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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는 다국적 기업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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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는 다국적 기업의 ‘밥’?”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1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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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HP, 나이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부규정을 내세우고 바가지 수리비를 씌우는 등 소비자 편의는 뒷전이라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마음 먹고 근거자료를 치밀히 확보하지 않는 한 사실상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미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글로벌 기업 제품들의 경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이유로 사후처리(A/S) 또한 완벽할 것으로 알고 이들 기업들의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고객과실’을 핑계로 제품 성능과는 상관없는 작은 흠집에 터무니 없는 바가지 수리비를 씌우거나 땜질식 A/S, 무대응이 다반사인 것.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는 각 제품에 대한 과실 주체 여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규정이 거의 없다”며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소비자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뚜껑도 ‘기술비’ 청구하는 소니
소니코리아(대표 이토키 기미히로)는 소비자 규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자에게 거액의 수리비 폭탄을 지우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조 모(여·27세) 씨의 경우 3년 전 구입한 소니 디지털 카메라 ‘사이버샷 DST-T70’의 밧데리 뚜껑이 떨어져 최근 A/S를 의뢰했다.
하지만 소니 측은 기능과도 상관없을 뿐더러 원가 200원도 안 되는 0.2cm 재질의 플라스틱을 고치는 데만 기술비 2만2천원(총수리비 3만3천원)을 요구했다고.
그런가하면 지난해에는 중국산 DVD제품 부품을 일본수입이라고 속여 고객에게 제품가격과 맞먹는 수리비를 청구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소니 측은 모든 사례마다 “규정은 어긴 게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한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소니 측은 “고객과실인만큼 정당한 비용을 책정했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거나 "제조지와 완제품 보관지는 엄연히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곤 했다.

HP는 ‘안면바꾸기’의 달인?
HP코리아(대표 스티븐 길)의 경우 몇 번의 수리 후에도 크고작은 고장이 빈번해 품질보증기간 내내 A/S만 받았다는 제보가 압도적이다.
문제는 품질보증기간 내 받는 A/S의 질이다. PC의 경우 마우스 인식이 안 돼 수리를 받으면 전원이 들어오지 않고 다시 수리를 받으면 블루스크린이 뜨는 ‘풍선효과’ 식이다.
HP의 경우 이처럼 부실 A/S를 반복하면서 환불이나 교환을 미룬 채 시간만 끌다가 기간이 되면 예외없이 수리비를 청구해 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행여나 보증기간 중 동일하자가 3회 이상 생겼을 시 “당시 해당고객은 ‘상담’만 했지 A/S ‘접수’는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명시된 반품규정을 교묘히 빠져나가기 일쑤다.     
그런가하면 200만원이 넘는 노트북 팜레스트 코팅이 5개월 만에 벗겨져 A/S 신청을 했으나 외부고장은 무조건 고객과실이라는 이유로 유상수리를 청구한 사례도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경위를 추궁하자 HP 측은 “아직 고객과실인 지 판명한 적 없다. 해당고객의 경우 유·무상수리 여부에 대한 ‘상담’만 받았지 정식 A/S ‘접수’는 한 적 없다”고 슬쩍 말을 바꿨다.

나이키, “그건 일단 소비자 탓”
제품 파손이 잦은 스포츠 용품을 취급하는 나이키코리아는 A/S 정책에 얽매어 소비자들과의 소통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경우다.
지난해부터 올 초 사이 나이키 운동화 제품 밑창이 떨어지거나 앞부분이 찢어졌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달아 접수됐다.
이들 대부분이 제품을 사용한지 최대 반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하자들이 발생한 경우라 소비자들의 불신이 팽배했지만, 나이키코리아 측은 까다로운 심의를 통해 소비자 과실에 무게를 싣는데만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소비자는 15만원을 주고 산 정품 나이키 축구화 밑창 떨어져 수리를 의뢰했다가 덕지덕지 본드칠을 한 제품을 받아들고는 기가 막혀 했다. 나이키 측에 불만을 제기했지만, 소비자 과실이므로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 됐다.
해당 사례에 대해 나이키는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뿐이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20만원 짜리 겨울 자켓에 로고가 떨어져 수선을 의뢰했지만 부자재가 없어 수선이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됐고, 두달만에 운동화가 찢어져 보상을 요구했던 소비자는 나이키가 의뢰한 심의에서 ‘소비자과실’이라는 결과가 나와 3번이나 심의를 받은 끝에야 겨우 교환을 받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반복되는 불만에 대해 본지가 공식 이메일과 홍보대행사 등을 통해 공식 해명을 요청했으나 나이키는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한국적 정서 글로벌 기업엔 안 통해
공정위가 고시하는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는 품질보증 기간 내·외에 대한 제품하자 수리 부문은 품목별로 환불.수리 규정 등이 명확히 제시돼 있다.
하지만 제품하자가 고객 과실인 지 제조사 과실인 지를 판단하는 기준 및 제3의 전문가 심의여부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관련규정은 없지만 국내 업체들의 경우 민원 시 과실여부를 판단하고 보상해주는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하자 민원의 경우 최고 90%에 이를 정도로 환불 및 보상 비율이 비교적 높다.
대한민국 정서상 관련규정에 없더라도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상황에 맞게 수리비를 가감하거나 무상환불 및 교환조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소니, HP, 나이키 등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내부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표방하기 때문에 A/S 등에 있어 사소한 문제라도 일절 ‘변칙운영’이 허용되지 않는 것.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도 보상문제에 있어서는 ‘고객과실이 아닐 시’라는 전제만 깔아두고 있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많다”며 “이 문제로 외국업체들과 소송을 벌인다 해도 이들 특성상 해결절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속수무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안광석 기자 novu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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