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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호] ‘게이미피케이션’ 재조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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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호] ‘게이미피케이션’ 재조명되나?
  • 기획취재팀
  • 승인 2019.08.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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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게임 참여하면 교육에도 효과

[소비라이프/기획취재팀]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 찬·반 의견이 대립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게이미피케이션’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문제 해결, 지식 전달, 행동 및 관심 유도 혹은 마케팅을 위해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매커니즘’과 사고방식을 접목시킨 것을 말한다. 

‘재미’ 요소 더해 ‘몰입도’ 높여  
블루마블 게임을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 이름과 수도를 외우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걸음’ 동작이 필요 없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몸의 무게를 실어 하나하나 밟아야 하는 피아노 계단을 이용한 적도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 게임을 통해 지식을 얻고, ‘걷기’라는 미션을 수행함으로써 ‘건강’이라는 보상을 받게 되는 형태의 것들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본 개념은 이처럼 간단하다. 다시 말해 소비자 또는 사용자가 미션을 달성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식이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커피 쿠폰(10잔 마시면 1잔 무료)이나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 등으로도 우리는 이미 게이미피게이션을 누리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2002년 처음 영국의 프로그래머인 ‘닉 펠링’에 의해 알려졌다가 2011년 미국에서 열린 ‘게이미피케이션 서밋’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경쟁과 보상 등의 게임 특성을 활용, 소비자나 사용자로부터 대상에 대한 몰입을 이끌어내는 게 핵심인 ‘게이미피케이션’은 이제 교육, 의료, 기업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게임에 ‘재미’라는 요소를 더해 사용자가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빠른 동기 유발을 노리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마케팅 수단
게이미피케이션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나이키 플러스’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이는 운동화에 나이키 플러스 센서를 달고 운동을 하면 운동량이나 운동 경로, 이용자의 칼로리 소모량 등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는 방식이다. 나이키 플러스는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활용, 신기록을 달성해 나갈 때마다 축하 음성 메시지를 주거나 트로피 같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키는 지난 2012년 ‘Bid your Sweat(땀으로 입찰하라)’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때 Sweat는 나이키 플러스 앱을 통해 측정된 사용자들의 이동 거리를 의미한다. 나이키는 이동 거리에 따라 가상화폐를 지급했으며,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나이키 제품을 경매 형식으로 구매할 수도 있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국내 은행권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KEB 하나은행은 ‘도전 365 적금’을 통해 스마트폰 앱으로 측정한 걸음수가 가입한 날로부터 11개월 동안 350만 보를 넘으면 연 2.35%의 추가 금리 혜택을 준다. 하루에 1만 보씩은 걸어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미세먼지 해결’을 접목해 내놓은 친환경 특화상품 ‘KB맑은하늘적금’에도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돼 있다. 이는 가입 고객에게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으며,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맑은하늘을 위한 4가지 미션’을 제시한다. 보상은 1.0%포인트의 우대이율이다.

휴넷, 관련 이벤트로 수강생 늘어
그러나 게이미피케이션이 파고드는 예상 밖의 영역은 역시 ‘교육 분야’이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이 교육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쉽게 몰입하게 함으로써 학습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학습 과정을 무료로 제공하는 휴넷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12월까지 ‘스마트 카우 팜(SMART COW FARM)’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수강생들은 ‘스마트 카우 팜’에서 스마트 카우 대회를 벌였다. 대회 참여를 위해 먼저 나만의 소를 분양받았고, 열심히 공부해 소를 키우며 최종 순위에 오른 참여자들에게는 푸짐한 선물이 제공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러닝포인트(LP)를 획득해야 했는데 기업 연수원에 로그인을 하면 50 포인트, 강좌를 수료하면 교육 시간당 10 포인트를 얻는 게 가능했다. 이에 시험을 포함한 강좌를 수료하면 250 포인트, 수료 후 설문이나 후기를 작성하면 1건당 150 포인트를 추가로 얻을 수 있어 학습 과정에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했다. 게다가 차곡차곡 모이는 러닝포인트는 숫자로 바로 확인, 중간중간 보상 혜택이 주어져 수강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MY COW 프로필로는 총 포인트와 함께 내가 키우는 소의 양육 레벨, 로그인 횟수, 학습시간, 수료과정, 설문 참여 등 러닝포인트를 어떻게 획득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게 했으며 레벨이 높아질수록 소가 성장하는 모습도 확인하게 했다.

스마트 카우 팜 생중계도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는 전체 순위를 통해 나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를 더 공부해야 몇 등 안에 들 수 있는지 판단하게 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의욕을 높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넷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것으로 늘어난 학습 참가율은 이전의 학습 이벤트와 비교, 20% 이상이다. 

교육에도 도입 시도 늘어나
일반적으로 게임이라고 하면 교육의 반대편 끝에 서 있고, 학습에 방해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콘텐츠 산업 발전의 1등 공신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독’이라는 단어와 연결시키고 심지어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찬성하는 이유다. 

하지만 교육계에서 ‘게임’을 중심축으로 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논의는 이미 2010년대부터 계속 되어 오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게임이 가진 오락적인 요소와 집중과 이입이 강한 점을 교육에 도입해 교육을 게임화하는 흐름은 진행 중이다.

교육 분야에서의 게이미피케이션을 위해서는 먼저 게임의 특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플레이어에게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고, 그 임무를 수행하면 즉각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몬스터를 잡으면 돈이나 아이템을 얻거나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게 되고, 점수를 받아 랭킹에 올라 주변과 경쟁하며 찬사를 받는 구성이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이러한 임무 수행과 보상 시스템이 계속 이어지며 게이머들이 끝없이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고 게임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이미 대부분의 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등수를 매기고 있고, 상위권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줌으로써 학습을 이어나갈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것은 어쩌면 게임이 가진 경쟁과 보상이라는 원리가 교육 시스템에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보장하는 것은 스토리의 유무일 것이다. 물론 “게임에서 스토리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 강했던 적이 있었고, 게임 업계에서도 그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떠오른 지금의 게임은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스토리는 물론 때로는 시사적이고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게다가 게임의 작품성과 가치를 극대화, 플레이어들에게 간접 체험을 제공하며 몰입도를 높이며 게임의 구성에 대한 이해력을 돕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게임’이 단순 암기식, 주입식 교육이 아닌 체험, 경험, 학습 내용에 대한 인과관계와 흐름에 기반을 둔 ‘이해’를 표방하는 현대의 교육 흐름과 어느 정도는 맞물려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서울 월계초 ‘루’, 비만 치료에 도움
하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탓에 교육 분야에서의 게이미피케이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더욱이 일부 아동용 교육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식 부족이나 인지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그러나 게이미피케이션은 교육의 효용성은 물론 몰입도를 최대까지 끌어내며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투자와 연구는 관련 업계와 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아이들의 비만 치료를 위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도입한 ‘최첨단 장비’가 학부모와 교사, 아이들에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월계초등학교에 설치된 인터렉티브 스포츠 교육 장비 ‘Lu’(이하 ‘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시가 주관한 ‘건강증진학교 공모사업’에 선정된 노원구가 노원구 보건소를 통해 초등생 비만 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가의 해당 장비를 지원한 것이다. 관계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이 학교와 아이들의 교육 공간을 바꿈으로써 미래 교육의 방법을 제시하듯 ‘루’가 있는 실내 체육의 공간이 아이들의 ‘건강증진’이라는 목표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루가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인재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이 첨단 장비가 가져올 변화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지 많은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총회를 열고 게임중독, 즉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6C51’을 새롭게 추가한 ‘국제질병분류 11번째 개정판(The 11th Revision of the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이하 ICD-11)’ 발행을 의결했다. ICD-11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란 △게임 이용 시간이나 강도 등에 대한 통제력이 손상되고 △다른 관심사나 일상 행위보다 게임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며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계속하거나 더 하는 행동 패턴을 말한다. 게다가 이는 △가족이나 사회 등에 큰 손상을 초래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것이며, △그 증상이 최소 12개월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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