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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호] 소비시장의 '평범한' 능력자,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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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호] 소비시장의 '평범한' 능력자, '인플루언서'
  • 강민철, 서선미 기자
  • 승인 2018.12.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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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강민철, 서선미 기자] 언제부터인가 ‘인플루언서’라는 존재가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한다. 인플루언서란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영향력을 주다’라는 뜻의 ‘인플루언스’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란 누구인가? 오늘날의 인플루언서는 정치인, 가수, 영화배우와 같은 과거의 ‘셀럽’과는 조금 다르다.

영화배우보다 시장 영향력 더 커
1인 미디어 시대로 바뀌며 셀럽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개념의 직업인들이 생겨났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나 비슷하다. 하지만 셀럽이 대체로 인기를 끌거나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인물이라면 인플루언서는 왜 이 사람의 이름이나 닉네임이 회자되는지 궁금할 정도로 우리가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다. 오늘날의 인플루언서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버나 인스타그램 등 자기만의 플랫폼에서 유통하며 충성도 높은 팔로워들을 보유한다.

이들 인플루언서가 소비시장의 새로운 능력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인플루언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발간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인플루언서》에서는 이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2016년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500만 달러(한화로 57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지급하고 그녀를 섭외한다. 그녀의 광고 영상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마케팅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었다.
 
이후 항공사는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케이시 네이스탯을 통해 가볍게 마케팅을 시도한다. 항공사는 그에게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 하나를 제공했고, 네이스탯은 1등석 기내식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 영상은 몇 달 만에 5,0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인플루언서의 재밌는 영상 하나가 셀럽보다 최대 10배 이상의 광고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은 기업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비즈니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인플루언서 시초는 파워블로거
우리나라의 인플루언서 시작은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오랜 시간 네티즌 사이에서 신뢰를 쌓았던 ‘파워블로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에서 선정한 파워블로거들은 당시 ‘신지식인’으로 주목받으며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장의 경쟁구도는 블로그의 영역까지 침범했고, 결국 파워블로거들의 콘텐츠도 신뢰성을 잃게 됐으며, 이들의 자리 또한 점점 좁아지게 됐다. 그러나 이들은 파워블로거 제도가 없어진 지금도 여전히 SNS를 통해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대도서관은 한국 유튜브 시장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그를 보고 ‘유튜버’라는 장래희망을 가질 만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강하다. 도티, 감스트, 이사배, 밴쯔, 윰댕, 캐리 등도 유튜브에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며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은 이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의 수에 비례해 보다 커지는 분위기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콘텐츠 파워
예전에 영향력의 기준은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미디어 영역에 국한돼 있었다. 영향력을 끼치는 것 역시 그 영역을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영향력을 갖는 사람도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그 벽은 많이 허물어졌다.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아이템만 있으면 비로소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이용하는 채널은 블로그나 유튜브, 혹은 아프리카 TV 등의 개방된 플랫폼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채널을 통해 어떤 제품이나 사안을 비평하거나 추천함으로써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빠르게 생겼다 빠르게 사라지는 요즘 시대 양방향 소통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고 아무 때나 다시 찾아볼 수 있다는 강점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인터넷 속의 입소문이 제품과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마케팅 수단을 대체하고 있다. 최근 각종 산업 분야에서 가장 ‘핫’한 존재로 등장함에 따라 기업들은 마케팅을 위해 연예인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보다는 다소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패션·유아 등 취향 공유하며 팔로워 보유
인플루언서들은 패션, 육아 등의 특정 분야에서 세련된 감각과 취향을 공유하고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보유한 팔로워는 적게는 1만 명 이상부터 많게는 수백만 명에 이르며 일반인 신분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이들과의 협업을 시도해 물품을 판매하거나 자체 제작한 상품을 알리기도 한다.

백화점 역시 인플루언서 모시기에 치열한 분위기다. 현대백화점이 2015년 업계 최초로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팝업스토어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를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무역센터점에 1세대 쇼핑몰 ‘업타운걸’로 유명세를 탄 강희재의 ‘희재마켓’을 열었으며 지난달에는 판교점에 SNS 인기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숍 ‘앳마이플레이스’ 3호점을 론칭했다.

신세계백화점도 SNS 유명패션브랜드를 한 곳에 모은 ‘신세계 브랜드 서울’ 이벤트를 매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 브랜드 서울은 청담동, 한남동, 연희동 등 서울의 인기 지역에서 SNS를 통해 뜨거운 관심을 받는 브랜드를 신세계 바이어들이 직접 섭외해 백화점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형식의 팝업스토어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백화점에 입점할 인플루언서를 발굴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 프로젝트팀’을 꾸리고 있다. 올해 세 번에 걸쳐 열린 인플루언서 의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통해 모두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의류 브랜드 팝업스토어의 일주일 매출이 약 5,000만 원인 것에 비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지난해 3월부터 ‘SNS 인플루언서 마켓’ 팝업 행사를,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인플루언서 여성의류 브랜드를 모은 인플루언서 편집매장 ‘아미 마켓’을 연 바 있는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SNS 인플루언서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플랫폼 ‘네온(NEON)’을 오픈하며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2월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쇼룸 크리에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인플루언서들이 상품 홍보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SNS 계정에 올린 후 마케팅 경쟁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중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곳은 화장품 업계다. 유튜브를 통해 화장품을 소개하고 메이크업 과정을 보여주는 일명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은 소규모 화장품 브랜드부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에까지 이른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마케팅 플랫폼 ‘유커넥’과 손잡고 SNS 팔로워·구독자 수가 1만에서 10만 정도인 60여 개의 인플루언서 계정으로 제품 홍보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의 공식 온라인몰(Apmall)의 고객은 지난해보다 38% 늘게 됐다. 또 지난 6월 ‘AP 이노베이션 데이’를 연 아모레는 앞으로 인플루언서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해 제품으로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플루언서에게 광고 제작을 맡긴 LG생활건강 역시 SNS상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 제작으로 이름난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를 맡긴 LG생활건강은 과거 TV광고와 다른 파격적인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테면 상품 홍보에 초점을 맞춘 대신 주말에 광고 업무를 맡긴 본사에 대한 악감정을 표출하는 ‘B급 코드’ 형식의 광고다.

▲ 플리마켓 '띵굴시장'의 상품들

플리마켓의 트렌디화에도 앞장
통상 중고 거래를 주로 하는 벼룩시장 개념의 플리마켓(flea-market)도 인플루언서들의 참여로 트렌디해지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 플리마켓인 ‘낭만창고’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들을 모아 만든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이다. 낭만창고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푸드, 패션, 키즈, 리빙, 펫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국내 최대 플리마켓 ‘띵굴시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띵굴시장’은 리빙, 키즈, 패션, 푸드 상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마켓으로 블로그 누적 방문자 2,500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12만 명을 보유한 살림 파워블로거 ‘띵굴마님’이 지난 2015년 9월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인플루언서 시장의 확장에 우려를 드러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상업적인 활동의 접점이 과거 인플루언서 시장의 본질인 ‘콘텐츠’를 훼손하게 될 염려에서다. 취미나 관심에 기반한 전문성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플루언서의 가장 큰 장점인 것은 사실이나 과거 파워블로거 시장처럼 어느 순간 그 본질을 잃는 순간 뒤따르는 수순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 시대에 발맞춰 현명한 소비가 더 요구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개념은 이미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로 들어왔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디지털문화심리학자라 소개하는 건국대 경영학과 이승윤 교수는 “지금은 인플루언서 도입기라 할 수 있다”며 “1995년 이후 출생한 10~20대 테크노홀릭세대들이 사회 중심으로 진입하는 향후 10~20년간은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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