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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보험금 줄지 말지 AI 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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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보험금 줄지 말지 AI 가 결정한다
  • 이봉무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30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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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10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 기대

[소비라이프/이봉무 칼럼니스트] H생명이 보험업계 최초로 보험금 지급심사를 인공지능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미 S화재보험 K생명보험 등에서 보험 가입단계의 계약심사 업무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지만, 보험금 지급심사 단계를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것은 이번이 최초라는 설명이다. 보험을 가입한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 보험금을 줄지 말지를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이 핵심사항이다. 

실무적으로 보험 가입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 가장 궁금한 것은 내가 청구하는 사항에 대해 내 보험이 보험금을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담당 보험설계사나 보험회사 직원에게 이러한 사항을 질문하면 ‘보험금이 지급될지 아닌지는 심사에 올려봐야 알 수 있다’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이러한 안내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미리 알고 싶은 것이다. 심지어 어떤 고객은 미리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본인이 이러한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데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항이면 그대로 진행하고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나중으로 미루겠다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H생명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핵심기술인 강화학습과 기계학습을 적용하여 이번 시스템을 개발하였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보험금 지급 결정과 관련된 규칙을 만들고 지급-불가-조사 등의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 치 1,100만 건의 보험금 청구자료를 활용하여 3만5000회의 학습과정을 거쳐 심사결과의 적합성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은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기 쉬운 단순한 청구 건에 관하여 직접 처리하게 되고, 정밀한 판단이 필요하거나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청구 건은 심사 담당 직원에게 넘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으로 향후 5년간 10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가입 고객이 많은 회사일수록 보험금 청구 건수가 많게 되고 고객이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보험금 청구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최근 실손보험의 도입에 따라 소액보험금의 청구 건수가 급증하고 있어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 심사와 관련하여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단계에서 계약 심사업무를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것과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 지급여부 심사업무를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것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보험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 그것이다. 계약 심사업무의 일부를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경우에 아직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인공지능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보험회사가 취급하는 많은 신계약이 고객의 건강상태 등을 계약 전에 꼼꼼하게 점검하는 형태가 아닌 계약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무심사 계약이 전체계약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계약 심사업무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고 인공지능이 심사한 후에 지급 거절이 되는 경우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

고객은 당연히 지급 거절된 이유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3만5,000회의 인공지능의 학습횟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상당히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금 지급업무의 개선에 관하여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험업계에 적용되는 핀테크를 인슈어테크라고 하는데 은행이나 증권업계에 적용되는 핀테크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다. 보험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자동차, 건물, 선박 등의 특성이 모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핀테크나 인슈어테크는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고객이 쉽게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처음 경험하는 어려운 개념도 이러한 관심의 걸림돌이지만, 보험회사가 알아서 잘 해주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감 또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모쪼록 보험회사만을 위한 인슈어테크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과 함께 기술발전의 혜택을 나누는 변화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관심 가져 주기를 기대해본다.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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