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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우유는 흔들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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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우유는 흔들어 드세요
  • 박소현 기자
  • 승인 2020.04.0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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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분과 침전물이 섞여 고른 체내 흡수 가능

[소비라이프/박소현 기자] 기원전 400년경 살았던 서양 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는 우유를 완전한 식품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유의 영양학적 가치가 오래전부터 인식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우유는 BC 7,000년경 지중해 동쪽 서부 아시아와 터키 등지에서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C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 BC 3,500년경 이집트 등지의 무덤과 신전에서는 젖을 짜거나 가공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발견됐다.

세계 주요 종교의 경전인 성경(기독교), 베다 경전(힌두교), 반야경(불교) 등에는 모두 우유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특히 성경의 출애굽기 3장 17절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라 하여 우유를 생명체 최고의 양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유의 영양분
우유 속에는 비타민 A, B, E, K와 비타민 B그룹 등 인체에 필요한 114가지 영양소가 고루 함유되어 있다. 우유는 끓이면 열에 약한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파괴되므로 보통 냉장 보관된 상태 그대로 차갑게 마신다.

우유를 컵에 따라놓고 보면 이런 영양소들이 골고루 잘 녹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영양 성분들이 물 분자에 둘러싸여 있을 뿐이다. 그나마 아주 작은 덩어리로 쪼개진 채 퍼져 있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맛을 구분할 수도 없다.

‘수박은 그냥 삼켜도 되지만 우유는 씹어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고형분이 12%인 우유가 고형분 4%, 수분이 96%인 수박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내 흡수가 잘 되려면 천천히 씹듯이 마시면서 침과 잘 섞이게 해야 한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우유의 필수인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의 작용이 약하기 때문이다. 우유를 마실 때 조금씩 입안에서 씹듯 마시면 장내 락타아제 작용이 개선된다. 입자가 아주 작기 때문에 이 덩어리들은 거름종이로도 분리되지 않는다. 이런 액체 상태를 콜로이드라고 한다. 우유가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우유 속의 지방이나 단백질 등의 덩어리들이 빛을 반사하고, 그 파장이 모두 합쳐지기 때문이다.

우유에 들어 있는 영양소 중 기름기가 많은 지방은 수분의 비중이 작다. 반면, 단백질이나 무기질 등은 수분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 우유를 그냥 두면 수분의 비중이 높은 단백질이나 무기질 등의 영양소는 아래로 가라앉고, 수분의 비중이 낮은 지방은 위쪽으로 떠오른다. 마치 기름이 물 위에 뜨는 것처럼 지방이 위쪽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우유는 흔들어 마셔라
요즘은 우유를 흔들지 않고 마셔도 침전 현상이 덜하기 때문에 위쪽과 아래쪽의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이 위로 뜨지 않고, 단백질이나 무기질이 아래쪽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우유 가공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우유 가공회사들은 영양소가 서로 잘 섞이도록 하기 위해 ‘균질법’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마시는 필수 건강음료인 만큼 안정제나 유화제 등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균질법은 목장에서 뽑아낸 원유에 일정한 압력(150㎏/min)을 가해 균질기의 아주 작은 구멍을 통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우유의 지방구는 2㎛(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이하로 아주 잘게 분쇄돼 우유 전체에 지방이 미세입자 상태로 골고루 퍼진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잘게 부숴도 우유의 지방은 위쪽으로 미세하게 부상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칼슘 등 기능성 성분들이 강화되거나 특이한 영양 성분이 첨가된 기능성 성분 강화 우유 등의 경우 침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예전에 한 업체가 균질법을 사용하지 않고 흰색의 크림층이 위쪽에 뜬 상태 그대로의 우유를 시판했다. 위쪽의 크림층이 진하고 고소한 맛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윗부분은 진한 풍미가 느껴지지만 아래쪽 우유의 맛은 싱거웠다. 결국 해당 우유는 판매를 접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우유는 흔들어 마셔야 한다. 일반적인 상태의 흰 우유는 그냥 마셔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기능성 강화우유, 특히 칼슘이 많이 함유된 우유는 꼭 흔들어 마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칼슘은 입자가 커서 물에 잘 녹지 않아 침전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기능성 강화우유의 포장지에 ‘흔들어서 마시라’는 안내문이 표기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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