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리허설(rehearsal)’
상태바
[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리허설(rehearsal)’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9.06.26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할 뿐입니다”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여자골프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데 신인 유망주라는 선수가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말했습니다. 단골 치과에 신입 보조원이 새 출발을 다짐한다며 한 말이기도 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말은 시니어 세대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젊은이들이 시의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사성어도 고전과 같이 유통기한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인데, 여기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진인사(盡人事)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오랜 기억에 남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미국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1970년 당시 미국에서도 매우 드물었던 한 여성 변호인이 국가를 상대로 일전을 벌이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느 법정 영화처럼 이 영화 역시 최고의 관전 포인트는 죽느냐 사느냐의 물러설 수 없는 변론 대결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승리하기 위해서 치열한 준비를 합니다. 일명 드림 팀을 구성하여 가상으로 상대편 역할을 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불꽃 튀는 변론 대결을 펼칩니다. 영화의 결론은 예상대로 주인공이 승리합니다. 관련법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게 됩니다. 변론 승리의 요인은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철저한 준비인데 그 핵심은 바로 실전 이상의 치열한 리허설에 있었습니다. 

“생방송 같은 리허설 덕분이죠” 
광고회사에 다니는 후배가 경쟁 프리젠테이션의 승리 비결이라며 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한 말이었습니다. 프리젠터는 부담이 많습니다. 프로젝트의 리더이자 최종 전달자이기 때문입니다. 준비한 콘텐츠를 고객이 수용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그는 수없이 많은 밤을 새워가며 콘텐츠를 준비했고 또한 수없이 많은 리허설을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막상 실전 무대에 오르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고 어깨를 으쓱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100%의 완벽한 준비에 달려있는데 리허설이 그 마무리 역할을 한다.”

고객회사에서 후보자 Y가 최종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저희 같은 써치펌(헤드헌팅회사)에서는 이런 소식을 들을 때가 가장 즐거운 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소식을 들었던 그 날은 박수와 환호도 없이 담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누구도 그녀의 합격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사전 인터뷰 때부터 싹수가 달랐습니다. 복수의 다른 후보자들과는 다르게 예상 질문부터 막힘이 없었습니다. 태도도 당당했습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녀야 말로 ‘준비된 합격자’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그녀는 그만큼 특별했습니다. 사전 면접을 마치고 나서 예외적으로 준비를 잘 했다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리허설하고 또 리허설 했습니다.” 
그녀의 특별함은 실전 같은 리허설에 있었던 것입니다. 

공휴일괘(功虧一簣) 
功 공 공, 虧 이지러질 휴, 一 한 일, 簣 삼태기 궤.
공휴일괘는 산을 쌓아 올리는데 한 삼태기의 흙을 게을리하여 완성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거의 이루어진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여 오랜 노력이 아무 보람도 없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출처는 ≪서경(書經)≫의 <여오편(旅獒篇)>입니다.

어려운 한자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고사성어를 글쓰기나 강연에서 자주 인용합니다. 아마도 삼태기라는 토속적인 소재가 등장해서 그런가 봅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삼태기와 씨름을 많이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삼태기에 재를 담아 버리는 일은 저의 주요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이 성어가 마지막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최적격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태산이 무너지고, 말짱 도루묵이 되고, 십년공부 도로 나무아미타불이 된다고 몰아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리허설은 한 삼태기의 흙까지도 가득 채워서 태산 쌓기를 완성하는 완벽한 마무리인 것입니다. 리허설(rehearsal)의 사전적인 의미는 ‘Live’를 위한 ‘예행연습(豫行演習)’입니다. 연극, 방송, 공연 등을 하기 전에 실제처럼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회사 등 직장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이나 신제품 발표회 등을 앞두고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엄한 의식이기도 합니다.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다”
한 번뿐인 인생은 재공연을 할 수 없고 또한 재미가 없다고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으니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총론적으로는 공감이 가지만 각론에서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인생은 리허설입니다. 
인생은 하루하루의 삶의 조각으로 채워집니다. 인생이 성공적인 공연이 되기 위해서는 하루하루가 필요에 따르는 리허설로 가득 채워져야 합니다. 특히 직장이라는 인생의 무대에서 리허설의 중요성은 태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은 것입니다. 매사 리허설을 생활화하는 진인사(盡人事)로 성장과 변화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