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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생명 인턴, 실제론 보험설계사로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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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생명 인턴, 실제론 보험설계사로 계약
  • 조성문기자
  • 승인 2013.05.31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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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유일 ‘정규직 전환형 제도’ 라고 광고해 모집...실제는 설계사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의 통합 브랜드인 동부금융네트워크가 “핵심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해 성과가 우수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인턴을 모집해놓고 실제로는 보험설계사 계약을 맺고 있다고 김영주 의원이 밝혔다. 

 

청년실업으로 ‘을’의 처지에 있는 대학생에게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내걸어 영업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19일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동부생명은 지난 3월 인턴 64명과 ‘FP(재무설계사) 위촉 계약’을 맺었다. 위촉 계약서는 “FP는 보험설계사 신분 또는 보험대리점의 신분을 가진 독립사업자로 이 계약에 의해 회사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다. 회사와 FP 사이에는 고용 및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부그룹 인턴으로 채용했지만, 독립사업자일 뿐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신분이 아닌 것이다. 

동부금융네트워크는 지난해 말 ‘통합금융 시즌2 인턴십 과정’이라는 공고를 냈다. 매월 100만원의 기본급과 성과급 등을 지급하며, 업계 유일의 정규직 전환형 제도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인턴십 과정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사무직 인턴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실제로는 ‘영업사원’이었고 보험 팔러 다니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부금융네트워크가 지난해 말 ‘업계 유일의 정규직 전환형 제도’를 실시한다며 대학생을 상대로 낸 인턴 모집 공고문(위쪽). 그러나 인턴십 과정에 합격한 대학생이 작성한 위촉 계약서(아래쪽)를 보면 이들은 인턴이 아니라 보험설계사 신분이었다. 

인턴십 과정에 합격한 뒤 보험설계사로 계약했던 최모씨(29)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병가를 내는 바람에 동기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까’ ‘스트레스가 심하다’ 등의 이야기를 유족들에게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앞서 교보증권은 2011년 영업실적이 좋은 인턴사원만 정규직으로 전환해 논란을 빚었다. 인턴사원은 실적을 위해 가족과 친지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약정을 올리기 위해 빈번한 매매를 하다 수십억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교보증권이 금감원으로부터 기관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유사한 문제가 금융권에 여전히 온존하고 있는 셈이다. 

2011년 삼성생명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이모씨(28)는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나중에 재직증명서를 떼어봤더니 보험설계사 경력으로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벌, 토익 등 ‘스펙’이 안 좋다 보면 나중에 영업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해볼게요’라면서 시작하게 된다”며 “모집 공고를 할 때부터 인턴이 아니라 보험설계사라는 것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의원은 “인턴들이 계약서를 쓸 때 보험설계사라는 점을 분명히 고지받았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갑의 횡포’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금융네트워크 관계자는 “모집 공고에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입사교육을 할 때 보험설계사 계약을 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계약한 것이어서 금융회사와 인턴의 관계를 ‘갑을 관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목숨을 끊은 인턴의 경우 실적을 요구하지 않는 교육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실적 압박에 따른 자살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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