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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너는 인생도 남의 훈수에 따라 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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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너는 인생도 남의 훈수에 따라 사냐?”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8.06.20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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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컨설턴트]
 
아버지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내 두 손을 봐라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지만 고생도 했고 설움도 많이 받았다. 기를 쓰고 너를 공부시켰다. 너는 나처럼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기업에 다니는 네가 자랑스러웠다. 내 소원을 어느 정도 풀어 준 것 같아서. 그런데 왜 회사를 그만두고 그런 일을 하려고 하니. 아비 말 듣지 않으려면 집에서 나가라. 네 인생 네 맘대로 혼자 살아라.”

▲ 사진: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브랜딩 컨설턴트
아들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아버지, 제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한 번 물어나 보셨나요?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 회사 다니면서 제 자신을 잃어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 마음 아세요? 그리고 남의 시선이 뭐 그리 중요합니까?” 

J~
TV 일일 저녁 드라마 내용 중 일부입니다. 지금 당신의 고민과 어쩌면 저렇게 닮았을까 놀라워서 길게 소개했습니다. 귀에 쏙 들어 오지 않습니까? 드라마에서의 결론은 예상한대로 매듭 지어졌습니다. 아버지가 허락을 한 것입니다. 쓴 소주 한잔 마시며 속상함을 달래면서 말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갈등이 어찌 이뿐이겠습니까? 진로 선택의 경우, 배우자 선택의 경우, 심지어 손자 이름을 두고 의견 충돌을 빚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아버지 의견을 따랐지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입니다. 당신의 고민에 대한 저의 솔루션은 ‘선(先) 자기의 소신 관철시키기. 후(後) 부모와 화해하기’입니다. 이유는 서로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입니다. 인생의 선택은 무조건 본인 책임입니다. 부모의 말씀은 조언인 것이죠. 게다가 성년인 당신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의 어릴 적 꿈은 시골 중학교 국어 교사였습니다. 국어를 좋아하기도 했고 작문 숙제를 내고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목가적이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대는 달랐습니다. 대 놓고 반대는 하지 않으셨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정규 사범학교를 나오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웃사이더의 피해의식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인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만 지금 판단해 보면 교사가 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교사의 길을 선택했더라면 제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었을 지를 상상해보고 쓴 웃음을 짓고는 합니다.     

‘훈수꾼이 여덟 수를 더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바둑에서 졌다고 훈수 둔 사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가끔 인근의 뚝섬유원지를 찾습니다. 게이트 볼 연습장과 함께 그늘 막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편히 쉬고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휴일 어른들이 담장처럼 진을 치고 함성이 지르기에 기웃거려 보았습니다. 바둑 한판 대결의 승패가 판가름 났는데 패자가 갑자기 화를 냈습니다. 바로 옆에서 훈수를 둔 사람에게 말입니다. “자네가 훈수를 잘못 뒀어!” 곧이어 상대방으로부터 이런 대답이 나왔습니다. “너는 인생도 훈수 따라 살았냐? 그 따위로 살았으니 이 모양이지…” 바둑 한판이 주먹 싸움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인생은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지며 걸어가는 나그네 길입니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대하다 보면 많은 놀라움의 산을 넘게 됩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600여명에 달하는 등장 인물에 대한 것입니다. 시체말로 꽂히는 인물이 독자마다 제 각각입니다. 박경리 선생은 ‘주갑’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정이 많이 가는데 많이 써주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김한복이라는 인물에 정이 많이 갑니다. 마치 진흙에서 피어나는 연꽃 같기 때문입니다.

그의 형 김두수는 일제 앞잡이며 악한 인물의 대표로 등장합니다. 아버지는 살인죄인이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 때문에 집 앞 살구나무에 목을 매서 자살합니다. 그러나 김한복은 환경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자기의 삶을 지탱해 나갑니다. 그는 외롭고 힘든 독립운동가의 길을 가게 됩니다. 밖으로의 유혹과 안으로의 욕망에 타협할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J ~
이청준 작가의 <자기높임을 위한 독서권리>에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어서 함께 읽어 봅니다.

「우리는 실상 저마다 각기 그 크기와 높이가 다른 자신의(삶의) 산을 점지 받고 태어난 독자적인 삶의 주체이다. 남의 길을 따라 자신의 삶을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남의 길을 따라서는 기껏해야 남의 봉우리를 뒤따라 오를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남의 길을 묻는 것은 그 길에의 매임이 아니라, 거기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어 자신의 산을 바르게 찾아 오르기 위함이다. 」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다움의 완성인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룰을 가지고 나 자신을 존중하며 사는 삶인 것이죠. 타인에 의해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러한 모습을 갖추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실수도 하고 비싼 수업료를 내기도 할 것입니다. 아버님과의 이번 일도 그러한 과정을 완성해가는 하나의 관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만큼 더 단단해진 ‘브랜드 J’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개인 브랜딩은 자신의 산을 바르게 찾아 오르는 등산 길과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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