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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00수사관입니다”…'보이스피싱' 직접 받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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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00수사관입니다”…'보이스피싱' 직접 받아보다
  • 신경임 소비자기자
  • 승인 2019.02.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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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그놈목소리’ 등으로 피해 막아야

[소비라이프 / 신경임 소비자기자] 지난 26일, 기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을 자칭하는 한 남성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는 기자 본인이 불과 2주 전 “노인을 노리는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는 기사를 쓴 사람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번에는 청년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 기사를 써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들어보니, ‘김병철’이라는 보이스피싱범이 나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여 중고매장에 등록하고 대포통장으로 사용해 약 2천 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피싱 수법이었다. 그는 몇 가지 질문을 하고는 “범죄에 크게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니 전화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기관에서는 주민번호, 계좌비밀번호 등의 개인정보는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로 ‘진짜’ 정부기관인 척을 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범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진짜’ 정부기관은 절대로 개인번호로 전화를 걸지 않으며, 수사를 전화로 하지도 않는다. 단지 피해자가 자신을 믿게 만들어 수사를 빙자한 채 나이와 현거주지 등의 추가 정보를 빼내고, 최종적으로 ATM기 앞으로 유인해 돈을 가로챌 목적으로 하는 말이다.

내 명의의 대포통장이?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에서 확인하자
본인명의의 계좌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payinfo.or.kr)에서 모두 조회가 가능하다. 기자가 보이스피싱범에게 “사기범에게 대포통장으로 사용되었다는 내 명의의 계좌가 조회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는 수사기관이 직접 계좌를 동결하고 해지시켰으니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얼버무리곤 되려 계좌 동결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니냐며 윽박질렀다. 물론 사이트에서 본인 계좌는 해지결과까지 조회할 수 있다.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며 피해자를 주눅 들게 하여 자신의 말에 거역하지 않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 출처: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이 외에도 그는 전화를 받는 내내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현란한 말솜씨로 의심을 품을만한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요즈음 청년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설마 속을까 싶겠지만, 생각보다 피해사례가 많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취준생’의 청년들을 주로 노리기 때문이다.

범죄의 타깃이 되는 취업준비생
취준생은 ‘취업 준비생’의 줄임말로, 20대 중반~30대 초반 즈음의 청년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취준생은 수많은 공고에 지원을 하며 합격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만약, 갑자기 당신이 사건에 연루되어 범죄기록이 남을 수도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 해도 아찔할 것이다. 범인은 취준생들의 간절한 상황을 악용한다.

취준생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수법으로는, 앞서 설명한 기자의 경우처럼 정부기관을 빙자하여 돈을 빼내거나 특정 기업인 척하며 계좌와 비밀번호, 도장을 받아내 대포통장으로 쓰는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 월급을 받을 계좌는 절대 비밀번호나 도장이 필요 없으며 회사에서 쓸 계좌가 하나 필요하다며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자칫하면 대포통장 제공자로 범죄에 연루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금융감독원 ‘그놈목소리’
그렇다면 보이스피싱을 피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예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기자처럼 보이스피싱 예방 기사를 써야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기자가 속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들어본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지킴이’(phishing-keeper.fss.or.kr)에 접속하여 피해예방-그놈목소리를 클릭하면 피해자들이 제보한 실제 녹취음성을 들어볼 수 있다. 보이스피싱은 실감나는 상황을 연출하지만 대부분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의 목소리를 몇 번 들어보면 ‘아, 이거 보이스피싱인가?’하는 의심이 생기기 쉬워진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녹취록을 꼭 들어보기 바란다.

▲ 출처: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된 전화번호입니다'…T전화·후후·후스콜
기자는 잠결에 전화를 받아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데, 끊고 나서 확인해보니 해당번호가 이미 보이스피싱으로 신고 된 이력이 있었다. ‘T전화’, ‘후후’, ‘후스콜’ 등 스마트폰 앱은 사용자들의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스팸전화나 보이스피싱전화를 알려주거나 미리 차단한다. 전화를 받기도 전에 해당 전화가 보이스피싱이라고 뜬다면 사기범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도 없다. 신고된 번호로 전화를 건다면 걸러낼 수 있는 앱을 이용하는 것도 보이스피싱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기자가 사용하는 ‘T전화’ 앱. 상단에 보이스피싱 주의 문구가 찍혀있다.

갓 사회에 나온 청년들을 노리는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 나날이 커져만 가는 피싱 피해가 당신에게도 해당되지 않기 위해 이 기사의 예방법들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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