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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금융 단체는 모피아(Mofia)의 놀이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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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금융 단체는 모피아(Mofia)의 놀이터가 아니다!
  • 조연행 기자
  • 승인 2013.05.30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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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매’로 터진 남양유업 사태로 ‘甲乙’ 논쟁이 한창이다. 경제민주화 분위기와 더불어 그동안의 강자와 약자, 갑을 간의 불평등, 불합리, 불공정한 관계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과 시정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떠한 거래든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와 불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약자는 있기 마련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 경제적 생태계에서 을의 입장에서는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갑의 횡포를 ‘울며겨자 먹기’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갑을 관계를 고치겠다고 ‘甲’들이 나서고 있다. 갑과 을이라는 용어를 없애고, 공정한 계약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홍보용으로 지극히 표면적인 것일 뿐 갑의 지위를 내려 놓는 것과 같이 속내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꼴갑’을 하는 것이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가맹점 사업자와 가맹점주, 구매업체와 납품업체, 대학교수와 조교, 의사와 인턴, 감독과 출연자 등 수많은 갑을 관계가 존재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극명한 갑을 관계는 ‘공무원과 민간인’일 것이다.

공무원은 공복(公僕)이라는 명분으로 신분 보장은 물론이고 다방면에서 우선권을 가진다. 퇴직 후에도 국가가 보장하는 최고의 연금인 공무원연금도 있다. 친절ㆍ불친절을 떠나 공무원을 상대로 민간인들이 일하는 것은 벽창호에다 이야기하는 것 같고, 간과 쓸게를 다 빼놓고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민간의 중론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국가를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이도 많다고 강변하는, 실제로 그런 공무원도 매우 많다.

공무원 자리 말고, 최고 권력자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3000개를 넘는다고 한다. 요즘 이 자리 의자의 주인들이 바뀌고 있다. 정권의 의지대로 ‘코드가 맞는 사람’ 또는 ‘朴心을 읽을 줄 아는 사람’으로 물갈이 인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평생 공무원으로 ‘갑질’을 하다가, 정권에 잘 보이면 정부투자기관, 협회, 단체, 연구소 등에 또 한자리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최근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우리금융과 KB금융도 회장을 다시 선임해야 한다. 3월에는 산은금융지주회장이 그만 뒀고, 지난달에는 이팔성, 어윤대 회장이 차례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른바 ‘MB 금융맨’들이 ‘朴 금융맨’으로 교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재경부 출신 공무원들로 MB의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탰던 모피아(Mofia)들이다. 모피아는 재무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금융계 내의 재무부 출신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이 막강한 파워와 연대감으로 ‘선후배를 끝까지 챙겨 주는’ 것을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인허가 등 금융권의 목줄을 꼭 잡고 ‘슈퍼 갑질’을 하다가, 민간인으로 신분이 바뀌었어도 ‘자기들끼리 자리’를 챙겨줘 자리를 만들어 준다. 당연히 민간단체이고, 민간의 자율 선임방식이 있지만 ‘저높은 곳’의 눈치를 본다. 감히 모피아가 아닌 ‘민간인’들이 아예 탐을 내지 못한다. 호불호도 표현하지 못한다.

묵묵부답 의견 없이 ‘의중’대로 눈치껏 움직인다. 잘못 보였다가 모피아 선배를 챙겨주는 ‘후배 공무원’의 눈 밖에 나게 되면 슈퍼 갑에게 ‘혼쭐’이 날 각오를 해야 한다. 어떠한 보복이 돌아올지 모른다. MB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금융기관과 협회, 단체의 장들은 다시 다른 모피아가 장악하는 것이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모두 보험을 모르는 ‘비전문가’ 모피아 출신이다. 이전에도 거의 그랬었다. 손보협회장이 7월 임기가 만료되고 생보협회장이 내년 초 임기가 끝나지만 보험을 아는 ‘전문가’가 회장을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또 모피아가 내려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가 민간에 대해 ‘슈퍼 갑질’을 하는데 민간에서의 ‘갑질’이 없어질 리가 없다.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이 바뀐다. 이번 보험단체 인사부터 ‘모피아’가 아닌 ‘전문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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