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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21대 국회의원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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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21대 국회의원에게 바란다!
  • 특별취재팀
  • 승인 2020.04.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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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위한 소비자 법’ 제정

[소비라이프/특별기획팀]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고 결과가 나오면 이후 본격적인 21대 국회 일정이 시작된다. 4년간 이어지는 국회의원 임기 동안 과연 일반 시민으로 대표되는 소비자는 국회에 어떤 것을 바랄까.

◆ 알맹이 없는 금융소비자보호법
20대 국회 마감 직전 잠자고 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통과된 법은 금융위원회 발의안을 중심으로 금융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와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청약철회권과 위반계약해지권을 보유하게 된다. 또 소액분쟁 시 금융회사의 분쟁조정 이탈금지, 분쟁조정 중에 소 제기 시 법원의 소송 중지, 분쟁소송 시 소비자의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요구 등 사후구제 방안도 허용된다.

또한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 권유행위 금지·광고 규제 등 6대 판매규제도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가 제외된 것에 대해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도 있다.

◆ 뿌리 깊은 블랙 기업의 만행
기업은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품 질을 높여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경쟁력이다. 기업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공급자인 기업은 상품·서비스를 만들면서 처음부터 소비자안전, 생명, 재산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 그 ‘가능성’을 ‘0’ 내지 ‘최소화’시켜야 소비자는 안심하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그 가능성을 수익에 집중하며 소비자 피해 보상비용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 

이런 기업들 때문에 라돈 침대, 가습기 살균제, 즉시연금 등과 같은 소비자 피해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다. 방사성 원소 라돈(Rn)은 원자핵이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한다. 이 과정에서 원소는 ‘붕괴산물(decay product)’을 만드는데 이는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라돈의 붕괴산물은 공기 중의 작은 먼지에 달라붙어 폐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다시 붕괴하는데, 이 과정에서 α선이 방출되며 폐 내 세포 DNA를 변형시켜 폐암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센터는 2009년 라돈이 세계 폐암 발병 원인의 최대 1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주거지 안에서 발생하는 사망 원인 중 라돈이 흡연에 의한 폐암, 도로 사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이유로 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침대에서 해당 음이온 파우더의 원료가 천연방사성핵종인 토륨이 높게 함유된 모나자이트임을 확인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채 라돈 침대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BMW도 대표적인 소비자 피해 사례다. 달리던 BMW에서 자주 화재가 발생했다. BMW 측은 “배기가스재순환장치와 EGR쿨러 균열에 따른 냉각수 침전물이 화재 원인은 맞지만 주행거리가 많고, 평소 과속하는 운전 습관 등 특수한 상황들이 모여 화재가 발생했다고 본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결국 민관합동조사단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도 화재가 일어났기에 설계상 결함이라고 판단했다. EGR쿨러 균열은 제작사가 설계를 잘못한 것이다. EGR쿨러 내에 냉각수가 끓는 보일링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은 일반적인 설계나 BMW 사의 설계조건에서도 발생하면 안 된다. 결국 BMW 차량 화재는 냉각수가 끓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EGR쿨러에 균열이 일어나고, 그 틈으로 샌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굳어지면서 EGR밸브 열림이 고착화되고, 500℃ 이상 고온 가스가 유입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BMW는 동일 엔진과 EGR을 사용한 일부 차량에 대해 리콜을 하지 않고 있다가 조사단의 해명요구 이후에 뒤늦게 추가 리콜을 실시했다. 특히 제출 의무가 있었던 EGR 결함에 대한 기술분석자료도 최대 153일이나 지연하다 제출했다. 국토부는 리콜 확대, 결함 은폐와 늑장 리콜로 BMW를 검찰에 고발했다.

BMW 코리아는 설계 결함을 인정할 경우 소송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에도 배기가스재순환장치, EGR 쿨러 누수가 화재 핵심 원인이라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들 회사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현재도 소비자들과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민법의 손해배상은 손해를 당한 만큼, 손해를 당한 자가 손해를 입증해야 배상받을 수 있다. 공급자가 제공한 한 개의 상품 탓에 1인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부분 ‘손해금액’이 많지 않고 변호사 비용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에 피해소비자들은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해서 소송을 제기하나, 공급자들은 소비자들의 공동소송을 내심으로는 반긴다. 만일 소송 중이라면 비난 여론이 재판부 판결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려져 분위기가 잠잠해지고, 소송참여 소비자가 극소수에 그치면서 소송이 끝날 때쯤이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해당 사건에서 완전히 면죄부를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품을 만들면서 내밀한 상품정보는 ‘내부비밀’이라며 공급자가 숨긴다. 소비자는 이를 내놓을 수 없기에 대부분 패소하고 만다. 우리나라 기업 등은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위험성 있는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가 피해를 보아도 이익만 많이 챙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집단소송제도, 징벌배상제도, 입증책임의 전환 즉, 소비자권익3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블랙 기업은 항상 나타나게 되어 있고, 소비자 피해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 법 필요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소비자의 권리와 의무, 국가와 사업자의 책무를 정해 소비생활의 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법률 제3257호로 1980. 1. 4. 제정된 이후에 소비자보호법에서 소비자기본법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 법에 따라 소비자권익을 증진시킨 일은 거의 없다. 단체소송으로 소비자를 구제한 적도, 집단분쟁조정으로 집단적 민원을 해결한 적도 없다.

아직 국내는 소비자권익 3법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2004년 증권 분야에만 도입되었다. 그것마저도 요건이 까다롭고 비용이 과다해 15년이 지나도 소송제기 건수가 8건에 불과하다. 집단소송 역시 2008년 소비자기본법에 도입되었으나, 소비자권익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중지에 그치고 말았다. 손해배상 규정이 빠져 단체소송에 의한 판결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입증책임의 전환도 제조물 책임법에 도입되었지만 피해자가 정상상태사용, 제조업자의 지배영역이 원인,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 한해 제조물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만 가능하다. 그런데 이를 증명하는 것이 오히려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보다 더 어렵다. 말 그대로 ‘흉내’만 낼 뿐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피해 배상 문제에 관해서 대한민국은 ‘공급자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철도청은 무임승차 24만 건에 대해 44억 원의 부가운임을 징수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와 관련해 금전, 물품, 음식, 관광, 교통편의를 제공받으면 50배를 벌과금을 부과한다. 공급자는 소비자가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는 30~50배까지의 징벌적 과징금을 매기고 있다.

반면 공급자가 소비자의 안전, 생명, 재산상 피해를 준 경우 징벌배상액은 최대가 3배 배상이다. 이마저도 소비자기본법에는 명시되지 않았고, 제조물 책임법, 하도급법, 대리점법, 가맹점법, 신용정보법, 환경보건법, 특허법 등에 기재되어 있지만 거의 실효성이 없다. 또한 서비스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모두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에 숨어 있다.

소비자기본법에는 마땅히 ‘징벌배상제’, ‘집단소송제’, ‘임증책임의 전환’이 명시돼야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소비자권익 내용을 소비자의 안전, 생명, 재산상 피해를 줄 경우 적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기본법에 포함시켜 개정해야 한다. 법명도 무미건조한 ‘소비자기본법’에서 ‘소비자권익증진법’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소비자권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4년 만에 새로운 국회가 찾아왔다. 20대 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됐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가 제외되었다. 소비자 권익을 위한 진정한 법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소비자권익3법’이 없으면 소비자권익증진도 없다. 모든 소비자가 간절히 바라며 21대 국회와 당선된 의원들에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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