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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호] 갈 데 없는 동전, 천덕꾸러기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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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호] 갈 데 없는 동전, 천덕꾸러기 신세
  • 추재영 기자
  • 승인 2019.04.10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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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교환 서비스 불편…CU 포인트로 바꿔도 돼
 

[소비라이프 / 추재영 기자]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 손엔 외로운 동전 두 개뿐” 1990년대 유행했던 이 노래에는 공중전화 앞에서 10원짜리 동전 두 개를 들고 사랑하는 이에게 차마 전화를 할 수 없었던 애절함이 담겨있다.

이 당시만 해도 공중전화 앞에서는 10원짜리 동전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동전 너머의 현금은 물론 신용카드마저 곧 사라질 시대에 접어들었다. 간편 결제와 모바일 뱅킹이 등록된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든 소비가 가능하다보니 현금이 들어있는 지갑이 없어도 사람들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갈 곳 잃은 동전만이 이리저리 치이다 집안 곳곳, 주머니 여기저기에 쌓일 뿐이다.

카드 사용 늘면서 홀대돼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과거 통계에 의하면 2012년부터 신용카드 결제가 현금 결제를 넘어섰다. 그리고 만 원 이하 소액결재엔 현금을 이용하는 관행이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생수 한 병에도 카드를 쓰게 됐다. 이렇듯 ‘현금 없는 사회’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가로 8.6㎝, 세로 5.4㎝의 황금비율을 자랑하며 발행 초기 ‘플라스틱 머니’로 불렸던 신용카드는 ‘아름다움’과 ‘편리성’, ‘신뢰’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지폐나 동전을 대신하며 소지에 대한 불편을 덜어주었고 지갑의 두께를 줄여 옷맵시가 살아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속도가 느리기는 하나 우리나라 역시 ‘현금 없는 사회’로 이동 중이다. 그보다는 ‘동전 없는 사회’로의 움직임이 먼저 일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동전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수중에 동전을 지니고 다니지는 않지만 종종 현금으로 지불하고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의도치 않게 많은 동전이 쌓이게 되는데, 그렇다고 그것에 현금의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은행 교환 서비스 ‘불편투성이’

간단한 군것질을 가능하게 했던 동전의 능력은 오백 원짜리마저도 그 힘을 잃었거니와 공중전화 한 통 걸게 했던 십 원짜리의 쓸모는 더욱 잊힌지 오래다. 갈 곳 없어진 동전은 그저 주머니 속에서 짤랑거린 후 바닥을 뒹굴다가 어느 특정 용기에 담기고 나서야 겨우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게 된다.

동전이 홀대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용 때문이다. 10원짜리는 1.22g으로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50원짜리는 4.16g의 양백(구리, 아연, 니켈) 소재며 100·500원짜리는 백동(구리, 니켈)으로 각각 5.42g, 7.70g 무게를 지닌다. 이렇듯 동전은 고가의 금속 소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많이들 수밖에 없다. 동전 제작에 관한 정확한 금액을 알 수는 없지만 보통 10원짜리 동전의 경우 개당 30~40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30원 이상의 비용을 주고 10원짜리 하나를 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지난 2017년 한국은행이 ‘동전 없는 사회 만들기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당시 한국은행의 이 사업에는 전국 3만개 이상의 매장이 참여했다. 하지만 ‘적금’의 방식이 아닌 포인트 ‘적립’의 형식이라 매장마다 적용 방식이 다르고 포인트도 여기저기 분산된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동전 없는 사회 만들기 사업’ 아래 시도된 ‘동전 모으기 운동’에서도 국민들의 호응은 한때 ‘반짝’으로 그치고 말았다. 각 가정에 있는 동전을 은행으로 가져가면 교환기를 통해 지폐로 돌려받거나 계좌로 입금할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언제부턴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사용자가 많아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설명하고 있지만 지점별 설치된 동전교환기가 고작 1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소비자의 불편을 담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불편은 ‘지정된 지점에서만’, ‘정해진 날짜, 정해진 시간에만’, ‘계좌가 있어야만’ 등으로 제한됐던 데다가 가능한 ‘날짜와 시간’, ‘방법’에 대한 안내조차 없어 소비자들의 불편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모 인터넷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시중은행 대다수가 동전교환 업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동전교환은 은행의 서비스일 뿐 고유 업무가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체계적 시스템 도입돼야

한국은행은 2008년부터 매년 5월 전국 은행연합회, 새마을금고, 신협,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우정사업본부와 공동으로 범국민 동전 교환 운동을 펼쳐왔다. 이 운동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8억 개(3,808억 원), 연평균 2억 8,000만 개 동전이 회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2017년부터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벌이며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 구현 목표로 힘쓰고 있지만 무거운 동전 주머니를 들고 은행에 들락날락해야 하는 국민들의 불편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올 5월에도 범국민 동전 교환 운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전 교환을 계획 중이라면 지점 별 교환 가능 날짜와 시간, 방법 등을 체크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또한 ‘기계 고장’으로 헛걸음 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니면 편의점 CU의 모바일 앱 ‘포켓CU’를 이용해보자. 지난해 말 포켓CU를 선보인 CU에서는 제품을 구매하고 남은 동전을 적립하는 것도,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동전을 포인트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CU를 방문해 앱에 탑재된 바코드만 꺼내면 된다.

동전 없는 사회 만들기 사업은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지만 ‘동전 없는 사회’는 아직 요원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사업의 진척을 위해서라도 뭔가 체계적인 보완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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