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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호]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인터넷전문은행 자본 확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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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호]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인터넷전문은행 자본 확충 기대
  • 민종혁 기자
  • 승인 2018.09.05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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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민종혁 기자]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공식 입장을 밝히고 개정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여·야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국회 입법의 첫 관문인 법안소위를 넘지 못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10% 지분으로 ‘메기’ 역 담당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일반 기업이 은행의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95년 시행된 은행법을 말한다. 이것으로 지난해 4월과 7월 출범된 KT의 K뱅크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 보유는 각각 10%로 제한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작을 열었던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줄곧 금융권에 메기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대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이점으로 작용하며 금융소비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바일 대출에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기존의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비대면 서비스 개설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파격적인 금리를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자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도 대출 금리를 내리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뒤를 따르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카카오뱅크, 금리 인하 앞장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하나인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 만에 633만 명의 고객을 맞으며 ‘자산규모 10조 원’이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또한 점포 방문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모바일을 통한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활성화시켰다는 평가도 이끌어냈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공급한 중금리대출은 전금융업권을 대상으로 집계한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가 연간 3조7,000억 원임을 감안할 때 약 38%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이후 매달 약 1,200억 원씩 서민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대표적 중금리대출 상품인 ‘비상금대출’은 주요 시중은행이 공급하는 상품보다 비교적 낮은 6.71%의 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부터는 4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의 신규 대출금리를 연 최대 0.40%p 인하, 금융 취약계층 및 서민들에 대한 금융혜택을 확대한 바 있다.

이런 카카오뱅크의 목표는 IT플랫폼과 각종 빅데이터 기술을 집약한 ‘작으면서도 큰’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그중에서도 소상공인·서민층 등을 대상으로 한 ‘한 자릿수 금리’ 대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로 자금난에 묶여 
그러나 금융 취약계층 및 서민들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이른바, ‘포용적 금융정책’으로 금융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라는 벽에 부딪히면 자금난을 해소할 방법이 없게 된다. 실제로 금융 취약계층의 대출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집중되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금고 역시 급속도로 비워지고 말았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은 서둘러 증자에 나섰지만 그때마다 ‘은산분리’라는 은행법으로 인해 일부 주주는 이탈했으며, 당연히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운용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는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외 10여 곳의 주주가 지분을 균일하게 나눠 보유 중이지만 두 차례의 증자 과정에서 모두 주주들의 이탈이 발생했다. 심지어 지난 7월 진행됐던 2차 유상증자에서는 소수 주주들이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K뱅크는 그동안 여신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상황도 여러 번 겪어야 했다. 

카카오뱅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주요 주주인 카카오가 현행법상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대신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며 자금원의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금조달 면에서는 K뱅크보다 유리한 조건이라 해도 아직까지 은행들의 대표적인 여신상품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이지 못하는 등 신상품 출시에는 애를 먹고 있다. 

규제 풀리면 자본 확보 가능해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이번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소식을 반가워할 수밖에 없다. 거듭되는 유상증자에 소수 주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여러 번의 ‘대출 중단’을 겪어야만 했던 K뱅크는 어느 정도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자금원으로 둬 자금조달 면에서의 어려움이 다소 덜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은산분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대표 회사들로부터의 투자를 확보, 본격적인 신상품 출시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시대적 요구”
한국폴리텍대학의 김효관 교수(스마트금융과)는 최근 모 경제매체의 기고문을 통해 “은산분리 규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가령 비금융권 회사가 경영을 하다 보면 갑자기 신산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자체 지분이 있는 은행권이 있다면 그를 통해 손쉽게 자본을 끌어다 쓴 후 다시 채우면 된다는 논리다.

이는 신산업이 성공한다면 금융도 선순환의 바람을 타겠지만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대출받은 돈을 못 갚게 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회사와 은행이 동시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분석에서 나온다. 또한 은산분리의 규제가 풀리면 충분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우량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고객의 신뢰를 얻고, 더 나아가 분석 가능한 데이터를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정보기술(IT) 등에 투자할 수 있을 거라는 입장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인 ‘테크핀(Technology+Finance)’ 기업으로 우뚝 서 은행권과 본격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실질적인 대주주가 되어 서비스를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밖에도 ‘은산분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K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은행 간의 경쟁을 한층 더 심화시킴으로써, 결국 소비자는 그에 따른 서비스 개선과 금리 조정 등의 편익을 얻게 될 것이다.

규제완화로 소비자 편익 꾀해야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K뱅크는 지난해 4월 3일 정식 오픈했다. K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자 24년 만에 새롭게 문을 연 제1금융권 은행으로 주목받았다. 비점포·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절약한 비용을 고객에게 혁신적인 금융상품으로 돌려주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금리 경쟁력을 탄탄히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대감은 K뱅크가 문을 연 지 하루 만에 ‘4만 명의 고객’과 ‘1만5,000건 이상의 계좌 개설’이라는 결과로 드러났다. 이는 기존 시중은행의 월 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를 합친 것을 능가하는 수치였다. 고객은 꾸준히 늘었고 여신 4,000억 원, 수신 5,000억 원으로 설정된 연내 목표를 두 달 만에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영업 개시 반 년 만에 체크카드 47만 좌, 수신 8,400억 원, 여신 6,6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주도해 왔었다.

다만 유상증자 확보에 있어 수차례 어려움을 겪은 K뱅크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이른 시일 내에 숨통을 트길 기대하며 현재 몽골MCS그룹이라는 해외 시장으로부터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처음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지점이 없는 대신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상품과 이자가 싼 대출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내세웠다.

카카오뱅크는 예·적금 상품과 대출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예·적금의 경우 월급 이체, 통신비 자동이체 등의 조건 없이 가입만 하면 연 2.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대출상품은 크게 비상금대출(계좌 개설 후 60초 안에 소액 마이너스 통장 대출 가능, 신용등급 8등급도 최대 300만 원까지 대출 가능),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대출(모두 한도가 1억5,000만 원이나 연봉 1.6배까지 최저 연 2.86%에 대출 가능)을 포함한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역시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한 자금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카카오뱅크에게도 이번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자금의 한계를 벗어나게 할 유일한 동아줄일 수밖에 없다. 과연 카카오뱅크가 카카오 3.0 시대의 핵심인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의 시너지를 내면서 이용자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는 오는 10월 말을 목표로 1,2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추진 중인 증자는 지난 7월 불발된 유상증자의 연장선으로, K뱅크는 앞서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주주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유상증자에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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