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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호] 라돈 침대 파동으로 드러난 유사과학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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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호] 라돈 침대 파동으로 드러난 유사과학의 ‘민낯’
  • 최윤수 소비자기자
  • 승인 2018.11.16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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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사과는 금, 저녁 사과는 독", 근거 없는 말

[소비라이프 / 최윤수 소비자기자, 추재영 기자] 얼마 전 대진침대 일부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된 6,387명은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하는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했으며, 지난 9월에는 추가로 수거해야 할 매트리스의 물량이 2만 개를 넘을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소비자들을 다시금 분노케 했다.

욕심이 부른 ‘비과학’

최근 일어난 ‘라돈 침대’ 파문은 유사과학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침대에서 나오는 음이온의 유익함을 호소하며 광고한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방사성 원소 라돈이 검출됐다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이은 또 한 번의 충격이었고,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1990년대 일본에 퍼진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입소문은 각종 제품에 음이온 방출 기능을 적용하게 만들었다. 2000년대에는 이러한 음이온 열풍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속옷, 화장품 등 각종 제품에 적용됐다.

유사과학은 우리 사회 잘못된 정보가 우리 안의 수많은 욕심을 자극해 형성되며 그 힘을 키운다. 특히 최근에는 유사과학으로 이윤을 남기려는 기업인부터 종교적인 맹신을 과학으로 포장하려는 일부 종교인들로 인해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유사과학으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연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혈액형 등으로 ‘사람’ 성격 알지 못해

유사과학의 대표적인 사례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혈액형 별 성격론’이다. 일반적으로 혈액형을 결정하는 것은 적혈구 표면에 붙어있는 당단백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효소가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사람은 처한 상황에 따라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뿐 4가지 혈액형 별 타입으로 나누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1990년대 등장한 ‘바이오리듬’도 유사과학의 한 형태다. 바이오리듬은 “인체는 일정한 리듬을 가진다”는 전제에서 출발, “신체리듬은 23일, 감성리듬은 28일, 지성리듬은 33일 주기로 나타나며 이것은 출생과 함께 시작돼 각각의 주기를 가지고 높고 낮음을 반복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그날의 바이오리듬을 체크하는 것이 유행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에 의하면 같은 날 태어난 사람 모두가 비슷한 바이오리듬을 가진 것은 아니며 바이오리듬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소수…물은 물일 뿐!

그렇다면 ‘수소수’는 어떨까? 한때 수소가 녹아 있는 물을 마시면 인체 내 활성산소를 없애 건강에 좋다는 광고가 있었다. 과연 수소수는 좋은 것일까?

수소는 물에 잘 녹지 않으며, 설령 수소수를 만들었다 해도 일반적인 압력에선 금방 방출되기 때문에 고압용기에 넣어 운반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혈액 속 수소 기체는 호흡과정에서 생기는 기체 간의 농도 차이 때문에 모두 외부로 빠지게 돼있다. 즉 폐를 돌아 심장을 거쳐 온몸으로 가는 혈액에 수소 기체는 거의 없으며, 그러므로 수소수를 많이 마신다고 해도 건강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것 역시 낭설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비의 산도(ph) 평균은 4.3~5.8로 샴푸(ph3)보다 낮은 데다 대기 중에 오염물질이 있다고 해서 모발이나 두피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침 사과’ 효능도 개인별로 차이

‘아침 사과는 금, 저녁 사과는 독’이라는 믿음에도 근거는 없다. 오히려 사과가 함유하고 있는 펙틴이라는 성분은 장운동과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도와 밤사이 둔화돼 있는 신진대사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장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라면 배변 활동으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한때 스마트폰용 전자파 차단 필름이 불티나게 팔렸던 적이 있다. 이는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염려에 따른 것으로 ‘평균 1.31v/m 전자파 감소’라는 어느 기업의 광고 내용이 ‘불안’이라는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월 국립전파연구원이 개최한 ‘전자파 안전포럼’에 의하면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용 전자파 차단제품은 효과가 없으며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의 전자파가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가하면 90년대 초 한 경쟁업체의 “○○○에는 화학적 합성품인 MSG(글루탐산나트륨)를 넣지 않았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직격탄을 맞았던 MSG 조미료는 20년이 흐른 올 초에야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이 광고에는 MSG가 뇌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공포마케팅이 적용됐는데, 이는 197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의 ‘하루 섭취량 체중 1㎏당 120㎎ 이하’라는 제한에 근거를 두고 있다. 80년대 미국 식품의약국 등 뒤이은 연구기관의 발표로 MSG는 ‘식탁을 위협하는 살인자’라는 누명을 벗게 됐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에 이으러 MSG에 대한 낭설이 힘을 얻게 됐다.

과학용어로 포장한 효능에 속지 말아야

이 밖에도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 시중에는 화학원소의 장점을 활용해서 만들었다고 홍보하며 판매되는 제품들이 많다. 이 제품들이 정말 효능·효과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용어로 포장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제품을 산 뒤의 심리효과가 영향을 끼친 것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사과학의 피해를 다룬 《과학이라는 헛소리》의 부제는 ‘욕심이 낳은 괴물’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저자는 한 매체를 통해 ‘유사과학에 속지 않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과학에서는 ‘재연 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일한 약품이나 제품을 사용했는데 극소수에게만 효과가 나타났다면 신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은 약 200년에 걸쳐 수많은 과학자의 검증과정을 거친 후 학설이 되기 때문에 ‘기존 학설을 뒤집은 획기적인 성과’라는 광고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제품의 성능·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기업 후원이나 지원금을 받아 연구가 진행된 경우라면, 논문으로 학술지에 게재하지 않고 그냥 언론이나 광고로만 보도됐다면 유사과학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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