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김정응의 LOVE LETTER] Joker
상태바
[김정응의 LOVE LETTER] Joker
  •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 승인 2019.10.30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고담시의 상황과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날까요. 전혀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 것이죠.

[소비라이프/김정응 소장] 영화 <조커, Joker>를 보았습니다. ‘불편한 공감’을 주는 영화라는 세간의 평이 있는데 저도 그러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심플합니다. 사회적 약자가 악인으로 변신해서 복수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악인이 밉지가 않다는 것이 영화의 인기요인이고 불편한 공감의 이유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정신분열, 사회적 고립, 지식인들의 위선과 조롱 등 현실의 불평등과 같은 사회 구조적인 배경이 그가 악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살면서 단 1분도 행복했던 적이 없다.”
“외톨이 정신병자와 그를 냉대하고 쓰레기 취급하는 사회를 합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라” 

그렇게 불평등을 향한 복수의 총격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는 곧 우리 사회는 어느 수준인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고담시의 상황과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날까요. 전혀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 것이죠. 

영화는 또한 저 자신을 저울질하게끔 압력을 가했습니다. 대졸 군필, 대기업 출신, 아파트 보유. 이런 정도이면 영화에서 규정하는 기득권자에 해당될 것입니다. 가면(假面) 군중의 타도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나는 혹시 다른 사람들을 냉대하지는 않았는지 … 결과적으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지난 한 달을 상기해 보았을 뿐인데, 1년을 아니 10년을 기준으로 하면 끝이 없을 지경일 것입니다. 

전철 출입구에서 전단을 나누어 주던 할머니에게,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는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사무실 청소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출퇴근하면서 부딪히는 지하철 교통 약자들에게,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에서 오직 농사만 짓는 친구에게, 전화 연결이 안 된다며 텔레마케터에게, 좀 늦었다고 택배 아저씨에게, 바닥이 미끄럽다고 목욕탕 도우미 아저씨에게 …등등 

역설이 판을 치면 문제가 있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역설이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조커(joker)가 울음이라는 웃음의 역설이 아닌 웃음으로 즉 진짜 조커로 되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해답은 명확합니다. 상대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그것입니다. 아주 똑같을 수는 없지만, 너무 기울면 사달이 나는 법입니다. 가진 쪽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괴테는 사랑도 많이 했고 그에 관한 시도 썼습니다. 그의 시 한 편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때마침 그가 쓴 시의 제목이 ‘발견’이네요. 

“숲으로 갔네 / 그렇게 나 혼자서 / 아무것도 찾지 않는 것 / 그게 내 뜻이었네 / 그늘 속에서 나는 / 한 송이 작은 꽃을 보았네 / 별처럼 빛나는 / 작은 눈동자 같은 꽃을 / 나는 그 꽃을 꺾으려 했네 / 그러자 꽃이 속삭였지 / 나는 꺾여서 / 시들어야만 할까요? / 그 꽃을 온전히 캐내어 / 예쁜 정원으로 옮겨 왔네 / 그러자 그 꽃은 조용히 살아났지 / 지금 그 꽃은 넓게 가지를 뻗고 / 점점 더 많은 꽃을 피우고 있다네.”  

사실 배려니 사랑이니 하는 일이 뭐 그리 거창한 일인가요. 우리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름다운 자기만의 색깔과 모양을 가진 꽃으로 피어나려는 작은 소망이 꺾이지 않도록 하는 일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람의 꽃’이 예쁘게 피어나는 그런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그 얼굴이 늘 햇살을 비추니까요. 

김정응 

FN 퍼스널브랜딩 연구소 소장 / 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