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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정책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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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정책의 방향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1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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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창의원

"소비자의 역할과 역량이 강화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금융과 의료, 법률 등 전문 서비스 분야는 소비자 권익보호가 취약하다."

인종과 언어, 시대와 국적은 달라도 전 세계 모든 사람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소비자’라는 점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소비하며 삶을 영위해 나간다.

 

소비자가 없으면 생산자도 없다. 생산자가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소비자가 구매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시장 경제는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비자는 시장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주체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사용한 ‘프로슈머(prosumer)’라는 용어에도 이러한 소비자의 역할과 중요성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제품 기획과 개발, 판매와 유통에 이르는 과정에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의 역할과 역량이 강화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권익보호가 취약한 분야들이 있다. 대표적인 분야들이 금융과 의료, 법률 등 전문 서비스 분야이다. 이들 영역에서 소비자 권익보호가 취약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고, 피해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금융상품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금융상품의 구조와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피해가 발생해도 상품 구입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구제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작년부터 불거진 저축은행 문제가 대표적이다.

저축은행들은 ‘후순위 채권’이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지 않고, ‘고금리 수익’을 강조해 판매해 왔다. 이들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져 금융당국에 의해 영업정지를 당하자 이러한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고수익 보장’이라는 말만 믿고 퇴직금이나 생계자금을 투자한 고령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정부는 정책실패와 감독실패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질서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논리로 실질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금융질서의 원칙도 금융산업의 발전도 허울 좋은 수사에 불과하다.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일 수 있도록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법률과 보건의료 분야도 소비자들이 서비스 공급자들에 비해 불리한 분야이다. 전문 지식과 조직적 힘으로 무장한 변호사와 의사들을 개별적으로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내년 4월 출범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보건의료분야에서 소비자들의 큰 힘이 되리라 기대된다.

법률분야에서도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전문 시민단체 등이 법률 소비자들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 정책 관련 기관들에서도 전문분야 소비자보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분야에서 소비자의 권익이 보호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과 SNS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더 현명해지고,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모든 소비자들이 동일한 지식과 전문성,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특히 어린이와 고령자를 비롯한 사회취약계층은 마땅히 누려야 할 소비자로서의 권익조차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러한 사회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관심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장애인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환경을 만들면 비장애인도 불편을 느끼지 않듯이, 사회취약계층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면 그 혜택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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