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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호] “자동차 보험사, 자기부담금 소비자에게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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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호] “자동차 보험사, 자기부담금 소비자에게 돌려줘라!”
  • 기획취재팀
  • 승인 2020.06.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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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보험사에 구상권 있다면 환급 가능
금소연, 미환급 시 피해 소비자와 공동소송 전개할 것!

[소비라이프/기획취재팀] 최근 손해보험사마다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을 돌려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은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금융소비자연맹(회장 조연행, 이하 금소연)과 소비자와함께(공동대표 박명희, 정길호, 김경한)는 지난달 18일 자동차 보험사들이 자기부담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금소연은 자동차 보험사들이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구상권 있는 사고에서 ‘소비자 몫의 자차 자기부담금’을 자발적으로 환급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의 자차 자기부담금 환급 민원을 접수하고 손해보험사에 일괄적으로 청구할 것이며 지급 거부가 지속된다면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손해보험에서 ‘보험사는 소비자가 먼저 손해를 배상받고 남은 것이 있을 때, 그 범위 내에서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4다46211)에 따른 요구다.

금소연은 자동차보험에서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받은 구상금의 ‘자차 자기부담금’은 ‘소비자 몫’으로 소비자에게 우선 보상해야 하므로, 해당 자차 자기부담금(수리비의 20%, 최소 20만 원~ 최대 50만 원)은 소비자에게 환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자기부담금 제도란 자동차보험 자기차량담보특약에서 자기 차량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수리비 등)의 일부를 보험계약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종전에는 보험 가입 시 본인이 선택한 금액(5, 10, 20, 30, 50만 원 중 선택)을 부담하는 정액형 방식을 채택했으나, 일부 과잉 편승 수리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2011년 2월 21일부터(회사별로 상이) 차량 손해액의 일정 비율을 부담토록 하는 정률제 방식으로 변경해 시행 중이다.

자기부담금 반환 문제가 불거진 건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해당 채널에는 H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H씨는 2019년 5월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가 났는데, 차 수리비 127만 원이 나왔다. H씨는 과실 비율을 놓고 다툼이 생겨 상대 차 보험사로부터 보상이 지연돼 일단 자차 보험으로 차량 수리비를 냈다. 이때 H씨는 자기부담금 20만 원을 부담했다.

H씨가 가입한 보험사는 상대차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권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상대방의 과실 비율은 70%가 책정됐지만, 법원은 H씨의 보험사가 받을 돈으로 수리비 127만 원의 70%인 89만 원이 아니라 69만 원을 받으라고 판결했다. 20만 원은 보험사 몫이 아닌 H씨가 가져야 할 돈이라고 보는 것이다.

◆ 자기부담금 = 배상받지 못한 손해
H씨의 사례와 같은 판결이 나온 건 상법 682조와 이와 관련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4다46211) 때문이다.

상법 682조는 보험사가 내 손해를 전부 보전해줬을 때는 제3자에 대한 권리는 보험회사가 모두 갖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험사가 내 손해를 다 물어주지 않았을 경우(자기부담금이 있는 경우 등)라면 보험사는 내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상대 보험사가 권리를 갖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 판결은 ‘남아 있는 손해액’(자기부담금)에 대한 ‘보험 가입자 우선’ 원칙을 분명하게 내세웠다.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된 금액에서 위와 같이 소비자가 배상을 받아 가고도 남은 금액이 있다면,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그 금액만 구상권 행사를 통해 받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급심 법원도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 서울중앙지법 제7-1민사부는 자동차 사고 피해에 대한 보험사 간의 구상금 분쟁을 다룬 ‘2019나25676 구상금’ 판결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고 “보험자가 제3자(상대방 보험사)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과 남은 손해액(자기부담금)의 차액 상당액에 한정되고, 구상에서는 보험자가 아닌 피보험자(가입자)가 우선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즉 가입자가 자기부담금에 대해선 상대방 보험사에 우선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 가입자가 낸 자기부담금은 나중에 가입자가 달라고 요구할 때에는 상대방 보험사는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법률에 근거해 자기부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측은 ‘자기부담금=배상받지 못한 손해’라고 판단한다. 즉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문철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자기부담금은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게 맞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상대 보험사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해 받아낼 수 있다”라며 보험사에 돌려받을 수 있는 자기부담금이 연간 최소 2,000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과 보험사의 입장
보험사들은 자기 차량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입자에게 수리비의 20%를 부담시키고 나머지 차량의 수리비를 정비업소에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 차량에 과실이 있는 경우라면 자기부담금을 포함한 전체 수리비를 상대방에게 청구하고 이를 받아 챙겼다.

이런 행태는 오랜 시간 이어지면서 관행으로 굳어졌다. 한문철 변호사의 주장대로 매년 자차 본인부담금을 2,000억 원으로 추산한다면, 정률제 방식으로 바뀐 이후 9년 동안 소비자 몫인 1조 8,000억 원 이상을 손해보험사들이 부당하게 챙겨온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보험 가입자들이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자발적 환급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일에 대해서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은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가입자가 반드시 부담해야 하고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며 “자기부담금 제도는 자기 차량사고 수리 시 발생하는 손해액을 일정 비율로 가입자가 부담함으로써 과잉 수리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도입됐기에 자기부담금을 보험사가 지급할 책임이 없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화재보험에 대한 것이어서, 자동차보험은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가 없다”는 주장을 일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소비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은 찾아서 주겠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법으로 보호된 ‘자차 자기부담금’을 숨기고 지급하지 않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합당한 대법원 판결이 존재함에도 사업자 편을 들면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 금소연, ‘공동 소송’ 계획
보험전문가들은 상대방 과실이 있는 쌍방 사고인 경우 자동차 보험사가 상대방 자동차 보험사로부터 구상금을 받아 자기부담금을 낸 소비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따로 챙겼다고 판단한다.

단, 자차 일방과실은 해당 사항이 없고, 자차 수리비가 많고 상대방 과실 비율이 커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구상금을 받는 쌍방 사고인 경우 해당된다.

쌍방과실 자차 사고라도 모든 보험 가입자가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 보험회사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고(대부분 자기 차량의 손해액이 크고 상대방 과실 비율이 큰 경우)만이 ‘소비자 몫’을 환급받는 대상이 된다.

소비자가 자차 자기부담금을 환급받을 수 있을지를 확인하려면 가입한 보험사에 해당 사고의 ‘보험금 지급 결의서’를 발부받아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지급 받은 환수금액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이후 자기부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또한 2011년 2월 이후 자차 자기부담금을 부담한 소비자 중 쌍방과실이 있는 경우, 상대방 손해보험사에 자기부담금을 청구하고 지급받지 못했다면 금소연에 피해 내용을 접수하라고 당부했다. 만일 손해보험사들에 민원을 접수한 이후에도 자기부담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금소연은 피해자를 확대 모집해 ‘공동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소연은 “자동차 보험사들이 그동안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대차료, 휴차료 등 간접손해 보상을 숨기고 챙겨온 경력이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구상금이기에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마땅한데, 자동차 보험사들은 이를 숨기고 있다”라며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소비자 몫이 분명한 자기부담금을 돌려주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소연의 발표에도 보험 소비자들은 자차 자기부담금에 대해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손해보험업계와 논의를 거쳐 문제 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약관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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