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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보조금 단속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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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보조금 단속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
  • 조성문기자
  • 승인 2013.06.1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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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휴대폰 보조금지원을 단속하자, 애꿎게 불똥이 소비자에게 튀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27만원보다 적게 주면서 통신사들이 고액 요금제를 강요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줄인 보조금이 고스란히 통신사 수익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11일 한 소비자가 휴대전화 판매점에 들어가 '갤럭시S4' 가입 조건을 묻자, 직원은 "보조금 15만원을 주는 대신, 6만원 이상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3개월간 필수로 써야 한다"고 답했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쓸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본사 지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방문한 매장 다섯 곳 중 두 곳에서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가입을 요구했다. 보조금은 5만~15만원으로, 정부 가이드라인(27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었다. 불법 보조금으로 인한 통신 3사의 영업정지가 끝난 지 3개월, 정부 의도대로 시장의 보조금은 크게 줄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오히려 가계통신비 부담만 더 높아지는 상황이 나타났다. 통신사들이 명분 없이 비싼 요금제에 가입자들의 발을 묶어두는 관행도 여전했다.

당초 정부의 보조금 단속 취지는 '이용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었다. 메뚜기처럼 통신사를 옮겨다니는 이들만 수십만원의 과도한 보조금을 타고, 다수의 선량한 고객이 그들의 보조금을 분담하는 불합리함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보조금만 줄였을 뿐, 요금 인하 등 다수의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후속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단속하면서, 휴대전화 구입비가 올라가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통신사들만 수익이 개선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통신 3사가 지난해 마케팅비로 쓴 돈은 8조원. 이 돈을 적게 쓰면서 소비자에게 돌리지 않으니 발생하는 수익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대체 누굴 위한 보조금 단속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통신사들은 최근 출시한 '무제한 LTE 데이터 요금제',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예로 들며 이용자 혜택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초 LG유플러스를 비롯해 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3개월짜리 한시적 프로모션 상품이었다. TV 광고까지 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결국 4~5월 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도 SK텔레콤이 지난 3월 선보인 이후, 타사들이 판박이처럼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거의 차별점이 없어졌다. 게다가 택배기사 등 음성통화량이 특히 많은 소비자에게만 유리한 것이어서, 대다수 소비자는 혜택을 보기 어렵다. 음성통화량이 많지 않은 가입자는 데이터양이 줄어들고, 기본료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불법 보조금엔 과징금보다 요금을 인하토록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통신사들은 실질적인 요금 인하를 꺼리는 대신 높은 기본료를 유지한 채 일부 혜택을 주면서 '요금 인하 효과'를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요금은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KAIST 권영선 교수(경영과학과)는 "요금과 달리 보조금은 언제든지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고 시장이 과열되면 정부가 알아서 제동을 걸어주기 때문에, 통신사들 스스로 보조금 대신 요금 인하 경쟁을 벌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요금·서비스 경쟁'에 나서겠다던 통신 3사는 최근 주말에 몰래 불법 보조금을 풀다가 방통위에 적발돼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방통위는 "보조금 주도 사업자를 본보기로 처벌하겠다"며 최근 이례적으로 1·2차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통신사들이 스스로 요금 경쟁에 나서지 않는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이용자 혜택을 생각한다면, 불법 보조금이 적발될 때마다 통신사에 과징금이나 영업정지를 매기는 대신 가입자 1인당 요금을 1000원씩 인하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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