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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길이 기억하는 옛 이야기를 듣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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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길이 기억하는 옛 이야기를 듣는 여행
  • 배홍 기자
  • 승인 2020.04.09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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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문경새재·하늘재·장성새재

[소비라이프/배홍 기자] 완연한 봄기운을 즐기기에 걷기만큼 적당한 여행이 없다. 고갯길이 속삭이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따사로움과 생동감을 느끼는 걷기 여행을 추천한다.

문경새재

◆ 문경새재, 선비들의 길을 밟다
문경새재는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 사이에 있는 고갯길로 약 8.9㎞ 거리이다. 대형버스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길이 평탄하고 널찍하다. 조선 시대 영남 지방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추풍령, 문경새재, 죽령 중 한 곳을 넘어야 했는데 선비들은 유독 문경새재를 고집했다고 한다. 선비들 사이에서 추풍령은 나뭇잎처럼 떨어지고, 죽령은 대나무처럼 미끄러진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문경새재는 ‘경사스러운 소리를 듣는다’로 해석되어 많은 선비가 이 길을 넘어갔다고 전해진다.

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대표적인 관도로 제1관문 주흘관,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 등 3개의 관문과 주요 관방 시설, 정자와 주막터, 성황당과 각종 비석 등이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민속적 가치가 있는 길이다. 또한 문경새재가 위치한 주흘산, 조령산의 경관과 옛길 주변의 계곡과 폭포, 수림 터널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경관 가치가 빼어나다. 문경시에서는 ‘옛길 걷기 체험’, ‘과거길 재현’ 등 옛길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하늘재 정상석

◆ 하늘재, 시간과 공간의 경계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 하늘재는 푸른 하늘과 맞닿을 듯한 풍경뿐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아달라왕 3년에 개통되었는데, 죽령보다 2년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80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보존된 고갯길이다. 현재는 힐링 산책로로 꼽히는 하늘재는 충주 미륵대원지에서 출발해 하늘재 정상석까지 왕복 4.1㎞의 순환형 코스다. 백두대간 고갯길 중 가장 나지막해서 걷기 편한 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2019년 ‘4월의 걷기 여행길’ 중 전국에서 손꼽히는 추천 여행지 중 한 곳으로 선정했을 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월악산국립공원에서 관리하고 있어 곳곳마다 숲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글귀가 적혀 있는 표지판도 볼 수 있다. 하늘재 정상석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선 피겨 선수 김연아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발을 양손으로 잡고 도는 비엘만 스핀 동작을 빼닮아 ‘연아 닮은 소나무’라 불리는 나무도 만나볼 수 있다.

장성새재 백암산

◆ 장성새재, 장원 급제의 꿈을 담고
장성새재는 전남 장성과 전북 정읍을 잇는 대표적인 옛 고개다. 조선 시대에는 과거시험을 치르러 한양에 가던 호남 지역 선비들이 장원의 꿈을 안고 이 고갯길을 넘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내장산국립공원 안에 포함돼 비교적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장성새재길은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와 정읍시 신정동을 이으며 험준한 백암산과 입암산 사이에 있다. 대동여지도에선 이처럼 두 산을 사이에 두고 숨어 있는 이 길을 달도 숨어 안 보일 정도로 깊은 고개란 뜻의 월은치라 기록하고 있다. 장성새재길은 전체적으로 코스가 평이해 걷기 여행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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