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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선진금융시스템이라는 이름 속에 숨은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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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선진금융시스템이라는 이름 속에 숨은 공매도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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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가 풀리는 9월 말에는 외국인이 다시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위기를 조장해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1,000만kg의 쌀을 보유한 나라가 있다. 옆 나라에서 부자로 소문난 A라는 사람이 B와 C에게 가서 쌀을 100kg당 1만 원을 주고 200만kg을 빌리려고 한다. 원래 200만kg의 쌀을 제 돈 주고 사려면 50억 원이라는 돈이 필요했지만, A는 B와 C에게 자신의 신용과 인지도를 강조하며 나중에 쌀 200만kg을 돌려주기로 약속하고 2억 원에 쌀을 빌린다. B와 C는 쌀을 빌려주는 대가로 돈도 받고 쌀도 돌려받을 거라서 손해가 없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쌀을 빌려준다. 
 
A는 빌린 쌀 200만kg을 바로 시장에 풀어버린다. 쌀 500만kg이 거래되던 시장은 갑자기 늘어난 공급 때문에 쌀값이 100kg에 20만 원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쌀값이 떨어지자 쌀가게를 운영하던 주인들은 쌀 가격이 더 떨어질까 봐 좀 더 싼 가격에 쌀을 빨리 팔아치운다. 그러다 보니 쌀 100kg의 가격은 15만 원이 되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다른 가게들도 쌀을 처분하며 쌀의 가격은 100kg에 10만 원까지 떨어진다. 이런 상황을 즐기던 A는 갑자기 자기 돈을 써서 자기가 풀었던 쌀 200만kg을 매입한다. 이때 A가 사용한 현금은 20억 원이다. 돈이 많은 A는 30억 원을 더 써서 쌀을 200만kg 더 구입한다. 그래서 총 40억을 주고 쌀 500만kg을 사들였다. 
 
많던 쌀이 어느 순간 시장에서 귀해지게 되고 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특히 쌀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쌀을 확보하기 위해 좀 더 웃돈을 내고 쌀을 산다. 이렇게 쌀값이 오른 상태에서 A는 자신이 가진 쌀 500만kg 중에서 200만kg은 B와 C에게 갚았다. B와 C는 빌려준 대가도 받았고 쌀도 돌려받아서 손해 본 것이 없다. 쌀 가격은 어느새 원래 가격인 100kg당 25만 원의 가격을 회복했다. 이때 A가 100kg당 10만 원의 돈을 주고 사들였던 300만kg의 쌀은 75억 원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물론 실제로 들어간 돈은 쌀을 빌리는 데 사용한 2억 원과 쌀을 사들일 때 들어간 50억 원이다. 총 52억 원을 사용해 75억 원을 벌게 된 것이다. 물론 쌀 가격은 A가 거래량을 조절하면 더 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거래는 B와 C가 거절하지만 않는다면 반복할 수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A는 명백하게 시장을 쥐고 흔든 것이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많은 물량을 빌려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의 예는 많다. 제조업과 유통산업 외에도 금융시장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 바로 공매도라는 제도다.
 
공매도는 적당히 하면 우리 금융시장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좋은 제도는 아니다.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국민이 참여하는 주식시장에 소수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매도는 특정 세력이나 특정인에게만 이익을 줄 수 있는 반칙이자 불공정한 제도다. 

코로나19로 과도한 공매도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과도한 공매도 물량이 시장에 흘러나오면서 주식시장은 하락을 거듭했고 혼란이 찾아왔다. 공매도 금지가 풀리는 9월 말에는 외국인이 다시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위기를 조장해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공매도 세력들로 인해서 국민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금융당국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국민의 쌈짓돈과 노후가 잘 지켜지게 말이다. 다수의 자본보다는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는 게 정부의 임무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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