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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호] 미세먼지 빨아들이는 ‘도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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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호] 미세먼지 빨아들이는 ‘도시숲’
  • 서선미 기자
  • 승인 2019.02.1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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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정화, 소음 감소에 효과…올해 조성사업 시작
 

[소비라이프 / 서선미 기자]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과거에는 ‘황사철’에만 호흡기 단속을 꼼꼼히 하면 됐지만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고 주기도 짧아져 신경을 바짝 써야한다. 대륙 고기압의 확장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에 빗대어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철’없는 미세먼지 겨울에도 심각
삼한사미(三寒四微)는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한반도의 전통적 겨울 날씨를 의미하는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온(溫)자 대신 미세먼지의 ‘미(微)’자를 대입, 한창 쓰이고 있는 신조어다. 즉 3일간 한파가 이어지다 물러나면 다음 4일간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곤 하는 현실이 반영된 단어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 한랭기단이 한반도까지 밀고 내려오면서 겨울철 강력한 한파가 발생하고, 한파가 끝날 때쯤이면 중국 발 미세먼지가 포함된 온난기단이 밀려오는 현상과 겹치며 잘 들어맞는 용어로 너나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산림청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숲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나서 숲과 미세먼지의 상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폐·혈액 속으로 유입돼 건강 해쳐
과거 ‘황사’는 몽골이나 중국 북부의 황토 지대에서 강한 바람에 의해 고공으로 올라간 미세한 모래 먼지가 상층의 편서풍을 만나 한반도 부근까지 운반된 후 서서히 하강하는 현상을 의미했다. 날이 풀리는 봄 황사철이면 누런 모래 먼지로 가득 찬 대기는 가시거리를 좁히기 일쑤였다. 외출 시 옷에 묻어 함께 들어오는 먼지들은 주부들의 일거리를 늘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밖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누렇던 대기가 잿빛을 띠게 된 변화만큼, 봄철 ‘잠깐’에 그쳤던 기간이 사계절 ‘내내’로 늘어난 만큼 그로 인한 폐해 역시 심각성과 치명성을 더하게 됐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다. 주로 자동차나 공장의 굴뚝 등을 통해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폐와 혈액 속으로 유입돼 기침이나 호흡 곤란을 일으키고 천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더욱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미세먼지는 공업화의 산물로, 현대사회에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들은 그저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며 옷을 자주 세탁하는 것으로 미세먼지의 공습에 맞설 뿐이다.
 
숲이 미세먼지 대안으로
이러한 가운데 ‘숲’이 미세먼지의 확실한 대안으로 나서줄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산림청은 지난해 11월 “미세먼지를 줄이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미세먼지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도시 바람길 숲’ 10곳과 ‘미세먼지 차단숲’ 60ha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이 2,500억 원을 들여 준비한 ‘도시숲 조성사업’은 곧 시작될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숲’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숲은 2015년 기준 633만 5,000ha로 전 국토의 약 63.2%를 차지하며, 지역별로는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전체 면적의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숲의 기능은 다양하며 모든 인류와 동·식물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숲은 물을 저장하고 산소를 생산하며 나뭇잎과 줄기, 뿌리로 빗줄기의 힘을 약화시켜 토양 침식과 유실을 막아준다.
 
숲이 가진 여러 기능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물의 저장 기능’이다. 숲은 낙엽층과 토양층에 빗물을 저장하고, 지하수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저장된 에너지는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의 생존에 사용된다. 그러므로 숲이 클수록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도시숲, 소음 감소 기능도 있어
결국 이러한 숲의 기능은 특히 도시숲에서 강조될 수밖에 없다. 도시숲이란 국민의 보건휴양·정서함양·체험활동을 위해 조성 및 관리하는 산림을 말하며 공원이나 학교 교정, 가로수 등으로 정의된다. 말 그대로 도심에 존재하는 숲인 셈이다. 
 
도시숲의 종류에는 숲 체험 활동이 가능한 도시산림공원, 공간 활용을 위해 마련된 생활환경숲, 가로수와 가로숲, 명상숲, 전통마을숲, 경관숲 등이 있다. 필요에 의해 대부분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특징인 이들 모두는 천연의 숲과는 별개로 다양한 기능을 갖추기도 한다.
 
예를 들면 도시숲은 도로를 가득 메우는 차들과 각종 기계로 인한 도시의 여름철 ‘열섬 현상’을 완화시켜 준다. 또한 소음을 감소시키는 기능도 있어, 도로에 침엽수림대가 있고 중앙분리대에 키 큰 침엽수가 있으면 자동차 소음의 약 75%, 트럭 소음의 약 80%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가장 흔히 만나는 도시숲 가로수는 벚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무궁화, 느티나무 등으로 조성돼 있다. 이러한 가로수는 기본적으로 대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도시숲을 키우면 키울수록 도시의 공기 질 역시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과도 통한다. 
 
더욱이 주목할 것은 미세먼지 저감 기능이다. 나무는 미세먼지 저감에 뛰어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나뭇잎 표피세포의 굴곡, 섬모, 돌기, 왁스층 등에 흡착·흡수되며 가지와 나무줄기의 표면적 특성은 미세먼지를 잡아낸다. 이것이 바로 미세먼지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도시숲’이 거론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도시 바람길숲,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
정부의 2019년 도시숲 사업은 ‘도시 바람길숲’과 ‘미세먼지 차단숲’으로 구분된다. 이는 2019년 정부예산안 중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10대 지역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이다.
 
산림청과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숲의 미세먼지 흡수·흡착 기능과 미세먼지 완화 기능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로써, 과연 미세먼지·폭염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줄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생활환경 전반이 개선될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도시 바람길숲은 도시 외곽 산림과 도심의 숲을 선형으로 연결하여 외곽 산림에서 생성되는 맑고 차가운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공기의 순환은 촉진되고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과 열기는 도시 외부로 빠져나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세먼지 차단숲은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인근 주거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저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올해 사업은 14개 시·도 32개소에서 진행되며 시·도별 공사 규모는 5억 원에서 33억 원에 이른다. 공사 발주는 역시 각 지자체가 담당하며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집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대상지와 공사 규모는 △부산(1곳) 5억 원 △대구(2곳) 25억 원 △인천(3곳) 9억 5,000만 원 △광주(2곳) 25억 5,000만 원 △대전(1곳) 10억 원 △울산(1곳) 15억 원 △경기도(3곳) 33억 원 △강원도(3곳) 30억 원 △충청북도(2곳) 23억 원 △충청남도(3곳) 21억 원 △전라북도(3곳) 32억 5,000만 원 △전라남도(2곳) 20억 원 △경상북도(1곳) 25억 원 △경상남도(5곳) 25억 5,000만 원 등이다.
 
도시숲 조성사업은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중소 건설사들의 주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도 도시숲 조성사업 대상지는 오는 10월 최종 선정되며, 이 중 바람길숲 조성사업은 올해 11개 시에서 약 6곳 정도 추가 선정될 예정이다.
 
도심임업 관련 일자리 기대
한편 산림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9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의하면 올해 추진될 과제는 사람 중심의 산림 이용·관리 확산,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밀착형 숲 확대, 숲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산림생태계 보전 및 산림재해 방지, 세계와 함께 가꾸는 산림, 남·북 산림협력으로 이루는 ‘숲 속의 한반도’ 등이다. 이는 모두 ‘내 삶을 바꾸는 숲, 숲 속의 대한민국’이라는 정책 목표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도시숲과 연계한 도심임업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도시숲을 산림복지전문가의 활용 영역으로 확대하면 산림 분야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도시숲 조성과 관리를 종합하는 도시숲법 제정은 2021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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