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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호]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제자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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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호]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제자리 찾기
  • 서선미 기자
  • 승인 2019.11.12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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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을 통해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헌신하는 농업인을 발굴포상하는 등 농민들의 의욕을 고무시키고 국민에게는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소비라이프/서선미 기자] 편의점과 빵집 앞에 단장을 마친 ‘빼빼로’가 수북이 쌓이게 될 11월이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는 지인이나 동료를 생각하며 그저 ‘유쾌한 마음’으로 지갑을 열지만, 이제는 그것이 ‘마케팅에 휘둘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올해엔 다른 제품으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이달 11일은 친구나 연인 등 지인들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일명 ‘빼빼로데이’다. 빼빼로데이의 풍습은 모 제과업체가 초코 빼빼로를 처음 출시했던 1983년 이후 생겨난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초반 부산 지역의 여중생들이 “빼빼로처럼 날씬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주고받았던 것이 유행으로 번져 언론에서 기사화된 이후 이를적극 활용한 해당 업체의 마케팅이 전국적인 확산을 불러왔던 것이다. 

덕분에 재미있는 기념일이 또 하나 늘었으며,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챙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그만큼 더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려 기업의 전략대로 생각 없이 돈을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늘고 있다. 아울러 빼빼로데이에 묻혀 그 의미를 찾지 못하던 농업인의 날도 마침 같은 날이다 보니 몇 해 전부터는 아예 이날을 ‘가래떡데이’로 지정,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먹읍시다” 라는 목소리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가래떡데이의 시작은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젊은 세대의 쌀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동시에 쌀소비를 촉진하고자 했던 ‘안철수연구소’의 캠페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농림식품부는 이를 농업인의 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숫자 ‘1’로만 구성된 ‘11월 11일’에 빼빼로가 아닌 기다란 가래떡의 상징을 담은 것이다.

빼빼로데이처럼 특정한 날을 기념일로 만들고 물건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데이마케팅’이라고 한다. ‘데이마케팅’이란 특정 날짜가 다가옴에 따른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자연스럽게 자극, 수요를 창출하고 상품 판매를 촉진하고자 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매달 14일에 해당하는 ‘포틴데이(fourteen day)’ 역시 데이마케팅에 속하는데, 1990년대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한 데이마케팅은 의미가 부여된 특정일에 선물이나 행사를 통해 수요를 끌어내는 형식이다.

즉 ‘밸런타인데이-초콜릿’, ‘화이트데이-사탕’처럼 데이마케팅을 수행하는 기업은 특정 기념일을 이용해 자사의 상품을 홍보, 특수를 꾀하게 된다. 결국 데이마케팅의 목적은 특정 기간에 ‘소비자의 공감을 유도’하고, ‘구매 심리 자극’을 통해 판매를 촉진하며, 해당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제고’시키기 위함이다. 

그중 빼빼로데이는 데이마케팅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CU가 빼빼로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판매된 빼빼로 매출 가운데 무려 27.1%에 해당하는 양이 빼빼로데이 기간(11월 10일~12일) 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단위로 보더라도 빼빼로의 매출 지수는 11월에 급상승한다고 한다. 고작 4.5%에 불과한 빼빼로의 평소 매출은 빼빼로데이가 있는 11월이면 무려 75.7%까지 오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역시 빼빼로데이 당일 매출은 평소보다 약 30배나 높았으며, 과자류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자랑하는 스낵(새우깡 등)의 전체 매출도 훌쩍 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빼빼로데이의 마케팅 성공은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주로 연인들끼리 사탕이나 초콜릿을 주고받는 다른 기념일에 비해 빼빼로데이가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등 다양한 관계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모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성인 1,23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이 챙기는 ‘데이’의 1위는 단연 빼빼로데이였다.

그러나 빼빼로데이나 가래떡데이가 자리 잡기 전부터 있었던 것은 지금의 ‘농업인의 날’에 해당하는 ‘권농의 날’이다. 농민의 노고를 위로하고 증산 의욕을 높이고자 지정된 권농의 날은 처음 매년 5월 넷째 주 화요일에 속했으나 일제강점기에는 6월 14일, 일본의 잔재를 없애고자 했던 광복 이후에는 하루 뒤인 6월 15일로 정하고 아예 이름도 ‘농민의 날’로 바꿨다. 1973년에 다시 어민의 날, 권농의 날, 목초의 날이 모두 통합된 5월 넷째 화요일을 권농의 날로 기념했으나 1997년 드디어 지금의 농업인의 날로 자리 잡게 된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이때를 즈음해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헌신하는 농업인을 발굴, 포상하는 등 각종 행사를 지원하면서 농민들의 의욕을 고무시키고 국민에게는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그러니 이번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을 기념, 빼빼로 대신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으로 마음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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