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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호] ICT 규제샌드박스 시행 1년,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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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호] ICT 규제샌드박스 시행 1년, 명과 암
  • 홍보현 기자
  • 승인 2020.03.10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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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질 개선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기술 필요

[소비라이프/홍보현 기자] 국내 벤처기업 ‘휴이노’가 개발한 웨어러블 시계형 심전도 기기 ‘메모워치(MEMO Watch)’와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소프트웨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2등급 의료기기 승인 허가를 받고 정식 출시 예정이다.

메모워치는 2015년 개발됐지만 규제에 밀려 출시되지 못하고, 5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메모워치는 손목시계형 의료기기로 손목에 차기만 해도 심전도가 측정되어 의사에게 전달된다. 이를 통해 의사는 환자의 심장 상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고 의사의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메모워치를 이용하면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 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도 심전도 관리가 용이해진다. 단 1차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없는 심혈관계 질환자 2,000명만 응급 시 내원 안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휴이노의 손목형 심전도 장치를 ‘ICT 규제샌드박스 1호’로 허가했다. 규제샌드박스는 규제로 인해 첫발도 떼지 못하는 신사업을 모래 놀이(샌드박스)처럼 마음껏 해보라는 취지로 마련된 정책이다. 하지만 정작 규제샌드박스의 처리 과정은 규제 당국이 사사건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모워치도 2,000명 이내의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제한된 범위에서 실증할 수 있도록 한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따라서 의사는 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착용한 환자에게서 전송받은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내원을 안내하거나 1·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안내하는 것만 허용했다.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가 진단이나 처방을 내릴 수는 없다.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규제 완화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규제 해제 속도가 느리거나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된다는 사업체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규제샌드박스는 규제가 없으면 임시로 사업을 승인해주고(임시허가), 규제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사업을 허용(실증 특례)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1월 ICT분야 규제샌드박스 1호 신청자였던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 서비스 ‘모인’은 자금 세탁 위험과 가상 통화 투기 과열 등 과학기술정보통심 심의위원회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심의를 보류했다. 한국판 에어비앤비로 불린 ‘위홈’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국내 일반 주택을 이용한 도시 민박은 외국인만 묵을 수 있다. 어렵게 내국인에게도 숙박을 허용토록 규제 빗장을 풀었지만 서울 지하철 1~9호선 역 근처 1㎞ 이내여야 하고, 연면적이 230㎡ 미만의 주택·아파트만 허용됐다. 또 집주인이 거주해야 하며 영업 일수도 연 180일 이내로 제한됐다. 까다로운 제약 조건들이 부여됐지만 업계는 사업을 시작이라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정부 측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

반면 세상의 빛을 본 사업도 있다. 지난달 30일 과기부는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1주년을 맞아 지난해 운영 성과를 돌아보고 올해 ICT 규제샌드박스 추진 방향을 밝혔다. 주요 성과 사례를 보면, 40건의 임시허가(18 건)·실증특례(22건) 처리과제 중 모바일 전자 고지, 공유주방, 반반택시 등 16건의 신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됐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시행 첫해 운영 결과를 돌아보면 새로운 제도의 틀을 안착시켰고 기대 이상의 양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며 “올해에는 제도의 질을 개선하고 ICT 신기술·서비스의 다양성, 혁신성에 더욱 집중해 5G, 인공지능 등 신기술 및 혁신 서비스가 국민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규제샌드박스 지정과제가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른 시일 내로 제도개선에 착수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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