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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착한 기업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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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착한 기업을 원한다”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1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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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착한 기업을 원한다”

한  철  수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

이런 사례가 있다. 1950년대 미국의 어떤 주식회사가 대학에 거액의 기부금을 냈다. 그러자 해당기업 주주들이 기업의 이익창출을 저해하고 자신들의 배당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부행위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답은 이렇다. 해당 법원은 “기업은 좋은 시민성(Citizenship)을 가질 의무를 지니고 있으므로 기부행위가 기업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연결이 안 된다고 할지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것이 사회공헌책임이 미국기업들의 보편화된 경영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A.P 스미스사건’이다.
이후 최근에도 글로벌 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어 매순간을 시장점유율 확대와 이윤창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기업들이 오히려 ‘범죄줄이기캠페인’, ‘장애인 및 희귀병환자돕기사업’, ‘친환경경영’, 각종 기부 등 당장 자신들의 이윤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공익활동에 앞 다투어 참여하고 나아가 이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각
왜 그럴까?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기업이 존속하고 활동하는 목적이 이제 더 이상 단순히 생산하고 판매해 주주와 투자자에게만 책임을 지는 경제적 책임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더불어 공존하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가치가 요구되는 시대이고 그러한 새로운 가치의 중심에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① 법률 및 규범준수책임 → ② 경제적 책임 → ③ 사회공헌책임의 순으로 고양되어 발현되는데, A.P 스미스 판결 이후 이제는 법률 및 규범준수책임을 다하는 기업 중에서 경제적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공헌책임까지도 자신의 역할로 여기는 착한 기업이야말로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영모델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비도덕적이고 인간미 없는 기업, 즉 가장 기초적인 법률 및 규범준수책임도 다하지 않는 나쁜 기업은 이제 막대한 유·무형적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나아가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1990년대 미국 나이키社의 아동노동착취에 분개한 전세계적인 불매운동, 2000년대 미국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부정으로 인한 파산 등은 기업이 환경적·사회적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변칙상속과 탈세를 일삼는 기업, 특혜를 받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하는 기업, 분식회계를 자행하는 기업 등 사회1면을 장식하는 나쁜 기업이 꽤나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고 이런 기업들은 소비자의 선택으로부터 이미 배제되고 있다.

UN, 회원국에 인권 등 10대 원칙 이행 촉구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의 중요한 토대임을 인식하고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우선 UN은 지난 2000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10대원칙(UN Global Compact-Ten principles)를 제정하고, ①인권, ②노동규칙, ③환경, ④반부패 4대 영역에 있어서 10가지 원칙을 회원국에 배포해 그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08년 현재 120여개국 5,216개 기업 및 단체가 가입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119개 기업 및 단체가 가입했다.
특히 비정부민간기구인 국제표준기구(ISO)는 지배구조개선, 인권, 환경, 소비자이슈, 공동체 발전 등 7개 핵심이슈영역에 있어서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ISO 26000)을 제정해 2010년 11월 중 회원국에 배포할 예정이다.
ISO 26000은 향후 국가간 무역에 있어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기업과 정부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국내에서 윤리·공정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사회적 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재화와 용역에 대해 국내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선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본적인 법과 규범을 지키고 나아가 지역사회발전과 국가적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보다 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미래산업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나쁜 기업’ 퇴출하고 ‘착한 기업’ 지원해야
이러한 소비환경변화에 적응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기업-정부간 상호 파트너십에 기초한 협력이 필요하다. 즉 기업은 환경, 인권, 공정거래, 소비자보건 및 안전 등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자각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가치를 확립해 이를 철저히 실행야 한다. 또한 정부는 최소한의 법과 윤리도 무시하는 나쁜 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 선택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반대로 사회공헌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 등으로 적극 육성하는 등 사회적 책임경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법과 윤리 준수를 기초로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공익에도 기여하는 ‘강하면서도 착한기업’이 대세인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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