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 '걸캅스'
상태바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 '걸캅스'
  • 신은주 소비자기자
  • 승인 2019.05.14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왜 터부시되는가
(영화 걸캅스의 메인 포스터 /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걸캅스' 메인 포스터 / 출처 : 네이버 영화

[소비라이프 / 신은주 소비자기자] 여성 주연 수사물 '걸캅스'가 지난 9일 개봉했다. 개봉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끌었던 이 영화는 지난 13일 오후 3시 기준, 누적 관객 수 59만명을 돌파했다. 여성 주연의 수사물을 찾아보기 힘든 한국 영화계에서 나온 걸캅스는 여성 소비자들에게 특히 인기와 관심을 얻고 있다.

걸캅스는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수사물의 전개를 그대로 담고 있다. 한국의 수사물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내용이다. 말 그대로, 한국 영화계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의미 있는 것은 여성이 주연이며, 한국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여성 배우가 수사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흔치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걸캅스는, 여성이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주체로 등장한다는 부분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약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의 여성이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서 발벗고 나서고 다른 이들과 연대하여 범죄를 소탕하는 능동적 존재로의 여성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걸캅스는, 대한민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고 있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마약을 이용해 피해자를 무력하게 만들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불법 촬영한 뒤에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걸캅스에서의 범죄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범죄를 모티브로 했다고 할 수 있다.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범죄는 그 자체만으로 매우 심각하다. 이 범죄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이를 문제로 삼거나 신고하지 않고, 이를 방관하고 유포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걸캅스는 영화를 통해 이러한 일련의 범죄들이 명백한 범죄임을 밝히며, 그 범죄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보여준다.

걸캅스는 서사적인 면이나 여타 클리셰적인 장면들을 보았을 때, 한국 영화계의 수사물이 지니고 있는 한계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맞다. 그러나 여성 주연의 수사물이라는 점, 범죄임에도 범죄로 여겨지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에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영화 걸캅스를 기점으로 여성배우들이 더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다양한 주제를 통해 사회에 시사점을 던지는 영화가 더 많이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