고 7천500억 유로(약 8천6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반대하던 독일도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기금 중 많은 부분을 대출로 대체하기를 원하던 반대파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북유럽 국가들을 설득했다. 결국 기금 중 3천900억 유로(약 4천400억 달러)는 상환을 안 해도 되는 보조금 형태로 조성되고 나머지도 이자율이 낮은 차관 형태로 제공된다.
 
달러가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세계경제에서 유로가 힘을 잃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강해져야 한다. 달러가 잃은 영향권을 유로가 차지할 수는 없겠지만 유로의 영향력이 넓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강한 유로는 2차 대전 이후 달러에 넘겼던 세계경제와 금융의 패권을 유럽이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이다. 이를 위해 독일의 리더십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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